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피리 – 송현숙 라일락 잎새 하나 뜯어 곡조를 실어 네게로 띄운다 어린 날 풀피리를 잘 불던 너 풀피리 연주 시작하면 하나둘 네 곁으로 모여들던 어여쁜 친구들 지금쯤 산 너머 피어오른 저 구름을 보고 있을까 ♧ 눈 내리는 밤 – 윤봉택 별들이 지상으로 숨비질*한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금이 간 바위틈 새이로 더러는 낙엽이 되지 못하여 동해 입은 낭섭* 우로 또는 덧난 옹이로 스미며 침향으로 날리는 그렇게 나려 쌓이는 별빛은 물욕의 어둠을 씻고 수만의 아지마다 흰 깁을 내려놓는다 --- *숨비질 : ᄌᆞᆷ네가 바다에서 작업하는 행위 *낭섭 – 나뭇잎이 제주어 ♧ 살얼음 – 윤성조 들숨 잠시 멈춘 새벽 고요 시퍼런 날 위 첫발 딛는 애기 무당 처럼 ♧ 노루귀 – 이옥자 이른 봄 산지를 찾아 그리움을 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