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7월호와 능소화

김창집 2019. 6. 30. 07:10


비교적 이른 날짜에 배달된우리7월호는

때맞춰 핀 능소화와 함께 빛난다.

 

백석의 권두시 ’로 열고

오명현의 권두 에세이 , 고래 맞아?’로 시작된다.

 

새로 발표되는 따끈따끈한 신작시 20에는

임보 정순영 김순일 심종록 이종수 최정아 홍인우 김명림 민구식

이혜숙 마선숙 박광영 전영아 전정희 최서인 전선용 김진수 허기원

심승혁 김헌수의 시가 2편씩 올랐고,

 

신작 소시집은 유진의 '지켜본다는 말' 외 9

디카시 산책은 리호의 사진과 시 2

신입회원 특집은 유덕선의 시 4

평론으로 임채우의 자벌레

신작소시집 해설’은 백수인의 윤순호 작품

시 에세이는 이기헌 이주리 성숙옥의 글

이달의 공모시는 윤선중 김수연 강은주의 시

한시한담으로 조영임의 낮잠[午睡]이 주는 행복을 실었다.  

    

 

시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 임보

 

가능하다면 시의 길에 들어서지 마시라

 

한평생 시에 매달려 온 내 꼴을 보라

그래도 시를 써 보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몇 가지 부탁이 있다

 

시는 노래다

흥겹고 재미있게 읊도록 하라

 

시는 아름다움이다

그대가 써놓은 글에 아름다움이 없다면

미련없이 버려라

 

시도 새로워야 한다

그대만의 생각이나 표현을 담고 있는가?

모방과 답습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세상에 대한 비판을 시에 담고 싶다고?

그대의 안목이 옳다는 확신이 서면

그릇된 세상을 향해 철퇴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풍자와 역설의 옷으로 부드럽게 포장하라

 

시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

그대가 쓴 글이 세상을 어지럽힌다면

그대는 불량배지 시인은 아니다

그대의 글이 세상을 살지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시는 맑은 정신을 품은 경전이며

시인은 세상이라는 사원의 성직자다    


 

흰제비꽃 정순영

 

소쩍담

소쩍담

소쩍새 울음 목이 잠겨

 

해 기울어

연두 번지는 산과 들의 하늘이

자주색으로 물들면

 

실개천 조잘거리는 계곡 양지 언덕에

의 옷고름을 풀어헤친

자주슬픔 가신 제비꽃이 하얗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네.

    


헛말만 찔끔찔끔 김순일

 

  매일 어머니는 동네 공동 샘에 가서 물을 길어오셨다 물동이와 하나가 된 어머니는 언제나, 좀 급할 때도, 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물동이를 이고 오셨지

 

  단지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지 수십 년이나 된 나는 여기저기 헛말만 찔끔찔끔 흘리며 살고 있으니 단지와 내가 한 몸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더 갈고 닦아야 할는지 막막하기만 한 나는    


  

꽃 질 무렵 김명림

 

일상을 현관문 안에서만 지내시는 어머니

사방의 벽이다

 

밤새 걱정으로 지은 몇 채의 집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시고

입맛이 까칠하시다며 수저를 내려놓으신다

 

남의 손을 빌려 휠체어를 타고서야

밖의 세상에 닿을 수 있는 어머니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를 꿈꾸시고

 

두 다리와 몸이 멀쩡한 나는,

내 안에 나를 가두고

꽃 지려 하는 언덕을 힘겹게 넘고 있다    


 

 

자벌레 민구식

 

바랑 하나 없이

삿갓 지팡이도 없이

푸른 몸 하나로 재며 가는

순례

 

삼보일배

일보삼배

먼 길 빈틈없이 칼질하는 척

어느 성지聖地에서 멈추려나

푸름 따라 수직으로 오르는 길

 

길을 닮아 길이 되어

스스로 나무가 된 목불

성지聖枝가 된 푸른 몸

봄으로 피는 오체투지

산하山河를 간다    


 

 

문득, 유월 박광영

 

석류알처럼 반짝이던

그이의 고른 이를 생각한다

 

시간은 찢어진 바지처럼 새어나간다

 

문득,

유월의 저무는 무렵    


 

 

붉은 연서 - 전정희

 

햇살 환히 부서지는

눈 아린 물오름달

 

선운천 돌아서던 기억의 행간 너머

 

삼동三冬내 웃자란 그리움

문득 붉게 흔들린다

 

길게 휜 생각 하나 다리를 건너가고

 

겹겹이 쌓인 연서,

몰래 뜯어보던 풍경

 

첫 동백 피는 날 보잔

추신에서 목이 멘다

        

 

오색병꽃 유진

 

접목도 아닌 한 나무에서

다섯 색깔이 섞여 핀 꽃을 보고

희한타?

보는 이마다 입을 보태던

팔순잔칫날

성격도 모습도 제각각인 오남매의 재롱이

마냥 흐뭇하던 어머니

꽃이건 사람이건

개성을 돋보이려 스스로 진화되는 거지

한 뿌리에서 나왔는데 닮은 구석이 없겠냐며

깨물어 보여주던 다섯 손가락

아프지 않고 곱게 피는 꽃이 있겠냐며

목이 긴 청자술병 기울이는

봄마다 꺼내 보는 가족사진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월간 우리20197(37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