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새글

more

정군칠 시집 '물집'의 시(2)

♧ 분홍 넥타이 송악산 비탈, 한 뼘만 한 풀밭 나이 든 조랑말 한 마리 말뚝에 묶여 있다 발굽 아래가 바로 벼랑인데 캄캄한 낭떠러지인데 고삐에 매인 맴돌이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라는 듯 제자리를 맴돈다 이따금 고개 들어 바다를 바라보다 다시 고개 숙이는, 한 뼘 원주에 묶인 내 몸도 많은 날 해 저물고 목이 마르다 그러니 생은 팽팽한 심줄 끌어당기는 풀밭 그 한가운데를 바라보는 것 올봄, 내 아이가 처음 맨 ♧ 붉은 꽃으로 가다 저것들, 헤픈 듯한 웃음을 흘리며 길모퉁이에 서 있다 꽃잎 안을 살며시 들여다본다 반점 같은 씨방이 고요히 잠들어 있다 벌거벗은 내가 잠들어 있는 자궁 속이 저리 푸르다 저렇게 푸르다 칸나에게로 가면 붉은 꽃잎으로 둘러싸인 생명을 볼 수 있다 까맣게 숨어 있는 나를 들여다 볼 ..

문학의 향기 2023.06.09 1

한남리 '머체왓숲길' 1코스

‘머체왓숲길’은 서귀포시 한남동에 조성된 건강걷기 및 자연탐방 코스다. 5.16도로나 남조로에서 서성로로 들어서면 거의 중간쯤 서중천 옆 도로변에 ‘머체왓숲길 방문객 지원센터’가 자리했다. ‘머체’는 ‘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왓’은 ‘밭’을 일컫는 제주어의 합성어로 이전에 그 주변에 있었던 ‘머체왓’이라는 동네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금도 지원센터 북쪽에는 ‘머체오름(425.8m)’이 자리해 있다. □ 명품 도보여행 녹색길 이 길은 2012년 한남리 주민들의 발의로 머체왓 일대의 목장과 곶자왈, 생태숲 등을 돌아오는 도보 여행길로 조성했다. 과거 주민들이 이용했던 옛길을 토대로 길이 약 6km, 너비 1.5m의 새 길을 만들어, 방문자센터를 기점으로 남원․한남공동목장, 곶자왈, 머..

길 이야기 2023.06.08 4

동인지 '바람집 사람들'의 시(5)

♧ 나비 – 양시연 날‘비’자에 모기‘문’자 나에게 날아왔네 반평생 헤맨 사랑 이제 제 짝 찾은 걸까 허하마 이제 허하마 내 첫사랑 나의 비문飛蚊아 ♧ 기러기 통신 - 김미영 어머니 서랍에는 기러기 울음이 있다 서른 해 전 외상으로 놓고 가신 호마이카 농 반쯤은 칠 벗겨져도 그 울음이 묻어있다 때 아닌 역병으로 집안에만 갇힌 날 방청소 하다말고 슬그머니 당긴 서랍 물 건너 내가 보냈던 그 전보를 내가 본다 열 글자에 오십 원 ‘납부금 급 송금 요망’ 원고지 첫 줄에 뜬 가을하늘 기러기 떼 저 하늘 한 줄로 줄여 유서처럼 품고 있다 ♧ 콧구멍 도둑 – 김현진 사나흘이 멀다 하고 들어서는 친정 길 올레길 돌담 따라 살짜기 여문 텃밭 찜해 둔 애호박 몇 개 자루에 따 넣는다 대대로 내려오는 상할머니 백자 다기..

