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과수원 길의 아까시나무꽃

김창집 2007. 5. 11. 01:03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끗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어렸을 적 즐겨 부르던 이 동요가 아련하다.
지난주에 별도봉에서 한 차례 찍었는데 너무 높아서
오늘 퇴근 길 과수원 옆 낮은 곳에 핀 걸 찍었다.

 

1900년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의 헐벗은 산에 심으려고
선교사 등을 통해 들어와 공터에 심어졌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던 이 나무는 땔감은 물론
꿀을 제공하는 밀원 식물로서도 그 역할을 다했는데,
상록(常綠)의 아카시아와는 다른 아까시나무였다는 것이다.

 

 

 

♧ 아까시나무(false acasia)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낙엽교목으로 아카시나무라고도 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며, 높이 약 25m이다. 나무껍질은 노란빛을 띤 갈색이고
세로로 갈라지며 턱잎이 변한 가시가 있는데, 잎은 어긋나고 홀수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9∼19개이며 타원형이거나 달걀 모양이고 길이 2.5∼4.5cm이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어린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은 길이 15∼20mm이며 향기가 강하며, 꽃받침은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협과로서 납작한 줄 모양이며 9월에 익는다. 5∼10개의 종자가 들어 있는데,

종자는 납작한 신장 모양이며 길이 약 5mm이고 검은빛을 띤 갈색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관상용이나 사방조림용으로 심으며 약용으로 쓴다.
가시가 없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을 민둥아까시나무,
꽃이 분홍색이며 가지에 바늘 같은 가시가 빽빽이 나는 것을 꽃아까시나무라 한다.
열대지방 원산인 아카시아(Acacia)와는 다르다. (네이버백과)
 

 

♧ 아카시아를 위한 노래 - 목필균

 

가자. 이젠 기다림도 소용없어
만개한 오월이 너를 끌고
더 길어질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걸

 

쪼로록 쌍으로 줄지어 펴진 잎새 사이
총총히 하얀 꽃 숭어리 흐드러져도
떠날 사람 다 떠난 텅 빈 시골길
네 향기 분분한들 누가 알까

 

가자. 눈먼 그리움도 소용없어
우거진 초록이 너를 안고
더 슬퍼질 추억 속으로 들어갈 걸

 

잉잉대는 꿀벌 날갯짓 바쁜 꽃잎 사이
까르르 웃어대는 하얀 향기 흐드러져도
잊을 건  다 잊은 텅 빈 산길에
네 마음 젖었다고 누가 알까

 

 

♧ 아카시아 2 - 정군수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몸을 감추고
속살 채워갈 때
거친 껍질에 가시를 세우고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나무
낫으로 베이고 괭이로 찍히다가
황토밭에 뿌리내린 죄
동학군 내려오던 보릿고개
보리모가지 푸른 오월에 꽃이 핀다
동학군 흰 옷자락 나부끼며
봄이 가는 산자락
등성이 너머 들녘까지 밀고와
하얀 함성으로 피어오른다
쑥부쟁이 엉겅퀴 순 솟는 길
속살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꽃물 질겅질겅 향기 토해내는
갑오년의 아프디 아픈
허어연 웃음으로 피어난다

 

 

 

♧ 바람 불던 그 밤에 루사가 지나간 숲 속,

    뿌리뽑힌 아까시나무에게 - 남유정(南宥汀)
    
너도 이 세상을 떠날 때면
눕는구나
누군가 마르지도 않은 널
톱질했다
너의 피라고 해야할까
젖어서 한없이 보드라운 톱밥의 향기는
잘려진 네 밑동에 어지러이 흐르고
너의 순결한 피에 내 손을 씻는 저녁이다
그 밤, 넌 엉겨있는 얼굴을
땅 속에 묻고
물구나무로 서 있었지?
무엇인가 잡고 싶었을 거야
바위, 진흙, 그 보다 더 단단하고 차진 것을
네 몸과 결합하고 싶었을 거야

 

 

지상으로 드러난 네 웃자람이 얼마나 성급했나를 천 번도 더 흐느꼈을 지 몰라
아까시나무야, 슬픈 건
내가 기대였던 너의 등에
다시 기댈 수 없기 때문이 아니야
너에게 들려주었던 내 시의 풍화를
덧없어함도 아니고
다시는 꽃핀 너의 향기 속에
나를 맡기지 못 해서가 아니야
그 날, 루사가 이 숲 속을
저 혼돈의 첫날처럼 광폭하게 흔들어
울부짖음으로 소용돌이치게 하던 날,
나의 내면은 너무도 요요해서
나는 저 바람의 중심으로 깊이 걸어 들어가
상승하는 고요 속에 앉아
형용할 수 없는 기쁨으로 들끓어 오르는
심장부의 떨림에
바람 부는 허공에 문장부호처럼 떠다니는
우주의 거센 기운에
다만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나뭇잎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바람의
그 밤, 너를 흔들었던 것은
작두를 타고 싶은 무속의 피,
나를 잠재워 놓고 몰래 빠져나갔던
내 속의 숨은 광기, 미친 바람은 아니었을까
미안하다, 우묵한 빈자리
뭇 뿌리뽑힌 삶,
아까시나무야

 

 

 

♧ 나뭇가지에 매달린 - 이시백

 

너를 며칠 동안 지켜보았다
나무기둥에 걸친 채 바람이 부는 대로
온 몸을 내주며 잔뿌리까지 흔들리는
그네 줄의 신세 수염틸란드시아

허공 속에서 한 줌의 흙 향기를 맡아내는 너
공기 중 수분으로 물관의 신경줄을 넓혀 가는
끈질긴 몸부림

 

세종로 교보빌딩에서 혹박테리아처럼 붙은
너와 비슷한 수염뿌리를 알고 있다
유리창을 닦고 있는 의정부 심씨 봉천동 정씨
박테리아 수염뿌리로 밧줄에 매달려
허공 속에서 자신의 살점을 밀어내고 있다

한번 타기 시작하자 끝없는 변두리 신세
이제 땅에 있으면 더 불안해하는 그들
이들의 머나먼 조상이 바로 너라고 믿는다

 

수염틸란드시아 허연 잔뿌리 너를 보며
내 밧줄의 끝자락은 어디에 있나 살펴본다
나름대로 묶어두었던 든든한 밧줄
그게 어디에도 없고 폭풍우 지난 자리

 

아까시나무 잔가지에 걸려 나부끼는
허연 일회용 비닐 끈
바람에 흩날리는 나의 실체가 보인다
변두리로 자꾸만 밀려나는

 

 

♬ 청산에 살어리랏다 - 연주 Mischa Ma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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