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우리詩' 5월호의 詩

김창집 2016. 5. 10. 10:11

                                                                                              *거지덩굴과 청띠제비나비

 

♧ 나비무늬옷 - 정병성

 

흐린 날에는

온갖 꽃과 나비들이 여인들의 겉옷으로 날아온다

 

일바지와 월남치마를 나비들이 찾기 전에는

흙살 언저리 뼈들은 모두 우울해진다

여인들 마른 몸속이

한낮 저렸던 이유를, 그러나 나비들은 정녕

윗옷 위로 부활해야 했던 간절함을, 꽃들에게 묻는다

흐린 날에

뼈의 노래란

밭 매던 내 어머니의 흥얼거림과 같은 것,

서러운 밭고랑의 주름과 주름처럼 펴지지 않는 굽은 허리처럼

인내의 날개 안으로 노역의 고달픔이 잠언 된 배웅하는 나비들의 들녘과 같은 것,

그러므로 세월의 진통을 건넌 두 다리의 바깥쪽으로

꽃이 핀

알록달록한 옷감을 덥고

콕콕 쑤시는 슬픔을 달래기엔 나비들의 춤이 제격이다.

 

                                                                                  *탱자꽃

 

♧ 천 개의 눈물 - 권순자

 

달빛이 어룽거리며

심장을 도려내는 서러움을 핥는다

사랑스런 소녀여

네 상처와 눈물을 닦아주리라

 

굽실거리지 않는 꼿꼿한 정신이

아프다

안간힘으로 버티어야지

정신마저 먹히지 말고 살아남아야지

살아남아 증언해야지

 

도망치지 못하는 나는 죄인처럼 잡혀서

달빛 속에서 중얼거린다

 

피가 맺히는 밤

눈물도 숨결이 있어서

고통 속에서 가시 돋친 향기가 난다

 

아, 어긋나 버린 내 삶의 물줄기여

달을 적시고 바람을 적시고

천지의 눈동자를 모두 적셔서

강철 마음을 녹이고 녹여서

마음마다 물길을 트게 해다오

 

부서진 몸이 일어설 수 있도록

찢겨진 마음에 살점이 붙을 수 있도록

삶을 뜨겁게 껴안을 수 있도록

흐르고 소용돌이 쳐다오

 

천개의 눈물이여

살이 떨리는 두려움마저 쓸어가 다오

 

                                                                                  *찔레꽃

 

♧ 먼 길 - 남유정

 

벌레 소리가 허공에 맑게 울려

적막을 만지는 밤이면

새가 몸에 산다던 사람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몸이

바람소리를 낸다던 사람

 

당신이 걸어온 길이

숲으로 들어간 후

 

찔레꽃이 피고

뻐꾸기가 울고

 

나는 그 숲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당신이 꽃잠을 잘까 봐

당신이 꽃잠을 깰까 봐

 

                                                                                      *다알리아

 

♧ 꽃 엄마 - 윤은서(사천초 4년)

 

꽃씨를 심었다.

꽃씨는 작고 조그맣고 귀엽다.

꽃이 피면 더 이쁠 것이다.

꽃씨를 뿌리고 키우면 내가

새 생명을 키운다는 생각에

들뜬다.

나는 이제 꽃 엄마다.

 

                                                                               *목장의 소들

 

♧ 팔려가는 소 - 조동연(부림초 6년)

 

소가 차에 올라가지 않아서

소장수 아저씨가 ‘이랴’ 하며

꼬리를 감아 미신다.

엄마소는 새끼 놔두고는

안 올라간다며 눈을 꼭 감고

뒤로 버틴다.

소장수는 새끼를 풀어 와서

차에 실었다.

새끼가 올라가니

엄마소도 올라갔다.

그런데 그만 새끼소도

내려오지 않는다.

발을 묶어 내릴려고 해도

목을 맨 줄을 당겨도

자꾸자꾸 파고 들어간다.

결국 엄마소는 새끼만 보며

울고 간다.

 

                                                                                 *쪽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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