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경북북동부로 답사가면서

김창집 2011. 8. 19. 00:11

 

사단법인 탐라문화보존회 회원 30여명과 함께

2박3일 동안 경부북동부 지역으로 답사 나간다.

몇 차례 다녀온 곳이지만, 작년 하회와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의 모습과

그 의미를 부여하여 다른 눈으로 보려는 것이다.

 

대구공항으로 가서 대구공항으로 오게 되는 이번 답사는

사이에 주왕산과 오가는 길 유적을 연계하여 동선을

적게 하여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며 짜임새 있는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계속되는 행사와 바쁜 일정으로 작년과 금년에는

사라져 가는 여름새우란을 볼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제 원고를 탈고해 보내고 잠시 한라수목원을 산책하다가

난실에서 깨끗하게 피어난 여름새우란을 만났다.

    

 

♧ 탐문회 2011년 경북 북동부 답사 일정표

 

8월 19일(금) 제주 08:50 제주국제공항 3층 아시아나항공 카운터 앞 집결

제주 09:30 비행기 탑승 45분 출발, 10:45 대구공항 도착

안동 12:00 안동 도착 점심

하회 13:00 하회마을 - 하회세계탈박물관 - 병산서원

안동 16:00 옥동삼층석탑 - 제비원석불 - 신세동 칠층전탑

백암 18:30 백암온천 도착 저녁식사 후 자유 시간(1박)

 

8월 20일(토) 백암 06:00 기상, 아침 식사 후 출발

청송 08:30 주왕산 등반(A코스 대전사 - 제3폭포 왕복, 3시간)

B코스 대전사 - 제1폭포 - 후리매기 - 칼등고개 -

주왕산(721m) - 대전사, 8.9km, 4시간 20분

청송 13:00 점심식사 후 포항으로 이동

경주 15:00 정혜사터 13층석탑 - 옥산서원과 독락당

포항 17:00 저녁 식사 후 자유 시간(1박)

 

8월 21일(일) 포항 [선택] 05:00 기상, 장기곶 등대 일출(일출시각 05:45)

포항 07:00 기상, 아침 식사 후 출발

경주 08:30 양동민속마을(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영천 10:30 영천향교 - 호연정(이형상 목사)

영천 12:00 점심 식사 후, 13:30 은해사

대구 16:00 대구공항 도착, 탑승 수속

대구 17:00 대구공항 출발

제주 18:80 제주국제공항 도착, 해산

* 이 코스는 현지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 하회마을에서 - 현상길

천년의 강

물도리 마을 품에 태극으로 안겨 있다

 

고택(古宅)들 댕기 풀어 '부용대' 부끄럽고

'충효당' 그윽한 숨결 '만송정'에 스미는데,

류가(柳家)의 후예들 스쳐가는 나그네

눈짓으로만 바쁘다

 

옛님의 손길 저리도 곱게

따스한 보물로 살아 있는데

포장도로의 부산스러움만

발끝 누르는 마을의 오늘

이젠 무얼 품어 흘러 고된 억겁에 닿으려나

 

발길 머문 가게 앞에서

양반 웃음 덤덤히 주워들고 나설 무렵

거나한 이매가 힐끗 유혹하는 어깻짓

춤사위 뒤에 각시 하나 숨어 얼굴이 붉다

 

옷깃 한번 당겨나 주시지

스치는 인연

그것도 가슴에 들면 애끓는 사랑이라

못 이기는 척 한 이렛밤

신방마당에 걸립(乞粒)하며

살 섞고 나면

이 땅의 넉넉함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을 듯도 한데

 

무심히 돌아드는 물빛을 닮아

물욕이 풍화된 모래톱서 건졌나

떠나는 자리마다

탈들의 미소가 사금(砂金)처럼 떨어지고 있다

    

 

♧ 하회탈 눈물 - 안택상

 

타고 오르는 가락

전신주 연처럼

끊어질 듯

위태롭게

시린 담장 넘는다

 

사위어 아픔

하회탈

마른 눈물

머물지 못한

낙엽 되어

뒹굴어 서럽다

 

어이하여

탈,

벗지 못하는지

 

조금만 더

울련다

하회탈도 우는데......

