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산다는 것은

김창집 2020. 1. 27. 10:53

 

♧ 산다는 것은 -제산 김 대식

 

산다는 것은

황량한 들을 방황하는 것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것

많은 사람 있어도

언제나 홀로 가는 길

 

그래도

그대가 있는 하늘 아래면

산다는 것

홀로여도 좋은 것

 

그대가 밟는 땅이라면

산다는 건

홀로여도 외롭지 않은 것

 

사랑한다는 것은

홀로여도 좋은 것

 

그리워하는 것은

홀로여도 둘인 것

 

그대가 있는 하늘 아래면

산다는 것은

고생이어도 좋을 것을

 

♧ 산다는 것은 2 - 윤용기

 

좁다란 소파에

몸을 누이고

이따금 들려 오는 정적의 함성이

귓가에 따갑게 들려 온다

 

캄캄한 사무실에

터엉빈 사무실 집기들

이런 긴 날을 보낸 날들이

빗물처럼 쌓이고 쌓여

나의 청춘이 되었고

나의 삶이 되었다

 

새로운 소망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살아 온 시간의 수레바퀴

불면의 긴 밤에

호올로 외로움에 견디다 못해

목놓아 울어 봅니다

 

산다는 것은

어차피

홀로인 것을

불면의 밤 어둔 사무실 소파에 누워

흘러 온 시간만큼이나

또다시 흘러 갈

내 인생인 것을

 

못 견디게 외로워

몸부림치는 밤에

작은 목소리로 불러 보는

그리운 이름, 그리운 사람이여

목놓아 불러 봅니다

 

이 외로운 밤에

 

♧ 산다는 것은 - 배귀선

 

며칠 전 넘어져

무릎만 뚫어진 바지

꿰매고 있는 내 발등위로

배시시 햇살이 웃는다

 

산다는 것은

뚫어진 바지를 기우 듯

구멍 난 양은냄비를 때우 듯

누더기가 되어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묵혀진 애증

늙은 어부의 그물망처럼

꿰매고 또 꿰맨

낡지만 탄탄한 세월

 

낯선 모습의 하루가

선물로 주어진 오늘

조심스레 시간의 보따리를 열어

발등에 떨어진 햇살 저물도록

가장 평범한 일상을 엮고 있다

 

*복수초

--설 연휴 마지막 날이다.

왁자지껄 다녀갈 사람은 다녀가고

다시 혼자만 남아 많은 할 일을 생각한다.

 

쥐띠 해에 태어나

다시 쥐띠 해를 맞길 여섯 번째

쥐처럼 눈치 보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온 세월.

 

누구처럼 있어 거들먹거려야 잘 산 건가

아니면 거룩한 이름을 날려야만 잘 산 건가

 

지나고 보면 그저 평범하게

아이들 낳아 시집장가 다 보내고

살고 싶은 대로 지내면 그만이 아니던가.

 

언제 내릴지 모르는 인생

제 자존심 앞세워 남을 섭섭하게 하고

손에 꽉 움켜쥐고 펼 줄 모르는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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