지난 토요일(2. 13).
오름 3기 출신들과 올레길을 걸었다.
모두 6명, 딱 알맞은 인원이다.
이제 오름은 어느 정도 올랐으니
‘새로운 곳, 올레길을 느껴보자는 취지겠지.’ 하고
무심코 따라나섰다.
제1코스 출발점
‘시흥 - 광치기’(총 15.6km, 4~5시간)
표지석 옆의 백묘국은 지난 눈과 한파에 꽃이 다 말라버리고
그 아래 금잔화만 몇 송이 피어 배시시 웃는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돌담 구멍 사이로 나드는 바람소리에
상처를 어루만지며
나에게 묻고 또 묻는 것.
혼자이면 어떠랴
놀멍쉬멍 걸어간다
길가에 뿌리내린 풀꽃들 눈웃음에
잊혔던 고전 말씀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오영호 ‘올레길 연가 1’ 전문
올레길 들머리에 아직도 남은 무밭을 보면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간 곳의 당근밭을 보면서
저것들이 제대로 팔려가 농부들의 짐을 덜어주길 기원해본다.
현실을 파악하건데 점점 압박해 오는 안개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언제면 주먹구구식 농사가 아니라
계획되고 안정된 농정이 실현될는지 묘연한데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하는 FTA가 밉다.
‘올레 하우스’에 이르렀을 때
입구에 세워놓은 현판에 이르길
‘제주올레는 온전히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길입니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혀진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어
제주올레가 되었습니다.
이 길에서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행복한 여행자가 되십시오.‘
아! 이것이었구나.
봄비가 나를 불러낸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새삼 되새기며 길을 재촉한다.
말미오름(두산봉)에 오르면서 봄을 느낀다.
보리볼레(보리밥나무) 열매가 붉은 빛을 띠고
찔레와 멍석딸기에 돋아난 싹이 예쁘다.
양지꽃이 피었다가 동해(凍害)를 입고
꽃잎을 잃은 채 꽃술만으로 인사를 한다.
오름 능선 위에 오르자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마을 위로 파노라마처럼 날아가는 안개 속으로
파란 보리밭과 모자이크처럼 찬란한 돌담이 드러난다.
말미오름과 그 아들 알오름 사이에 있는
조그만 못가를 지나는데
겨울잠에서 깬 맹꽁이들이 “맹꽁맹꽁” 존재를 알린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기억이 아득하다.
개구리 알이나 도룡룡 알은 벌써 보았는데
저 녀석들 뒤늦게 산란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그래도 개불알꽃은 초롱초롱한데
햇볕을 받지 못한 별꽃들은
잎을 활짝 펴지 못해 우물쭈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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