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고도 첫날.
오늘은 10시반에 종친회가 있는 날이어서 느지막이 차리고 나섰다.
회의장과의 거리는 500m 남짓--.
날씨가 너무 좋아 걸어가기로 작정하고 카메라를 들고 가는데
삼성혈 주변에 이르러 어린이집 마당에 갓 피어오르는 목련을 보았다.
진정 3월은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누가 거기
맺힌 그리움을 터뜨리고 있는가
느닷없이 귓볼
달아올라 달아올라
눈을 감으면 희미한 옛 이름의
향기가 물약처럼 퍼져 온다
하얀 꽃 그늘 가버린 날들이여
구름구름 피어올라
피어올라 날고 있는가
비 그친 봄 하늘을
-- 고명 '목련이 필 때'
생각하면 너무 이르다 싶은 오늘
너는 화안하게 등불을 밝혀 놓았구나.
삼성혈 남녘 담장 너머로 솟아오르는 장미 어린 순도
맑은 얼굴로 태양과 마주하고 있었다.
목련 꽃에 화답하듯 개나리도 피어나
눈짓을 주고 받는다.
골목 안을 들여다 보니
수국도 꽃처럼 잎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뿐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 울타리를 들여다보니
저 솜처럼 부드러운 살구꽃!
채마밭 배추꽃도 저렇게 피어났는데
나만 부끄럽게 겨울 옷차림으로 나들이를 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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