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코스모스를 노래함

김창집 2011. 9. 5. 07:09

 

지난 일요일은 제주 입도 선묘부터 시작하여

2대조와 많은 조상과 친척이 모여 있는

가족공동묘지 벌초를 했고,

어제는 고조부님에서 부모님까지 모여 있는

가족묘지로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현란하게 피어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성급하게 찍어 놓고

성묘가 끝나 집에 돌아와 살펴본즉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나

상큼한 코스모스의 자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좋은 시와 함께 올려본다.

 

코스모스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 1~2m까지 자라며,

잎은 마주나고 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6~10월에 흰색, 분홍색, 자주색 따위의 꽃이

가지 끝에 한 개씩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로 10~11월에 익는다.

관상용인데, 멕시코가 원산지이다.

 

  

 

♧ 코스모스 연가 - (宵火)고은영

 

가을을 꿈꾸어 속만 타다가 남은 가슴

방울방울 흐르는 이슬에

얼굴 씻어 말갛게 청초해지면

더 높은 푸른 하늘을 바라기

 

산들거리는 다홍 빛 꽃잎마다

이름 없는 길섶

가을이 다 가도록

그리워 그리워 눈물짓기

 

열린 미소 우주를 안고

여윈 목 더욱 길어지면

부스스 바람 따라 흐르는 어깨

목 놓아 처연한 사랑노래 부르기

 

계절과 더불어 흔적 없이

스러지는 아름다운 소명 아래

그저 소리 없이 가을에 젖어

침묵에 떠는 실낱같이 여린 몸통에

원망 없이 신비한 꽃불 놓기

    

  

 

♧ 코스모스 길 - 최홍윤

 

내 일상에

마주치는, 저 가볍고 순수한 아름다움이여

긴 목대로 하늘거리는 예쁜 모습은

순수 미인의 자태 그대로구나!

 

가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지천으로 핀 웃음꽃이

어지러운 세상을 맑게 하고

새벽부터 내 마음 환하게 꽃을 피웠네

 

조금은 가냘프긴 해도

겉과 속이 한결같은 순수한 너의 속내는

정직을 잃고 더는 잃을 것도 없는 세상에

인간들보다 정직하리!

 

무서리 찬바람에

내 그리움이 더 깊어질까 봐

너의 순수함에 반해버린 나는

발목이 쉬도록

오늘도, 너의 곁을 걷고 있다.

    


♧ 코스모스에 바침 - 홍수희


그 어디 한(恨)서린 혼령들 있어

외로운 들녘

눈물처럼 무리져 피어났는가

 

가도 가도 저만치서 손을 흔드는

베일을 휘감은 비밀의 전설

 

오늘은 그대 떠나보내고

내일은 또 너희 누굴 위하여

가지마다 여윈 손 흔들어 주어야 하나

 

어느 서럽고 야속한 땅에

그리운 한 목숨 그렇게 있어

저절로 붉게 붉게 울어야 하나

 

꺾지 못할 질긴 모가지,

차마 이승을 뜨지 못한 듯

빗물만 그렇게 마시고 선 듯

 

그 어디 한(恨) 많은 혼령들 있어

소낙비 스쳐간 들녘

눈물처럼 통곡처럼 피어났는가

 

 

 

♧ 코스모스를 노래함 - 박윤규

 

척박한 땅의 외진 목숨으로 살아가더라도

나는 네 자유가 좋아

공중에서 하나씩 짙은 보라의 목숨을 피우며

이 세상의 불안 눌러두고

새들 환하게 날다

지쳐 흩어져 간 하늘가

탄성을 지르며 너는 몸을 솟구치는지

우뚝 솟구쳐 흐르는지

 

  

 

♧ 코스모스 - 심종은


현실이 고달파 그리워진 꿈이었기에

잊어버린 세월 틈바귀에서

곱게 자란 코스모스는

가녀린 목을

부쩍 하늘로 치켜 세웠나 보다.

 

태양을 향하여 휘어 달리는

휘황한 어지러움이

숨가쁘게 마찰해 오는

잎새 면면에

잊어버린 진실을 하얗게 꽃 피우고,

 

꿈 있어

사랑이 있어

행복이 있어

님 그려 연모하는 분홍 꽃을

가득 피웠나 보다.

 

밤낮으로

꿈을 피우고, 또 피우고.....

우아한 향기로 짙게 몸 단장해도

님이 오지 않을 땐

스스럼 없이 져버리는 것을

샛말갛다 검붉게

순정의 넋을 태우다

밤새 다투어 피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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