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이애자 시집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의 시

김창집 2022. 3. 16. 00:09

 

목련꽃 피면

 

언제 요 실가지에 물오를까 했지요

 

젖이 돌지 않아 젖 한 번 물리지 못한

 

내 아들 배냇저고리 봄이 꺼내 흔드네요

 

 

 

땅꽃

 

눈물 맺힌 날에도 맑게 웃어 보이더라

 

허리가 아플 때면 허리가 어디 있냐는……

 

한없이 저 작은 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똥깅이

 

일만 시키면 부글락부글락 주둥이 닷말에

 

숨을 구멍만 있으면 옆으로 새는 버릇에

 

어머니 떠나신 지금 누가 말젯년아~ 불러줄까

 

 

 

나팔꽃

 

만혼의 씨앗 하나

점지해 달라고 점지해 달라고

 

하늘에 줄까지 댄

나팔관이 숙명인 꽃아,

 

까맣게

여름을 보낸

마른 씨방이

뜨겁구나

 

 

 

상큼한 달

 

일당 육만 원에 덤으로 벌겋게 익은 얼굴

누굴까? 행주구름 사이 얇게 저민 보름달을

 

오이 좀 붙여보이소

! 귀여운

저 귀띔

 

 

 

꽃등 하나면

 

송전탑 강행 없이도 꽃은 환히 피었더라

 

백목련 만발 켠 봄날 블랙아웃은 없어라

 

차 한 잔 충전만으로 하루가 따뜻하여라

 

 

   *이애자 시집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시와표현 시인선 035, 201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