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름 해설사 5기 수강생들과 함께
성산읍에 있는 대수산봉, 소수산봉, 혼인지에 다녀왔다.
주제가 ‘오름과 전설’이어서 이와 관련 있는
오름이랍시고 찾아 나선 것이다.
올레 2코스와 겹치는 이 오름에서 내려오는 길에
가지고 간 차나 음료를 마시는 시간, 우연히 옆을 보니
쌍둥이 닭의장풀 꽃이 몇 쌍 몰려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도 유전인 듯하다면서 카메라에 열심히 담았다.
흰 것은 한 달도 더 전에 군산에서 내려오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세 번째다. 딱, 한 송이 뿐이었다.
달개비라고도 하며,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마디가 굵으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인데
매끄럽다. 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고 열매는 타원형의
삭과를 맺는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꽃은
염색용으로 쓴다. 들이나 길가에 자라는데 우리나라,
북아메리카, 우수리,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달개비 꽃 - 박인걸
보랏빛 감자 꽃이
여름 햇살에 출렁일 때
떳떳한 양심으로
아무데나 뿌리를 박고
새파란 자존심을 세우며
작은 꽃잎을 피우기 위해
맑은 하늘을 마시던
밤이슬에 가슴을 씻어
진주보다 곱게 피는
잉크 빛 밝은 웃음에
코끝이 저며 온다.
여름 냄새 짙게 풍기는
낮은 들풀과 어깨동무를 하고
장맛비에 춤을 추며
점령지대를 넓혀만 가는
누구를 위해 살던
끈덕진 생명력이 경이롭다.
의지는 강철보다 더 강하고
꽃잎은 핏물보다 더 진한
나는 너의 투지 앞에
모자를 벗는다.
♧ 달개비 - 이진숙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주전자
뚜껑처럼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
차라리
한 잎 낙엽이 되어……
희미하게 닳아버린 생채기를 보듬고
궁글고 싶을 때
보도에 뒹구는 빗방울 몇 개처럼
느닷없이 다가오는
아찔한 한기,
눈부신 내 부끄럼 한 줌,
가슴에 젖어오네
둘러친 아파트 철조망 사이……
달개비 보라 꽃잎
숨죽인 노래 소리 들을 때
♧ 거러지풀 - 김은결
1
한때
목젖 서늘히 닦아주던 된장뚝배기 하나
구석방 노린재 키우며 살고 있다
멈춰버린 탈곡기, 자루 빠진 쇠스랑
헛간 안에 졸고 있다
끼 되면 애지중지 식솔들 불러모아 젖은 눈빛
따사롭게 녹여주던 옻칠먹인 둥글레상
다 닳은 놋숟갈
삭은 툇마루장 들썩이며 울고 있다
장광창 드나들던 윗니파란 새앙쥐들
오간 데 없고
섬돌아래 벗어 놓은 집나간 신발 한 짝
이웃과 내통하던 기억들마저 지워진 채
길은 다 숲이 되었나 닭의장풀, 물여뀌
습지에나 발붙이던 잡풀들 모여 앉아
귀를 엮는 마당귀
놀라워라, 온몸 가득 날선 가시톱날 두르고
눈 먼 행려자처럼 기어든 저 거러지풀
덩굴손 더듬어 언제 지붕까지 닿았나
하늘 문 두드려 천둥 몰고 올 물길 열고 있다
봄 한 철 생목 꺾어 절벽 아래 던져버린
내 그리움 하나 저 물길에 닿으면
흰 구절초 구절구절 노둣돌 놓아 다시 일어설까
2.
그 애도 모를 겁니다
짙은 속눈썹에서 빠져나온
구슬 하나가
내 속눈썹 속에 박히어 옴을
때로는 달님 모양으로
때로는 별님 모양으로 반짝이던
시오리 하교 길
그러나
그 몹쓸 바람이
가시달린 모래 위를 걸어와서
오리나무 위 깔린 노을에 부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가버린 것을
돌아오는 산모롱이
억새꽃 한 떨기 목 놓아 울고
냇가에 홀로 나와 흘러보낸 머루알이
몇 바지게나 되었던지
청보라빛 물결 넘쳐 바다를 이루었다는 것을
아마
그 앤 모를 겁니다
♧ 달개비 꽃이 피었습니다 - 최범영
하늘도 세파에 찌들어
푸른 물이 날아가니
새로 쪽물 들이라
달개비 꽃이 피었습니다
모진 세월
넌더리 난 사람들
들뜬 가슴 식히라
달개비 꽃이 피었습니다
오늘은 달개비가 부채 되어
반목과 고통의 시대를 날리고
물만 흘러도 즐거운 세상
하늘만 보아도 기쁜 세상
얼른얼른 오라고 나풀거립니다
장마에 꺾인 갈대밭
성기게 비집고 또 올라온 갈대 사이
하늘하늘 어설픈 몸짓을 하며
푸른 달개비 꽃이 피었습니다
♧ 달개비꽃 - 김영천
자꾸만 밀려나가는 바다더러
안된다고, 안된다고,
제 몸 데구르르 구르며,
온 몸으로 치받으며,
자갈거리는 돌멩이들
그렇게 떠나보낸 세월이나,
열혈 들끓던 젊음이나,
사랑 따윈 다 헛되더라고,
송림은 아직도 푸르게 서서
갯바람이나 조금씩 흔들어보는 것이지만
오메, 저 깜깜한 숲 속으로는
새파랗게 맺히는 눈물들은 무슨 이유인가?
저리 순결한 몸짓을 보라
우리의 삶은 시정의 그 것들처럼 더욱 진부해도
끝끝내 젊음을 유지하려는 게지
와그르르 밀려와 깨지는
파도처럼
그 어떤 진실보다도 더 진한 빛깔로
한 마디 말도 되지 못할 중얼거림으로
비로소 터치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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