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홍성운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의 시조

김창집 2022. 10. 11. 00:33

 

 

말똥구리가 있는 풍경 2

 

 

품삯 없는 내 행위는

어쩌면 고집이다

온종일 부역 끝에

남는 게 똥덩이라니

밑바닥

십여 년쯤에

  뜻을

       알 것

               같다

 

등어리 씻겨주는 밤이슬도

고맙지만

습성처럼 떨어지는

별똥을 바라보면

하늘은

품위보다도

깨어 있음이

  름

    답

      다

 

 

 

 

이어도, 낮은 불빛은 타오르고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아본 사람들은

수평선이 발행한 주식을 할당받아

이따금 어시장에서 시세를 가늠한다

 

주가가 낮으면 낮은 대로 견디어 온

흉어의 자맥질에 불안한 물새들아

섬 하나 젖은 꿈자리 미리 찍어 두었다

 

성산포 해가 뜨면 이어도에 달이 뜨고

한림항에 바람 일면 이어도는 출어하네

누구냐 시장 개입해 상한가를 들먹이는

 

매각한 이 없어라 반딧불만한 생각 하나

시원의 물결 따라 떠 흐르는 섬이여

까치놀 낮은 불빛이 난바다에 가득하다

 

 

 

 

들국화

 

 

빙점 향한 어느 순간

내 의식은 깨어난다

 

늦은 나비 흩트리는 아침 안개 틈새로 조금은 슬픈 눈빛 이 세상에 던지며 짐짓 비탈에 낮게 사는 들꽃이여

 

간간이

뼈를 울리는

섬바람도 섭섭하다

 

*사진 출처 : 카페 여행등산야생화 사진

 

가을 밤나무 숲

 

 

생밤 쩍쩍 벌어지는 밤나무 숲에 서면

집단 무의식이 환장스런 오르가즘

배란기 야생 밤꽃이 환장케 부풀더니

수액 빨던 잎맥이며 번들거리는 이파리도

가을새 한 마리가 끌고 온 바람 타고

불혹에 새치를 뽑듯 초록물을 빼고 있다

 

 

 

 

어느 혜성을 위하여

 

 

맨 처음

그것은 한 떨기 그리움이었다

늦사월 왕벚꽃이

제 꽃잎 놓아주듯

무중력

풀린 별 하나

먼 하늘의 여인이여

 

하쿠타케* 그 사람은

밤이 좋아 별이 됐지

못내 풀지 못한

속내 이야기야

때 되면 별똥 내리듯

숯으로야 남겠지만

 

백제 금강 곰나루를

물결 따라 떠난 이는

역류의 물소리로 섬 머리를 때리며

어긋난

사랑 하나를

궤도에 띄우고 있다

 

---

*일본인 아마추어 천문학자 하쿠타케에 의해 발견된 혜성.

 

   

                  *홍성운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푸른숲, 199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