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내일을 여는 작가'의 시

김창집 2016. 6. 16. 07:53



2016년 상반기

내일을 여는 작가69호가 나왔다.

 

기획특집 1

‘2016년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2015년 하반기 일들과 그 의미를,

 

기획특집 2

재미있는 이야기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대담은

무너지는 문학판과 문화진흥법

도종환 의원과 오창은 교수를 모시고

이민호 편집주간 등과 이야기를 나눴고,

 

르포는

어떤 목소리

숙명여자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앞으로 시 몇 편을 옮겨

요즘 한창인 갯메꽃을 곁들인다.

     

 

 

- 권선희

 

방울이 할머니댁 돌복숭아나무, 새끼를 다닥다닥 달았다

 

아고야, 이기 그래 좋다데요

 

올갠 마캐 쌍둥이다

 

무르팍에도 직빵이라 카데예

 

내는 고븐 꽃 실컷 봤다. 열매는 니 하그라

 

배냇귀 잡순 할머니 말씀, 샛길로 날려도 직진이다.

      

 

 

공중에 갇히다 - 김덕근

    --보살사 가는 길

 

중고개 지나

신촌은 오지 않았다

젖은 소리를 내려놓으며

물렁한 나침반은 지척을 돌아

삽시간에 밑창을 걷어내고 있었다

바람의 길을 끌어올리는 내내

납작 엎드려 섬이 된 냉이꽃

공기는 무거웠고

자본의 절망은 눈부시게 펄럭였다

숨소리 거칠게 표류하는

나무와 구름에게도

운명의 길을 터

지그시 신발을 매어주고

어느새 철거반은 공중으로 피를 끼얹었다

기별 없이 봄나들이를 떠난 낙가산

아지랑이가 마르도록

길은 가만한 소리를 내며 다독이고 있고

바람의 둥지에 못질하는 광경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밀입국자가 되었고

무수한 일주문이 촘촘히 정박되고 있는 사이

신촌 지나 중고개는

첩첩산중 보살을 떠밀고 있었다

     

 

국경 카페 - 김연숙

 

한 박자만 주춤해도 어깨 위로

불 채찍이 떨어지는

툰드라 수용소의 얼어붙은 땅

 

한 발 한 발 밧줄에 묶여

내 맨발이 걷고 있는

 

어두운 복도 끝

패찰 하나 붙지 않은 구석방에서

 

검은 거울에 비쳐보는

질린 얼굴의

 

뜨거운 꿈결 위로 쏟아지던 몽둥이

그 구둣발

 

멀어져 간 후

 

빠져드는 잠속에서

무엇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낯선 나라 국경 부근 노천카페

 

술잔 끝에 묻어 있는 소금 낱알을

혀끝으로 핥아보는

 

느린 여름 한낮

     

 

- 김용만

 

사람들은 꽃을 올려보지만

저는 하늘에서 내려봐요

꽃나무 밑을 걷다

가끔은 꽃을 올려보세요

거기 제가 내려다보고 있을게요

그럼 꽃을 사이에 두고

우린 마주보고 있어요

사랑은 마주보는 것

제가 작업복 입고

크레인 위에 있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우린 이미 사랑한 사이니까요

   

 

 

삼팔장땡 구례장날 - 김인호

 

  세 장짼가 네 장짼가 모리것는디 계속해서 비가 와불구만, 애는 타만 어쩔꺼여. 비 맞응게 요리 들어와, 홍합 오천 원어치만 사갔고 가, 네가 들고 가도 못 헐만치 줘불랑게 입심도 인심도 걸다 삼팔장땡 구례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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