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밖으로 쏘다니다 보면, 잎도 없이
우뚝우뚝 서있는 붉은 무리를 만나게 된다.
상사화는 다 지고, 추분이 지난 화단이나
나무 그늘을 장식해주는 정열의 화신.
꽃무릇은 석산(石蒜)으로 불리는 수선화과의
다년초이다.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지어
자라며, 절 근처에서 많이 심는다.
꽃줄기는 30~50cm 정도로 자라고, 잎은 30cm 정도,
10월에 피었다 한 다발씩 뭉쳐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5월이 되면 차차 시들어버린다. 8월 초
잎이 자취를 감춘 후에 꽃대가 솟아나서 9월에
꽃대머리에 산형꽃차례로 4~5개의 붉은 꽃이
커다랗게 핀다.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금요일 저녁 6시. 장수방 (사)한국환경사진협회
조류분과위원장이자 제주지회장의
‘제주의 희귀조류’ 사진전이 열리는
한라수목원 전시실을 찾았다.
우리가 가만히 정지되어 있는 꽃을 찍는 것과 달리
날아다니는 새를 찾아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멋있는 새의 사진이 더욱 값져 보았다.
이 전시회는 10월 22일까지 열린다.
♧ 꽃무릇 -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 꽃무릇 - 이계윤
전남 함평군
해보면 모악산 기슭
용천사엔
꽃무릇 상사병 들 뜬 사람들
가슴속 찌든 때
노래로 녹여내며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꽃으로 피자고
꽃이랑 같이 하늘 쳐다보며
한사코 꽃같이
웃고 서 있네
찰칵! 그 찰나에
♧ 꽃무릇 - (宵火)고은영
내 가슴에 그대가 심기운 날부터
몽환에 이른 서늘한 달빛에 넋을 태우다
망각의 강도 건너지 못하고
안개 덩굴로 정적을 여는 숲
다홍 빛 기다림으로 서있었다
나는 그대를 만날 수 없는가
정녕 가벼운 눈 인사조차 허락되지 않는
충일한 고독으로 홀로서면
사랑은 나를 모른다 도리질했다
사랑의 조건은 영원한 이별로 밖에
설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지극한 형벌인가
그대를 구애하면서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어긋난 길로
지나쳐야만 했던 운명 속에
세속도 모르고 살았건 만
나의 눈물은 기화(氣化) 되어
사뿐히 하늘 위를 날다가
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지나는 바람에 그리움을 물었다
♧ 꽃무릇 - 강려후
난
널 알지 못한다
널 보지 못한다
멀리서 들었다
멀리서 보았다
너에 관한 많은 얘기들
아마 내가 널
깊이
알게 되고 보게 된다면
머리에 꽂을 것 같다
널
내 안에 들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번뇌는 그만 할란다
내게로 오지 마라
♧ 꽃무릇 피는 산사(山寺)에서 - 김정호
물 비늘같은 푸른 안개
산부리를 덮을 때
깊은 산사(山寺) 법고(法鼓) 소리 들려오면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 오르는
저 꽃들의 현란한 탄생
저렇게 붉은 함성이
깃발처럼 일어선 자리아래
푸른 향기 가녀린 잎으로 일어선다
이승의 사랑조차 죄가 되어
하늘 끝에 사무치다
꽃으로 다시 태어나도
눈빛 한 번 맞출 수 없는 운명
남 몰래 꽃눈물 번지는 가슴앓이
다음 세상에는 이런 어긋난 사랑도
거슬러 올라가는 강물의 숙명처럼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숲 속에 바람 집을 짓고
네 사랑
목숨처럼 지켜주고 싶다
♧ 꽃무릇 - 안수동
잡은 손 놓으신 날
끈 끊어진 연鳶이 되고서야
저도 어미가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을 여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통한이 되고서야
살가운 딸이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 가신 꽃자리에
이슬로 고인 녹색 그리움을 마시며
상사화는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도 볼 수 없는 설움에
꽃잎만 마냥 흔드는데
갈래
갈래로 찢어진 갈래꽃
꽃무릇이여
불효한 여식의 삼베 적삼을
피빛으로 물들인
사모의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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