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2월이여, 봄을 깨워라

김창집 2020. 1. 31. 23:59

 

온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2월이 밝아온다.

 

제주에서는

먼 옛날부터 치러온 봄을 맞는

탐라국 입춘굿 행사를 취소했다.

 

봄을 맞아 풍농을 기원하며

탐라왕이 직접 낭쉐(*나무로 만든 소)를 몰아

농사를 짓는 장면을 시연하며 덕담을 늘어놓고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해 왔는데,

올해는 3일 동안(입춘날 포함)의 풍성한 잔치를 계획했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당사자들은 힘이 빠지겠지만

모두가 꾹 참고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힘을 모을 때다.

 

2월이 올 때는 그렇게 어이없이 왔지만

갈 때는 만세 부르며 보내도록 힘써야 할 판이다.

 

 

♧ 2월 - 임영준

 

메마른 발자국에

물이 고인다

 

단순히 잔설이 떠난 자리를

새순이 차고앉는 건 아니다

 

은둔의 시간이 되풀이되듯

몽우리 돋는 시절도 다시 돌아온다

 

게다가 기대에 부푼 뿌리 위에

어찌 절망이 솟아 나오랴

 

 

♧ 2월의 시 - 홍수희

 

아직은

겨울도 봄도 아니다

 

상실의 흔적만

가슴께에서 수시로

욱신거린다

 

잃어버린 사랑이여,

아직도 아파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더 울게 하고

 

무너진 희망이여,

아직도 버려야 할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나로 하여

쓴 잔을 기꺼이

비우게 하라

 

내 영혼에 봄빛이

짙어지는 날

 

그것은

모두 이 다음이다

 

 

♧ 2월에는 - 이향아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놋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 리 밖에 휘장 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리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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