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달빛 아래서 본 백목련

김창집 2017. 3. 13. 08:55



올해는 백목련이 다른 해보다

열흘쯤 늦게 피었다.

 

모임에 다녀오다가

만난 꽃

휴대폰을 꺼내들고

모 시인하고 열심히 찍었다.

 

잘 나오든지 못 나오는 건

개의치 않았다.

 

찍으면서 그 멋진 서정을

즐기면 그만이었다.

   

 

 

백목련꽃 - 위선환

 

  그걸 알아보라고 했다 꽃이 피기는 필 것인지를 꽃 피는 날은 날이 개이고 하늘이 훨씬 가까울 것인지를 그런 하늘에서라야 꼭 꽃이 피는지를

 

  장지에 눌린 창호지가 툭, , 뚫리듯

 

  머리 위 여기저기서 하늘이 뚫린다 불쑥, 불쑥, 꽃봉오리들이 목을 빼 들이민다 가득하게 한 입씩 햇살을 베어 문다 이를테면 지금 백목련꽃이 피었다 하늘은 파랗고 저렇게 꽃이 희다

     

 

백목련 - 임종호(山火)


속 닮아

하아얀 얼굴

수줍어

담 안에 숨네

 

하늘에 비행기 날고

땅에는 네온 빛 찬란한데

내 사랑하는 이는

언제나 울안에서

다소곳이 있네

     

 

백목련 나무 아래서 - 김종구

 

언 땅에 발 묻고

가진 것 얼마나 버려야

하얀 눈 비비며

마음바래기를 얼마나 바래야

저리 가벼워질 수 있나?

 

시린 바람 속에서

얼마나 밝은 생각만 해야

저리 환하게 한번 웃어볼 수 있나?

 

, 나 없이 못 가져 환장한 세상에

욕심 하나 없는 하얀 손 내밀어

보여 주다가

 

더 가질 것 없이 푸르른

머언 하늘로 사뿐사뿐

하얀 버선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백목련 - 김상현


하나님이 내다 건 등불은 아름답다.

하나님은 이른 봄부터 분주히 다니시며

꽃등을 밝히신다.

큰집마당이나 작은집마당이나

큰길이나 골목길이나 거르지 아니하고

꽃등을 걸어놓으신다.

사람이 꽃등을 보고 그 마음 밝기를 소원하여

가지마다 꽃등보다 많은 등을 내다 걸며

어떤 것은 사랑이라 이름 짓고

어떤 것은 행복이라 부르며 제 마음을 밝힌다.

천지에 꽃등 환히 밝으면 또 다시

이 봄 가면 꽃등 사그라질 염려 없지 않지만

세상을 꽃등으로 밝히시는

하나님도 가끔은 외로워서

밤이면 빈가지에 별들을 매달아놓고

당신만의 소원을 비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내다 건 등불은 아름답다.



백목련 피던 날 - 홍윤표

 

아침의 꽃이

온 세상에 피어올랐다

 

겨우내 보듬었던 백목련

단잠 깨더니 청옥하늘에 봇물이 터졌다

실개울 굽이굽이 징검다리 건너

백목련 꽃잎 여는 소리

밤샘으로 별이 되었다

 

굴곡진 대지를 깨우는 봄의 소나타에

쌍두의 합창곡이

치마폭에 내려앉는다

 

물오른 도심공원 둔덕에

불타는 백목련 피어

꽃 잔치에 화전花煎 익는 내음새가

살 고운 비단강에 흐른다

봄은 온통 환상곡이었다

     

 

백목련 진다 - 김선우

 

이상하다, 계곡을 몰아쳐오는 눈보라

저 눈꽃떼를 어디서 만났던가

꽃으로 오기 전

네가 눈보라였다면 나는 무엇이었나

청명한 봄 한나절

돌연 단전 밑이 서늘해지고

내장을 따라 들어선 계곡에

, 잎새도 없이 만개한 적멸보궁

 

얼음 녹아 아지랑이 흐르는데

왜 너는 그토록 서늘한 미소로 흔들리는지

네가 웃는 자리마다 조금씩 금이 가며

계곡의 뿌리가 시큰하다

 

독은 독으로 멸한다는데

동토를 녹인건 열망의 독이었나

거꾸로 흐르는 눈보라의 꿈

 

사월 아침마다

목련꽃 져버릴까 두려웠더니

제 살 으깨며 번지는 석양 아래

눈보라여, 너는 자결을 준비했구나

뒤란에 나부끼던 무명 타래같이

새벽부터 곱게 몸단장 끝냈구나

 

꽃으로 오기 전 너는 무엇이었나

거꾸로 선 폭포였나 진흙창 뒹굴던 놋반지엿나

내 독은 아직 사타구니 뜨거운 희망이라서

절망을 멸하러 오는 절망의

맨얼굴을 볼 수 없다 네 발목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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