문학의 향기 2023.06.07 1

문영종 시집 '물의 법문'의 시(2)

♧ 바다 비 살 꿈틀거리며 꾸는 꿈에 다한 빛 닿아 물갈음한 바다 속 훤히 트여 발바닥까지 스미는 물소리 맥 집는 손 달아올라 이끌리는 물 속 한 바퀴 휘저어 물 젖은 옷 갈아입고 몰래 꿈꾸는 하늘로 도주하리라 몇 척의 구름이 발 동동 구르는 하늘 빙~ 돌아 기억이 묽어지면 바다에만 오는 바다 비 ♧ 바다를 꿈꾸며 바다를 두고 눈감으면 의식의 끝까지 물기운이 차올라 물결을 꾸꾸는 구름노래 구름을 꿈꾸는 물결노래 가슴 귀에 가득 출렁이고 푸른 핏줄기가 일어서도록 물길을 밟으면서 바람을 만나면 바람꿈 별빛을 만나면 별빛꿈 둥그런 수평선 안 中心에서만 논다 눈감고 바다를 보면 세상 온갖 것들이 보이지 않아 트인 귓속으로 바닷소리가 기어들고 트인 가슴엔 無心한 바다로 가득해 無心한 바다꿈만 꾼다 ♧ 밤바다에서 ..

문학의 향기 2023.06.06 0

정군칠 시집 '물집'의 시(1)

♧ 게와 아이들 게들은 어쩌자고 밀물을 따라와선 바지락바지락 서귀포를 끌고 가나 바다는 어쩌자고 게들을 몰고 와선 한 양푼이 푸우 거품을 쏟아놓나 어쩌자고 나는 또 자꾸만 헛딛는 어린 게의 집게발에 목이 메어 은종소리 쟁쟁거리는 그늘로 스며들고 있나 ♧ 모슬포 모슬포에 부는 바람은 날마다 날을 세우더라 밤새 산자락을 에돌던 바람이 마을 어귀에서 한숨 돌릴 때, 슬레이트 낡은 집들은 골마다 파도를 가두어 놓더라 사람들의 눈가에 번진 물기들이 시계탑 아래 좌판으로 모여들어 고무대야 안은 항시 푸르게 일렁이더라 시퍼렇게 눈 부릅뜬 날것들이 바람을 맞더라 모슬포의 모든 길들은 굽어 있더라 백조일손지묘百祖一孫之墓 지나 입도 2대조 내 할아비, 무지렁이 생이 지나간 뼈 묻힌 솔밭 길도 굽어 있더라 휘어진 솔가지들이..

문학의 향기 2023.06.05 2

인기글

'노아의 방주' 표착지로 알려진 아라랏 산

♧ 2023년 4월 17일 일요일 맑음 어제 예레반 시내를 비롯한 인근 지역을 오가면서 하루 종일 눈앞에 어른거리던 아라랏산이 가까이서 아주 잘 보이는 콜비랍 수도원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도 눈은 멀리 허연 눈을 쓰고 공중에 떠 보이는 아라랏산을 향한다. 대절한 대형 버스 차창으로 환히 보이는 아라랏산을 촬영해 보려 했으나, 뒤에 창문이 반사된다든지 전신주와 전선에 가려 잘 찍을 수가 없다. 예레반 시내에 위치한 호텔을 출발한 지 1시간여. 드디어 콜비랍의 작은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 입구에 도착하여 언덕으로 걸어가는데,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고, 음료수를 파는 가게들이 널려 있다. 얼마 안가 언덕 위에 도착해보니, 노아의 방주가 표착했다고 알려진 터키의 최고봉 아라랏산이 벌판 너머에 젊잖게 앉아 ..

해외 나들이 2023.05.05 1

서귀포시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상잣성길(2)

□ 목재문화 체험장 상잣성 숲길로 연못을 지나면 휴양림 서쪽에서 여러 가지 시설들과 만나게 된다. 목재문화 체험장과 해맞이숲길 입구, 야외공연장이 그것이다. 목재문화 체험장은 ‘목재에 관한 지식과 정보 제공을 통해 목재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목재 체험의 기회를 통해 관람객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곳이라고 했다. 사실이지 우리가 어렸을 당시엔 일부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목재를 만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목공 실습 체험실과 스토리텔링실, 아로마테라피 체험실, 편백․참나무 체험실, 유아 목재 체험실, 목재 정보관, 규화석 전시실 등에서 체험을 하거나 정보를 얻고, 간단한 가구나 장난감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 말찻오름과 해맞이숲길 목재문화 체..

길 이야기 2023.06.0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