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가 밝고, 벌써 2월이 되었지만
정작 설이 지나지 않으니,
새해를 맞은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가 뚜벅 뚜벅 걸어 사라지고
굳센 호랑이가 등장하는
임인년(壬寅年) 설날 아침에야
지난 1년 동안 이 방에 열심히 드나든 분들께
세배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좀 참고 기다리며 주사도 꼭 맞아서
여름에는 우리 마스크 벗고
마음껏 돌아다닙시다.
그리고 만나서 한 잔 합시다.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설날 아침에 - 동호 조남명
매년 오는 해를
맞이하지만
새 마음으로 맞아야 하리
무언가 소망을 안고
첫날을 맞이하라
꼭 이뤄야 할 일
마음에 담고 첫 아침을 맞으라
나이 더 늘었으니
그 값을 해야 하고
내 나이 먹는 줄만 알면서
아이들 머리 크는 것 모르면 안 되느니
핏줄들 모여 조상 기리고
둘러앉아 떡국 한 그릇
술 한 잔 나눌 수 있음을
기뻐하고 만족해야 할 일이다
그리 못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각자 넘도록 새해를 맞지만
덧없는 세월은 흐르는 물 같으니
시간을 가볍게 허비하지 말 일이다
이 땅 어디, 누구에도 축복이 있기를
또, 아침 해에 빌어 보노라.
♧ 설날(214) - 손정모
자오선이 평소에 어디를 지나건
솔바람 소리에 깨어나는 산울림처럼
천체는 동에서 서로 기울기 마련이리라.
졸면서도 되풀이되는 타성의 발자취에
결코 이대로 둘 순 없다며
선조들, 지혜의 칼날 갈았네.
정월이 하필이면 겨울인 것은
춘삼월의 환희를 기약함일까?
강가에 드리워진 물안개처럼
내막 알 수 없을지라도
날 잡고 마음 가다듬어 여는
새해의 첫 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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