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2월이 밝아온다.
제주에서는
먼 옛날부터 치러온 봄을 맞는
탐라국 입춘굿 행사를 취소했다.
봄을 맞아 풍농을 기원하며
탐라왕이 직접 낭쉐(*나무로 만든 소)를 몰아
농사를 짓는 장면을 시연하며 덕담을 늘어놓고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해 왔는데,
올해는 3일 동안(입춘날 포함)의 풍성한 잔치를 계획했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당사자들은 힘이 빠지겠지만
모두가 꾹 참고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힘을 모을 때다.
2월이 올 때는 그렇게 어이없이 왔지만
갈 때는 만세 부르며 보내도록 힘써야 할 판이다.
♧ 2월 - 임영준
메마른 발자국에
물이 고인다
단순히 잔설이 떠난 자리를
새순이 차고앉는 건 아니다
은둔의 시간이 되풀이되듯
몽우리 돋는 시절도 다시 돌아온다
게다가 기대에 부푼 뿌리 위에
어찌 절망이 솟아 나오랴
♧ 2월의 시 - 홍수희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기꺼이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 2월에는 - 이향아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놋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 리 밖에 휘장 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리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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