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민 아이누족 민속촌 시라오이 뽀로또꼬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꼬딴꼬꾸르꾸르상
■ 2011년 2월 18일 금요일 맑음
♧ 꿈에 그리던 북해도
아침 7시30분. 전날 제주어보전회 이사회가 끝나 술을 좀 마셨지만, 설렘에 비해서 아침 일찍 깰 수 있어 준비해둔 가벼운 짐을 들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이제 선친께서 젊어 징용 가서 고생했던 북해도 땅에 간다하니, 그 어느 때보다도 들떠 있다. 물론 여행사 사장이 함께 가지만 40명의 탐라문화보존회 회원들과 같이 가기 때문에 인솔책임은 회장인 내가 져야 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방문을 한 터라, 이국적인 느낌이나 신비스러움은 덜하지만, 북쪽에 위치한 겨울 호카이도는 위도상으로 아주 북쪽에 치우쳐 있어 그 추위나 눈의 모습은 쉽게 상상이 안 되기에 더 설레는 것이다. 더욱이 그곳은 나의 아버지가 25살의 젊은 나이에 어린 딸 둘을 어머니에게 남기고, 징용으로 끌려가 15개월 동안 광부가 되어 석탄을 캐며 고생했던 곳이 아닌가?
공항에는 벌써 일행들이 모여 탑승 수속을 받고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회원들의 티켓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이른 시간에 개찰구를 통과해 남들이 면세점에 들른 사이에 얼른 국수 한 그릇을 해치우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8시 20분에 이륙한 대한항공 KE1204기는 정확히 50분만에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은 후 셔틀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비록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의 배경이 되는 곳은 아니지만 몇 달 동안 쌓인 눈이 기가 막힐 거란 생각을 하면서….
* 첫날밤 들른 삿뽀로 TV탑
♧ 진에어로 홋카이도(北海島)까지
만남의 장소에서 하나투어 소속 김금희 가이드와 인사하고, 출국 수속을 받아 남는 시간 면세점을 전전하는데, 때마침 왕자 행차 행사를 벌인다. 카메라를 짐에 넣어 부쳤기 때문에 찍진 못하고 그냥 구경만 하였다. 하지만 일본으로 가며 만났던 그 행차는 우리가 누구고, 어디에 서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했다. 과거 우리를 종처럼 얕보며 괴롭혔던 나라, 지금은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우리가 보란 듯이 관광하러 가고 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작은 몸집의 진에어(JINAIR). 일주일에 두 번 일본 호카이도 치도세 공항을 왕복한다는데, 정해진 날짜에 특별 전세기로 다니기에 여행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12시 30분. 우리를 태운 비행기가 사뿐히 날아오른다. 블루진을 입은 상큼한 승무원들이 인사를 받으며, 2시간 30분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여행 안내서를 찾아 읽어본다.
잠시 후 기내식을 나눠 주는데, 간단한 스낵류이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국내선에서도 2시간 거리만 넘으면, 식사가 나오고 맥주도 제공되는데, 우리 항공사들은 너무 짜서 국내에서는 차 한 잔, 어떤 곳에서는 사탕 몇 알 주고 그만이다. 한 번은 부산에서 큐슈를 가는데, 요구르트 하나로 입막음 한 적도 있다. 해장으로 맥주 한 캔이 절실했는데, 여행사 이범종 사장이 한 캔을 사서 컵에 따르고 나머지를 내게 내민다.
*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쇼와신잔
♧ 홋카이도(北海島)는
홋카이도는 면적이 77,981.87km²로 일본 열도에선 혼슈 다음으로 두 번째, 세계에선 21번째로 큰 섬이다. 남쪽의 혼슈(아오모리 현)와는 쓰가루 해협으로 갈라져 있으나 세이칸 터널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수만 년 전 빙하기에 시베리아에서 사람들이 건너왔으며, 기후가 온난한 까닭에 혼슈에서도 넘어와 구석기 시대를 거치면서 토기를 중심으로 한 조몬 문화를 이룩했다.
일본에서 경작 가능한 땅은 전체의 4분의 1이 홋카이도에 있어, 쌀, 보리, 감자, 고구마, 양파, 호박, 귀리, 우유, 소고기의 생산량이 전국에서 1위이고, 삼림이 많아 임업이 규모가 크며, 수산물의 생산량도 전국 1위이다. 관광업은 홋카이도의 중요한 산업으로 특히 시원한 여름 덕분에 본토의 더위와 습기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겨울에는 눈 축제와 스키를 포함한 동계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우리는 치도세 공항에서 내려 삿포로로 가면서 시내 관광, 이튿날은 구 북해도청사, 맥주공장을 돌아보고, 오타루 운하와 오르고당 관광 후, 니세코로 옮겨 후키다시 공원을 본 뒤 도야에 가서 온천을 하며 1박한다. 셋째 날은 도야 호수 유람선 관광, 활화산인 쇼화신산 등을 보고 나서 온천욕을 즐기고, 노보리벳츠로 이동, 노보리베츠 시대촌 관람, 지옥계곡 관람후 온천욕, 넷째 날은 시라오이에 가서 아이누 민속 박물관 관람하여 치도세 공항으로 오게 되는 3박4일의 일정을 소화한다.
