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매화 핀 들에 서서

김창집 2004. 2. 28. 16:58

오늘 방학중 마지막 근무라 학교에 갔다가

문득 지난 봄 매화가 생각이 나서

학교 울타리 넘어 과수원으로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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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나를 맞은 것은 영춘화였다.

분명 '봄을 맞는 꽃'이라는 이름답게 앙증맞은 노란 빛을

띠고 병아리마냥 재재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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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 복효근
 
내 첫 가시내의  그 작은
젖꼭지 같은

입술만 깨물던 그 하얀
덧니 같은

그 비릿한
살내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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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향을 맡아 보았더니 매섭고도 은은한 향기가 피어오른다.

아직 이곳 중산간 쌀쌀한 기온에도 굴하지 않고 이렇게 난만히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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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붉디붉은 홍매화는 얼마나한 열정을 지녔기에

저리도 붉게 피어나는 것일까?

절에 갔다가 홍매화만 보고 왔다는

박영호 시인의 '홍매화'가 떠오른다. 
 
화엄사로 봄나들이 다녀온 아내의
옷깃에 묻어온 매화 향기가
방안 가득 퍼지며 저녁 선잠을 깨운다
뜰에 활짝 핀 매화 향기가 너무 진해
부처님도 보지 않고
홍매화 그늘에서만  맴돌다 왔다 한다
아직도 향기에 취한 듯
아내는 이내 단잠에 빠진다
방안에 퍼지는 향기의 미세한 결 속에
싱그런 지리산 바람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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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곧은 선비나 매서운 지사에 비유하는 이 매화 앞에 서서

갈수록 게을러지는 자신을 채찍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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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움트는 저 모과나무의 새싹도

어느 꽃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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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피어나지 않은 저 매화 꽃봉오리를 보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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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피어른 매화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돌아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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