 

  

 

♧ 양동리 마을 - 김은결

 

동여 맨 진달래 붉은 앞가슴

살며시 들추어 놓고 까르르

저 혼자 온 산허리를 다

웃어넘기던 봄바람

산머루넝쿨 연한 잎새 위에 다문다문

잔기침을 걸어두면

앞산머리 창포꽃빛 달이 솟아

오동나무 긴 그림자 따라 마을길이 묻히고

들판에서 돌아온 넉넉한 가슴 너머

휘인 등뼈 가지런한 사람들의 마을

 

밤은

완두콩 같은 푸른 별을 눈썹 위에 굴리던

아이들 발자국 따라 깊어지고

서낭당 돌각담 아래 흩어지는

밤 뻐꾸기 젖은 목청

 

초가지붕 가난한 달빛이슬 쓸어 모아

지금도 다소곳한 가슴들끼리 기대서는

양동리 어머니의 마을

 

  

 

♧ 나무가 사람에게 28 - 고광식

-―주산지(注山池) 버드나무

 

시퍼런 물속이다.

어느 해 봄 잠결에 떠돌던 내가

주왕산 바위를 휘돌아 지금은 푸른 물 가득 찬

주산지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내 목숨이

깊은 물에 수장되어 물 밖으로 반쯤 드러나 있다.

왕이 되려다 꽃으로 피었다 한다. 주나라 재건을 꿈꾸다가 이곳까지 쫓겨와 죽음을 맞은 주왕. 하늘로 치솟는 바위와 은밀한 굴속의 어둠이 산을 물어뜯고 있다. 계곡마다 밀착되어 꽃송이 후끈 피워 올리는 그 생명력에 그대들은 주왕산 가득 꽃잠 자는 전설을 깨우고 있다.

그러나 보아라. 물속에 수장되어

물관부의 뜨거운 몸부림으로 꽃 피우는 것을

4월의 숨결처럼 둘러쳐진 바위틈으로

끝없는 입속말에 귀 기울이다가

그대들은 눈뜨지만 사실은

가파른 우리의 목숨들이 전설의 옷 짜는 것을

산의 치맛자락을 들춰보며 그대들은

사르락사르락 뿌리내린 우리를 닮기 위하여

깊어 가는 욕망만큼 전설을 만들어낸다.

 

우리들은 물위에서 가벼워진다. 하늘 끝으로 흩어지는 꽃향기가 낮게 낮게 산의 어깨를 문지르고 있다. 비가 내려 주산지 물 불어나도 우리의 꿈은 깊어 가는 물만큼 꽃송이 피워낸다. 주왕산 치솟는 바위마다 입속말 떠돌지만 꽃은 핀다. 시퍼런 물을 밟고 참을 수 없는 갈증으로. 살아야겠다.

 

꽃이 핀다.

------------

* 300년 된 저수지 주산지(注山池)에는 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 호미곶 해맞이 공원 - 최해춘

 

펄럭이는 깃발에

산바람이 올라타고

바다로 가자고 한다.

해풍은 하얗게 갈기를 세운 파도를 타고

자꾸만 뭍으로 기어오르려

부서지고 무너져도 끝없이 밀려온다.

 

그래,

가자하고 오려함은

만남을 위한 몸부림이었구나.

끝내는 어긋나는 만남의 열병에

힘 센 바람은 소용돌이 춤을 추고

뿌리 없는 인간들은 바람에 겨워

제 몸을 돌돌 말아 감고 있다.

 

까마득한 예전에

어느 행성에서 왔음직한 갯바위위에

발 시린 갈매기 떼 외방향으로 앉아

인간사 짓거리를 외면하고 있는데

갈매기의 시선이 머무는 그 곳,

내가 떠나야할 방향이었음을

한참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호미곶 해맞이 공원에는

바다에서 솟은 손이

하루에 딱 한번

바다에서 태양을 건져 올리는데

모두 다 태양을 향한 바램만 있을 뿐

태양의 걸음이 무거운 걸 알지 못 한다.

호미곶 해맞이 공원의

땅에서 솟은 손은

언제나 허전하게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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