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주해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김창집 2016. 12. 1. 13:35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1130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11차 회의에서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했다.

 

제주 해녀문화에서 '물질'을 비롯해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바다에서 배를 저으며 부르는 '해녀노래' 등이 그 대상이다.

 

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서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잠수기술과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이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이를 축하하며

제주여성작가회의 '자청비' 회원들의

해녀에 관련된 시를 옮겨본다.

     

 

어머니의 숨비소리 2 - 김영란

 

느 거 나 거

 

그뭇 긋이멍

 

바당은 곱 갈르지 안 헌다

 

땅 문세 집 문세

 

문세엔 헌 걸 배려나 봐시냐

 

바당은

 

그뭇 긋지 안허영

 

게난

 

살아졌주

     

 

망장포 2 - 김영숙

 

때 되면 바다로 뻗는 갯메꽃 외숙모님

열여덟 꽃각시가 한 남자 따라와서

오십 년 파도에 씻겼네 항개* 먹돌 되었네

 

유월이면 늘 쥐는 세신표 찻숟갈은

물에 들면 자라는 좀녀들의 손가락

보라색 가시투성이 험한 속을 후비네

 

첫사랑 달큰한 맛 성게알 야물게 파서

마중 온 남편 불러 아 해봐하는 그녀

눈주름 살짝 떨렸네, 똥겡이도 눈 감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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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개 : 서귀포시 남원읍 망장포에 있는 지명

     

 

소라의 성 - 김정숙

    -가파도에서

 

낮추리라 낮추리라

섬 밖에 엎드린 섬

천길 물속 낭떠러지 제 귀퉁이 오므린

뭉툭한 바위에 붙어

뿔소라가 삽니다.

 

육지보다 물길이

더 환하다는 팔순 해녀

들숨날숨 참다보면 바다에도 꽃이 피어

한 소절 휘파람 소리

섬이 활짝 깨이고,

 

뿔 한 쪽 길이만큼

살다가는 이승 녘

뼈뿐인 단칸들이 바다를 향해 앉아

파랗게 가파도에선

문을 열어 둡니다.

     

 

따뜻한 초승 - 김진숙

 

어둑한 귀갓길이 초승달 따라 간다

오래 뜬 별 하나가 전조등을 켜놓은

하늘가 한 뼘의 거리

은비늘이 반짝여.

 

고모댁 불 꺼진 방

안부 살피던 이웃처럼

복사꽃 청상의 그늘 혼잣말을 엿듣다가

발걸음 차마 못 떼고

그렁그렁 뜨는 밤.

 

제주 바다 물속 어디 당신 몸 뿌리셨나

배고픈 아우 찾아 떠먹이던 숟가락

열아홉 한 술의 온기

초승달이 떠 있다.

   

 

 

할망바당 - 이애자

 

만년일터 바다에는 퇴출이라는 게 없네

고무 옷 입고 납덩이 차고 쉐눈에 오리발 신고

브르릉 밭은 숨소리 오토바이 물질가네

 

여차하면 나발 불 듯 갯메꽃이 피었네

곶바당 바윗등 때리는 낮은 물결에

비단 필 풀어놓고도 흔들리는 바다를 보네

 

약 한 첩 털어놓고 상군해녀 뒤따르네

수평선 불똥 튕기며 용접하는 이른 햇살

바다에 들기도 전에 숨소리 깊어지네

 

실에 꿴 오분자기 부실한 어미젖이었네

바다가 죽이고 바다가 살렸다는

결결이 푸른 소리가 밀려왔다 밀려가네

 

고정한 제주해녀들 불문율이 검푸르네

할망바당 애기바당 밥그릇에 그은 선

위아래 확실한 바다 그 유산이 반짝이네

   

 

 

순비기 - 장영춘

 

코끝에 대기만 해도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온종일 바위 끝에

백치처럼 앉은 순이

 

어머니 태왁망사리만

부표처럼

     

 

서귀포 이야기 - 한희정

 

1


서귀포

이름만 들어도

가슴엔 파도가 치네.

바다 속 풀어헤친

상군 해녀 이야기처럼

 

저만치 패랭이꽃이

추억처럼

피어나.

 

 

2


"이어도

이어도 사나"

미역밭을 건너와서

 

열 길 물 속

저승길

절로 드는 숨비소리

 

만삭의 칠 십리 바다가

눈에 가득

고이네.

     

 

가파도 바늘엉겅퀴 - 홍경희

 

바다와

사람 사이에

꼭 그만한

거리를 두고

 

섬은 또 하나

울타리를 치고 살아

 

도항선 보채다 말고

왔던 길을

돌아간다.

 

고둥 껍질 같은 섬에

고둥처럼 갇히고도

 

바람의 영역에선

허리를 굽히라는

 

칠순의 가파도 해녀

두통처럼 피어서……

 

파도의

높낮이로

한 생을

가늠해 온

 

낮은 돌담 너머

칼금 긋는 숨비소리

 

청상靑孀의 물살 위에다

쌍돛대를

꽂는다.

 

 

   *제주여성작가회의 자청비 잠수 잠녀 제주해녀 그리고 우리’(도서출판각, 2014.)에서

       사진 : 구좌읍 해녀박물관 등지에서(2016.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