* 부지런히 대게를 먹는 모습
♧ 무한 리필의 대게 먹기
점차 바다와 눈이 덮인 북해도 땅이 보이자 얼마 없어 내린다고 기내 방송을 한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내려 수속을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얼굴 사진을 찍고 지문을 검사하기 때문인데, 어떤 사람은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렇다고 투덜댄다. 그러나 로마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무조건 항의할 수도 없고, 처음부터 기분 상하면 자기만 손해란 생각이 들어 통과의례로 치부해버린다.
치도세 공항에서 삿포로까지는 1시간 거리. 눈이 내리다 말다를 계속하는데, 길에는 눈이 별로 쌓이지 않았고, 눈을 안 치운 곳은 엄청나게 쌓였다. 주요 도로는 열선(熱線)을 깔아 조금 온 눈은 다 녹여버린다고 했다. 겨울에 눈 관광으로 사는 곳이어서 궁하면 궁한 대로 통하는 것 같다. 배가 고프다고 먼저 저녁부터 먹자는 제안에 시간도 거의 되었고 해서 바로 식당으로 갔다. 8층인가 올라간 건물의 그리 넓지 않은 방에 오소도손 모여 앉아 대게 파티를 벌인다.
네 사람이 한 상을 차지하여 대게 발만 뜯어 한 쟁반씩 내오는 것을 기본 반찬과 함께 먹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맥주를 몇 병 산다고 하여 대게를 먹고 또 먹고 또 부르고 하면서 배를 채운다. 튀김 요리도 나와 기본 반찬에다 된장국까지 곁들여 밥까지 먹고 나니,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오니 날이 어두웠다. 오오도리 공원에 가보니, 눈 축제장엔 조각이 치워졌고, 삿포로 TV탑에 올랐다가 내려와 숙소인 치산 그랜드 삿포로 호텔로 향했다.
* 대게를 먹은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
♧ 삿포로(札幌)의 밤거리 풍경
방을 배치 받고 간단히 씻고 나자 허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고 통과하고 타는 일만 했지, 뭐 제대로 한 것도 없지 않는가? 이곳저곳에 전화를 해서 허전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아무리 비싼 일본의 술값이지만 나눠서 내면 별 것 아니니 겁부터 내지 말고 이곳의 술 문화도 접해봐야 한다는 나의 지론에 모두 찬성이다. 사실이지 여행비는 이미 내어 있어, 한 푼 없어도 걱정은 없다.
오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라 하고는 먼저 술집을 물색하러 나갔다. 눈이 사르륵사르륵 내리는 거리, 언 바닥을 의식하여 미끄러지지 않게 종종 걸음으로 식당을 찾아 간다. 가는 곳마다 모임을 하는지 여러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다. 여기 삿포로 맥주가 유명하고 관광지어서 그런진 모르지만 우리와 저녁 문화가 많이 닮아 있다. 한참을 찾은 끝에 한 할머니와 그의 며느리인 듯한 중년 여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들어갔다.
삿포로(Sapporo)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청소재지로 이시카리강(石狩川)에 접해 있다. 1871년 넓은 가로수 길들이 직각으로 교차하도록 도시계획을 했고, 1886년에 도청소재지가 되었다. 정부의 개척사(開拓使)가 설치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동해에 있는 외항 오타루[小樽]와 함께 상업의 중심지이다. 주요산업으로는 식품제조, 제재, 인쇄, 출판업 등이 꼽힌다. 1972년 동계 올림픽이 열린 이후, 해마다 열리는 눈 축제로 관광 도시가 되었다.
* 호텔에서 내다보이는 삿포로 야경
♧ 사케와 맥주를 간단히
일행은 10명이어서 해물구이 두 접시와 맥주와 사케를 시켰다. 사케(sake)는 위스키나 와인, 맥주와 동급으로 치는 일본술(日本酒)를 말한는데, 쌀로 담그며 15~17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청주로 생각하면 좋다. 정종은 사케의 한 상품명이란다. 사케는 옛날 중국집에서 빼갈을 먹었던 한 홉짜리 도꾸리 같은 것에 담아 내놓는다. 맥주는 보통 우리 유리컵보다 작은 잔에 생맥주로 따라 내온다.
새우와 생선 도막, 삼겹살 등을 구워 마시려니 술이 간에 차지 않는다. 한잔씩 더 시키고 나니, 다른 손님이 와서 우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일본 사람들은 그 정도면 끝나는 모양이다. 강원도에서 수입해온 그린(경월) 소주가 있어 값을 물어보니, 사각의 병에 든 500ml가 3천 엔이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만 원정도니 이곳에까지 와서 소주를 마실 필요가 왜 있느냐면서 모두 말린다.
웃는 소리가 들려 자세히 보니, 장난삼아 호주머니에 1홉 여행용 소주를 갖고 온 일행이 있어 그걸 사기로 된 사케병에 넣고, 따라 마시고 있다. 걸리면 10배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어르고는 대충 술자리를 마감하고, 한 사람 당 1천 엔씩 모아 술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적당히 마신 술 때문인지, 바람이 없어 그런지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 300m의 밤거리를 걸어 호텔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계속)
* 설국 - 눈밭과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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