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홍해리 꽃시 '난蘭아 난蘭아'

김창집 2017. 4. 30. 01:12


아 난


뼈가 없는 네게는

뼈가 있는데,

 

뼈가 있는 내게는

뼈가 없구나.



너는

겨울밤의 비수요

대추나뭇가시

차돌멩이요

불꽃이다.



네게는

햇빛으로 피는 평화

햇빛으로 쌓는 역사

햇빛으로 웃는 사랑

햇빛으로 아는 진실

햇빛으로 보는 영혼

햇빛으로 타는 침묵

햇빛으로 엮는 약속이 있다.



네게는

바람으로 오는 말씀

바람으로 맞는 기쁨

바람으로 크는 생명

바람으로 얻는 휴식

바람으로 벗는 고독

바람으로 거는 기대

바람으로 빗는 무심이 있다.



네게는

물로 닦는 순수

물로 아는 절대

물로 사는 청빈

물로 비는 허심

물로 우는 청일

물로 빚는 여유

물로 차는 지혜가 있다.



네 발은 늘 젖어 있고

내 손은 말라 있다.


마른 손으로

너를 안으면

하루의 곤비가 사라지고,

 

 

먼 산 위에 떠돌던 별, 안개

바람이 네 주변에 내려,


내 가는 손이 떨리고

마취된 영혼이

숨을 놓는다.



고요 속에 입을 여는

초록빛 보석

살아 있는 마약인 너,


십년 넘게

네 곁을 지켜도 너는

여전히 멀다.

 

 

 

홍해리 꽃시집 금강초롱’(우리시인선 030, 도서출판 움, 2013)

향란회 제1회 새우란전(제주학생문화원 전시실, 2017.4.2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