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詩 6월호(통권 348호) 주요목차
*권두 에세이 | 오명현
*신작시 26인 選 | 최승범 정순영 조병기 김상현 주경림 김성중 나금숙 금별뫼 민문자
정온유 이수풀 조경진 지소영 남정화 박동남 이기헌 남대희 임채우 성숙옥
신진순 최지하 송문문 김혜천 유수진 강현미 장정순
*기획연재 인물詩 | 이인평 *신작 소시집 | 이주리
*테마 소시집 | 전정희 *임보의 연시집 일역 | 고정애
*영역시 | 백정국 *나의 대표작 | 강동수 복효근 양승준 이소암
*시 에세이 | 조봉익 *한시한담 | 조영임
♧ 다산의 간찰 - 최승범
-두 아들에게 보낸
큰 자제 학연
둘째 아들 한유
유배지에서도
훈유하시는 곡진기정
우러러
눈물겨워라
다산초당
저 등불
♧ 봄날에 - 정순영
가로수 꽃눈이 내리더니
건너 산이 연초록 적삼을 걸쳤네.
연분홍 활짝 핀 봄처녀
붉은 입술에 새벽안개가 촉촉하네.
싱그러운 봄날
나는 머리에 꽃을 꽂고
죽마고우竹馬故友를 불러
봄 타령으로 술잔을 권하네.
가슴 적시는 정담情談
소담한 삶의 옷깃을 추스르네.
♧ 낙화 - 조병기
꽃이 진다고
그냥 낙화가 아니다
꽃이 핀다고
그냥 개화가 아니다
아플 만큼 아프고
견딜 만큼 견디어야
향기로 피어오르나 보다
이 봄엔 나
풀풀 하늘이는 꽃잎이 되리
♧ 밥ㆍ51 - 김상현
어느 사랑이 제 살을 밥으로 내어줄 수 있으랴
사랑은 제 살을 깎아 양식으로 내어주는 것이니
문득 늙어 종잇장처럼 가벼워진 부모님이 생각난다
어느덧 나도 제 살을 깎아 밥을 내어주고서야
생의 나이테가 보이는 나이
아들아, 너도 아프고 외롭고 슬픈 자를 위해
제 살이 깎이는 아픔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대팻밥처럼.
♧ 인생 - 김성중
인생은 피곤한 직업
내려놓을 수 없는 중력
돌고 돌아서 숨이 멈출 때까지
돌아야 하는 쳇바퀴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우정에 울고
그냥 울고 싶어서 울고
통속적인 드라마에
인생이란 하중을 부려놓고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인생이란 행성은
돌고
돌고
돌고
♧ 운현궁의 4월 - 민문자
봄빛이 찬란한 한낮 운현궁 뜰
개나리와 진달래와 목련화가 다투어
자태를 뽐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색창연한 노안당 노락당 이로당에도
어김없이 봄이 와서 고목들이
울긋불긋 꽃을 피워 꽃대궐을 자랑하네
매화는 여전히 벌들을 불러 모으는데
대원군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운현궁은 이제는 명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듯
큰 대문 안쪽엔 매표소와 특설무대를 설치하여
테마 콘서트와 전통혼례 이용 홍보를 하는데
외국인 서너 명만 한복을 입고 관광하는 모습이 보이네
♧ 전어무침 - 정온유
아삭한 옷을 입고
톡 쏘는 말 한마디
말랑한 몸을 감싼
그녀 더욱 보고파
그리워 마른침만 삼키는
가을밤이 널 닮았다
♧ 피뢰침 - 남정화
저 높은 곳의 피뢰침
날카로운 송곳니 하나 뽑아 곧게 설 수 있다면
비굴한 일상 제쳐두고 온전하게 가난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지극하게 가난하여 외로워질 것이다
순한 담배 한 개비 곧게 피워 올리면
토도독 빗소리 가득 심연의 하루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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