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다는 것은 -제산 김 대식
산다는 것은
황량한 들을 방황하는 것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것
많은 사람 있어도
언제나 홀로 가는 길
그래도
그대가 있는 하늘 아래면
산다는 것
홀로여도 좋은 것
그대가 밟는 땅이라면
산다는 건
홀로여도 외롭지 않은 것
사랑한다는 것은
홀로여도 좋은 것
그리워하는 것은
홀로여도 둘인 것
그대가 있는 하늘 아래면
산다는 것은
고생이어도 좋을 것을

♧ 산다는 것은 2 - 윤용기
좁다란 소파에
몸을 누이고
이따금 들려 오는 정적의 함성이
귓가에 따갑게 들려 온다
캄캄한 사무실에
터엉빈 사무실 집기들
이런 긴 날을 보낸 날들이
빗물처럼 쌓이고 쌓여
나의 청춘이 되었고
나의 삶이 되었다
새로운 소망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살아 온 시간의 수레바퀴
불면의 긴 밤에
호올로 외로움에 견디다 못해
목놓아 울어 봅니다
산다는 것은
어차피
홀로인 것을
불면의 밤 어둔 사무실 소파에 누워
흘러 온 시간만큼이나
또다시 흘러 갈
내 인생인 것을
못 견디게 외로워
몸부림치는 밤에
작은 목소리로 불러 보는
그리운 이름, 그리운 사람이여
목놓아 불러 봅니다
이 외로운 밤에

♧ 산다는 것은 - 배귀선
며칠 전 넘어져
무릎만 뚫어진 바지
꿰매고 있는 내 발등위로
배시시 햇살이 웃는다
산다는 것은
뚫어진 바지를 기우 듯
구멍 난 양은냄비를 때우 듯
누더기가 되어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묵혀진 애증
늙은 어부의 그물망처럼
꿰매고 또 꿰맨
낡지만 탄탄한 세월
낯선 모습의 하루가
선물로 주어진 오늘
조심스레 시간의 보따리를 열어
발등에 떨어진 햇살 저물도록
가장 평범한 일상을 엮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다.
왁자지껄 다녀갈 사람은 다녀가고
다시 혼자만 남아 많은 할 일을 생각한다.
쥐띠 해에 태어나
다시 쥐띠 해를 맞길 여섯 번째
쥐처럼 눈치 보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온 세월.
누구처럼 있어 거들먹거려야 잘 산 건가
아니면 거룩한 이름을 날려야만 잘 산 건가
지나고 보면 그저 평범하게
아이들 낳아 시집장가 다 보내고
살고 싶은 대로 지내면 그만이 아니던가.
언제 내릴지 모르는 인생
제 자존심 앞세워 남을 섭섭하게 하고
손에 꽉 움켜쥐고 펼 줄 모르는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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