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억새가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준다.
어제와 그제 오름 산행에서 보이던
가을 들꽃과 소슬한 바람이 부는 걸 느껴
신작 가을 시편을 모아 보았다.
벌개미취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60~100cm까지 자라며, 잎은 긴 타원형이고
잎대가 없고 가에 톱니가 있다. 6~10월에 연한
자주색 두상화(頭狀花)가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어린잎은 식용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산이나 들에서
나는데 중부이남에 분포한다.
♧ 가을 - 정윤목
오, 아름다와라 금색
여기 저기 고개 숙인,
쭈욱 꿈 펼친 가을새
바람의 방향대로
고개 젖힌 모두 다 온유하여
푸릇 푸릇 소망 키우는 여기
성숙한 결실 너른 들판
코스모스며 이름모를 꽃들
이슬 맺히우곤 초롱하여라
가을
들판 가득 경이로운 아름다움
하늘 향해 자라는 사람
♧ 산이 눈물처럼 - 박종영
늦더위에 지친 하늘에서
자분자분 비가 내리더니
산이 눈물처럼 파랗습니다.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한 애태움이 찡하던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
혼탁한 세상 바라만 보다가 고운 얼굴 다 놓치고
이렇게 비가 와서 파란 들녘에 서면,
저절로 풋나락 냄새 가슴 가득 채워져
울렁거리던 뱃속이 하냥 대견스럽게
얼른 꺼지지 않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고 야속도 합니다
저마다 숨기고 싶은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들춰내기라도 하듯,
누구나 남의 웃음 따라 하는 정이 있으므로
하얀 얼굴 다듬어 웃으라 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마중하며
오늘은 논배미 여문 결실을 지키고 선
찬란한 허수아비와 밥 한 끼 같이하려는데
혼잡한 참새떼가 낯익은 목소리로 날아와
슬쩍, 풍성한 초가을을 훔쳐 달아납니다.
♧ 가을연가 - 권오범
코스모스와 만리장성 쌓았을 색바람이
들녘 가로질러 파도타기 즐겨
노리끼리한 물감으로 번진
차창 밖 수채화
빌딩 숲에 비나리치며
호락질로 유리걸식하는 동안 실신해있던
고향 두레풍장소리가 되살아나
낯선 고샅이 출렁이게 메아리쳐 따라온다
진득하지 못한 유전자 물려받아
위태스런 오장육부
내부고발로 들통나 달뜨도록
미리 단속 못한 죄가 이다지 클 줄이야
왜, 내 감성은
저기 저 갈대보다도 못한지
지평선 이젤 위에서 너울대는
품앗이 파노라마여
♧ 가을 뒷모습 - 박인걸
유난히 높은 하늘과
붉게 물드는 잎사귀 사이로
알알이 익는 열매는
가을의 풍요를 연출하지만
치열했던 삶의 상처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나뭇잎마다 바람에 찢겨
걸레처럼 너덜대고
벌레에 갉힌 풀잎은
온갖 상처투성이다.
휘둘리던 갈대는
허리 꺾인 채 누웠고
꿈을 안고 날던 나비는
날개가 찢겨 푸득 인다.
광폭한 여름 햇살과
지겹게 쏟아 붓던 폭우
사답게 불던 광풍에
이지러진 傷痕상흔들이다.
치열했던 생존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선택된 축복을
상처 입은 생명체들이
고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 가을의 서곡 - 청하 권대욱
계절 하나를 예비하는 첫 기도는
노을 닮은 공간의 틈새에서 시작된다
약간은 푸르렀던 날
기억 하나만 갈무리한 채
시간이 설치한 장벽을 뛰어넘는
이파리 짓밟은 무상(無想)의 바람은
빨개진 가슴, 피멍든 사막을
배회하던 이방인이 남겨둔 자취에
선혈로 뿌려진다
아차,
익숙하지 않은 이 도시
처음 본 아파트 방음벽에서
가을은 무질서하게 시작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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