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우리詩' 7월호와 능소화

김창집 2016. 7. 5. 18:09


7월이 금요일부터 시작되어서인지

책이 5일에야 도착했다.


화요일 오후, 마른장마로 화끈거리는데

시집을 펴들고 더위를 잊어본다.

 

♧ '우리詩' 통권 337호 주요 목차

 

권두에세이 | 임미리

신작시 19| 임보 정순영 김두환 조현석 최창균 김기화 김종웅 박숙인 김영주

                        오명선 이동훈 이주리 민구식 이혜수 마선숙 석연경 지연 정병성 조성례

시조특집 9| 지성찬 나병춘 김현희 나석중 류안 윤정 전정희 장동빈 김덕곤

기획연재 인물| 이인평

신작 소시집 | 전선용

테마 소시집 | 수영

시집 치매행致梅行서평 | 박수빈

시에 대한 에세이 | 이동훈 김영주

한시한담 | 조영임

우리의 이웃들 | 김인숙 김영빈 조재형

 

    

 

시집 경매가 - 임보

 

2015년 연말 현재 시집 경매가

 

1948년 간행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300만 원

1935년 간행의 사슴7,000만 원

1925년 간행의 진달래꽃9,000만 원

 

내 시집도 궁금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1974년 간행의 임보의 시들 <59-74>

겨우 35천 원

 

(시간이 돈이다!)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두견주 - 정순영

 

슬픈

진달래

 

붉은

그리움

 

소매

사무친

 

꽃잎

두견주

 

죽어서도

훔칠

 

나그네

눈물.

        

 

봄바람은 그런다네 1 - 김두환

 

바람, 봄바람은 어떻게 나선지

성정이 따뜻하고 훈훈하므로

맞닥뜨린 맞붙들린 맞비겨 떨어진

사람들만이 아니고 깊은 응달에 웅크린

밑둥까지도 풀쳐대므로 덕분 바람에

세상 생물生物들이야 모두 쳐들고

얼시구 절시구나 좋아 좋아 좋구나

설렁대고 무장 휘휘 설렁대면서

깜냥깜냥이 기올려 투합投合한다니

 

역시 역시나

봄바람은 봄으로 기어든다던데

야뭔 야뭔아

봄바람에 말씹도 터진다던데*

 

그 봄바람 불트volt는 누가 조절할까

 

---

*봄바람에 마음이 들뜬다는 뜻.

    

 

 

시를 쓴다 - 김기화

 

시를 쓴다

사는 일이 조잔해서 시를 쓴다

 

짙푸른 시의 바다에서

굼뜬 영혼을 매질하며

 

흘러가는 냇물 소리 아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산에도 들에도

꽃숭어리

톡톡 터지는 봄날

 

나의 아직

눈 덮인 산하

 

그래도 그냥 볼 수 없어

아무도 본체만체하는 시를 쓴다.

    

 

 

이팝나무꽃 - 김종웅

 

고슬한 쌀밥의 유혹은

괜히

꽁보리밥 투정으로 어머니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아파도 아플 겨를도 없는 것을

어머니는

헛것을 본 듯

쌀밥 고봉으로 쌀밥 고봉으로 하셨다

네가 피면

네가 피면 그나마 몇 톨 남지 않은

보리쌀 빈독을

자신의 죄인 양

닦닦 닦달하시며

        

 

저편의 흔적 - 박숙인


빗속에서도 한 줄기 바람이 일었다

 

나는 저것을

봄이 오는 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봄이면 일어서는 마음이

바람 같아서

찔레꽃 향기 아찔한 그 길을 따라

어느 기억의 한 부분은

연둣빛 시간 속으로 달려가고

길들도 환해지고 있다

 

나의 얼굴에도

강 마을에도

꽃잎 흩날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한때 놀다가

지나갈 때

 

그 저녁에는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겠다.

        

 

보통리 저수지* - 김영주

 

수인선 협궤 열차 철길을 뛰쳐나와

녹슨 다리 파묻고 모래밭에 앉아 있다

선술집 퇴물기생처럼 우두망찰 앉아있다

 

기왕에 나려거든 보란 듯이 빼어나지

하고 많은 이름 중에

보통이라니

보통리라니

오지게 봇물 터뜨려 울음 한번 못 토하고

 

오가지 못하기는 너나 나나 한 가지

발목 잡힌 연분끼리 통정이나 해 보자고

해거름 피를 토하며 서로를 달래고 있다

 

---

*보통리() -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위치한 저수지. 노을이 아름답다.

        

 

불면 - 오명선

 

구름에 가려진 별빛

 

수십 년 쌓아올린 겨울이 하얗게 무너졌다

 

내 기록들이 유서처럼 흐느끼는 밤

사막을 걸어온 벌거숭이 바람으로 낭떠러지를 앓았다

 

그날 입은 것은 하늘의 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