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 2월호 주요 목차
권두 에세이 | 임채우
신작시 26인 選 | 차영호 서정문 주경림 김기찬 김청미 김성중 김미외 김세형 박영배
배두순 조경진 조성순 남정화 박동남 이기헌 이강하 한문수 김이안 김원희 오명현
오광석 김은옥 김혜천 박노식 전선용 최영랑
기획연재 인물詩 : 이인평
신작 소시집 | 성숙옥
테마 소시집 |홍해리
시 에세이 | 나병춘 김승기
한시한담 | 조영임
♧ 시작詩作 - 차영호
‘말은 거울’이라고?
그럼 나는 여태껏 거울 잔등에 올라타고
꼬질꼬질한 빨래를 빨고 있었던 게로구나
♧ 지는 꽃의 표정 - 주경림
자목련이 흐드러졌어요
호박꽃이 된서리를 맞았어요
능소화가 절반만 피고 떨어지려고 해요
금불초가 갈래갈래 시들었어요
동백꽃이 통째로 툭…
그렇게 지고 있어요
모두 이중섭의 흰소, 황소, 싸우는 소…
소꼬리 끝에서 피어난 꽃들이에요.
♧ 사랑 서설 - 박영배
사랑은 가슴에 담아
온몸으로 피워내는 꽃
전설의 별을 안고
눈물로 씻어내는 고통
한 겹 한 겹 내 욕망을 걷어
그대 허물을 덮어주고
밤새 이슬의 노래로
상처를 보듬어주는 일이다
인연의 굴레에서
바위가 되고 이끼가 되고
서로의 심장에
등불 하나씩 밝혀주는 것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어 갖고
한 올 한 올 오색실로
꽃을 피워나가는 일이다
♧ 극빈 - 이강하
무리한 구조 변경은 극빈이다
한옥의 담이 살아 있는 나무라 좋았는데 그 자리에 CCTV와 철창이라니, 이유를 모른 이웃 사람들은 그 집 구석구석이 궁금하다 11월이 되면 더 궁금하다 오래된 장독간은 사계절을 잊은 채 목이 마르고 뒤꼍 앵두나무와 포도 넝쿨은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듯 핼쓱하다
극빈한 주인의 주름은 성형을 해도 불안하다
곡창에 곡식이 가득한데도
자꾸 그 집에서 도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춥고 배가 고프다
♧ 위태한 접신 - 김원희
시인이란 호칭 성스럽고 부끄러워
시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운명처럼 그가 비밀을 품은 듯 찾아왔다
시와의 합궁 묘미가 일탈의 외도와 견줄까
불면의 밤은 화려한 궁으로 변하고
세상 모든 것은 그가 되었다
시를 잉태한 만삭의 처녀
작두 타는 애기무당처럼 홀린 듯
접신의 위대함인지 위태함인지
시의 보살 내안에 들다
♧ 햇빛사다리 - 김혜천
여행은 서사敍事다
공간을 날아다니는 새들의 사연으로
마음 높이를 키우고
그 높이를 따라 걷다보면
공유한 시간으로 창이 열리고 깊숙이
묻어 두었던 생각을 꺼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와의 만남은
갈퀴처럼 모든 걸 앗아갔지만
모래 위에 쏟아낸
마지막 피 한 방울을 통하여
나를 바라보는 동공을 넓히고
바닥을 딛고 솟구칠 힘을 키웠다
서사의 중심에 나를 세우고
계곡 물소리를 따라 걷는 길
빛은 멈추지 않고
자작나무 숲 사이로 사다리를 놓는다
바닥까지 추락한 나도
저 햇빛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 산중일기ㆍ3 - 박노식
-처마 아래에서
볕이 드나드는 처마,
그 아래 서서
양손을 바지주머니에 넣는다
손도 비고 주머니도 비고
구름 같은 눈도 비어서 평안하다
♧ 그림자 - 전선용
뚜벅뚜벅 걷다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림자를 본다
밟을 수 없는 존재
너였구나.
내가 흔들리면 같이 흔들리고
쓰러질 때 함께 누운,
불 꺼진 방에서 증발된 너는 지금 어디에 있나
아직 아침은 멀었는데.
*'우리詩' 2017년 2월호(통권344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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