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김창집 2016. 10. 17. 23:34


류시화 시인이 엮은

법정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를 본다.

 

류 시인의 이야기가

겉표지에 소개되어 있다.

 

산속 오두막에서 며칠 함께 지내던 어느 날,

마침 보름달이 건너편 산 위로 떠올라

법정 스님과 나는 달을 보며 기도를 올렸다.

나중에 내가 스님에게 어떤 기도를 했느냐고 묻자,

그는 말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기원했습니다.”

    

 

 

무소유의 삶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만족할 줄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불안하고 늘 갈등상태에서 만족할 줄 모른다면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의 한 부분이다.

저마다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전체의 한 부분이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의 한 부분이다.

 

세상이란 말과 사회란 말은 추상적인 용어이다.

구체적으로 살고 있는 개개인이 구체적인 사회이고 현실이다.

우리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혈연이든 혈연이 아니든,

관계 속에서 서로 얽히고 설켜 이루어진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다.

    

 

 

외로움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이지만

때로는 옆구리께를 스쳐 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존재의 집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

 

생각이 야비하거나 거칠면

말도 또한 야비하고

거칠게 마련이다.

 

그럼으로 그가 하는 말로써

그의 인품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어려운 일도

어떤 즐거운 일도 영원하지 않다.

 

모두 한 때이다.

한 생애를 통해 어려움만 지속된다면

누가 감내하겠는가.

다 도중에 하차하고 말 것이다.

 

좋은 일도 그렇다.

좋은 일도 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사람이 오만해진다.

어려울 때일수록 낙천적인 인생관을 가져야 한다.

덜 갖고도 더 많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무심히 관심 갖지 않던 인간관계도

더욱 살뜰히 챙겨야 한다.

더 검소하고 작은 것으로써 기쁨을 느껴야 한다.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당했을 때

도대체 나는 누구지?’ 하고

자기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직위나 돈,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 보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마음은 하나

 

내 마음 따로 있고

네 마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하나이다.

 

한 뿌리에서 파생된 가지가

곧 내 마음이고 당신의 마음이다.

 

불우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눈물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왜냐하면 같은 뿌리에서 나누어진

한쪽 가지가 그렇게 아파하기 때문에

함께 아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마음의 울림이다.

 

마음이 맑고 투명해야 평온과 안정을 갖는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야말로

행복과 자유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참된 앎

 

경전이나 종교적인 이론은

공허하고 메마르다.

그것은 참된 앎이 아니다.

 

참된 앎이란

타인에게서 빌려온 지식이 아니라

내 자신이 몸소 부딪쳐

체험한 것이어야 한다.

 

다른 무엇을 거쳐 아는 것은

기억이지 앎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안 것을

내가 긁어모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내 것이 될 수 없다.



* 법정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조화로운 삶, 류시화 엮음, 2006.)에서

   사진은 요즘 한창 피고 있는 금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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