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길에 한창 피어오르는 맨드라미를
만났다. 대부분 만나는 맨드라미는 오래되어
허옇게 바랜 부분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 백암온천 산책길에서 만난 맨드라미는
이렇게 깨끗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맨드라미는 비름과의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가 90cm 정도이고 곧고 붉은색을 띠며,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다.
7~8월에 닭의 볏 모양의 붉은색, 노란색,
흰색 따위의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는 개과이다.
꽃은 지사제로 쓰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 맨드라미 - 문병란
한여름 뙤약볕
벌거벗은 맨드라미
꽃대궁에 매달려
발갛게 익어간다.
붉다간 못하여 이젠
검붉게 그을린 꽃비늘
더위 먹은 수캐도
꽁지 늘어뜨린 오후의 뜨락에
장려한 여름의 뙤약볕이
맨드라미의 입술을 쪽쪽빤다.
수줍은 봉사꽃 아가씨 옆에
8월의 여인 접시꽃 키가 크고
앙징스런 키에 그래도
노염에 맵씨 예뻐가는
시방, 맨드라미도 바람기가 한창이다.
연지도 분도 바르지 않고
비누 목욕 향수도 바르지 않고
땀내 익은 오디 내음
뜨거운 가슴 열어 놓고
땡볕에 익은 살결
소름 돋친 그리움이여
소나기 한 줄금 지나간 다음
누굴 기다릴 나이도 아닐텐데
무지개 걸린 동녘 하늘 향해
앙당한 모가지 길게 느려본다.
♧ 맨드라미꽃 - 박얼서
누이야, 너
그거 생각나니?
혈흔처럼 피던 동심
그리움이 아픔이라는 거
못 다한 이야기
검붉게 피어올라
이제야 말문을
활짝 열어놨구나.
♧ 맨드라미 - 이승훈
이제 문학은 모든 절박한 노래는
언제나 흐리고 밟히는 것은
어디 숨어버린 사랑은
붉은 바람 한 조각 들고
달리는 말의 저쪽에서
더욱 가혹하게 시드는 우리의 말은
넘치면서 죽어가는 말은
그대 사는 거치른
사북 고한 황지는
어디고 위험한 나라
어디고 필요한 그리움은
예수 같은 시간 흐르게 하건만
한밤이고 철면피한 하늘이고 사막인
헐벗은 대낮은
사랑을 배울 수 없어
해는 내려 쪼이는데
산비탈에 붉은 해는 펄럭이는데
이토록 죄송한 생은
아아 여름 맨드라미는
♧ 맨드라미 - 정지원
그녀는
늘 취해 있었다
웃음도 향기도 없이
목에는 붉은 핏줄을 세우고
국화 코스모스 과꽃들이
속살거리는 틈에서도
외로운 모가지를 하고
그러던, 어느 가을 날
비로소 주근깨 같은 함박웃음을
송두리째 털어 내고서야
그만의 향기가 있었음을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꽃이라 불러주지 않았다.
♧ 맨드라미 - 이구학
지구에 못질한다
불 망치로 박고 있다
동맥이 쭉 뚫렸다
심장까지 들어갔다
담 밑에
불이 붙었다
하늘까지 불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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