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꽃 피면
언제 요 실가지에 물오를까 했지요
젖이 돌지 않아 젖 한 번 물리지 못한
내 아들 배냇저고리 봄이 꺼내 흔드네요
♧ 땅꽃
눈물 맺힌 날에도 맑게 웃어 보이더라
허리가 아플 때면 허리가 어디 있냐는……
한없이 저 작은 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 똥깅이
일만 시키면 부글락부글락 주둥이 닷말에
숨을 구멍만 있으면 옆으로 새는 버릇에
어머니 떠나신 지금 누가 말젯년아~ 불러줄까
♧ 나팔꽃
만혼의 씨앗 하나
점지해 달라고 점지해 달라고
하늘에 줄까지 댄
나팔관이 숙명인 꽃아,
까맣게
여름을 보낸
마른 씨방이
뜨겁구나
♧ 상큼한 달
일당 육만 원에 덤으로 벌겋게 익은 얼굴
누굴까? 행주구름 사이 얇게 저민 보름달을
“오이 좀 붙여보이소”
오! 귀여운
저 귀띔
♧ 꽃등 하나면
송전탑 강행 없이도 꽃은 환히 피었더라
백목련 만발 켠 봄날 블랙아웃은 없어라
차 한 잔 충전만으로 하루가 따뜻하여라
*이애자 시집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 (시와표현 시인선 035, 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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