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에 답사를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참가 회원을 모집한다는 서신을 띄우고 나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직 인원수가 결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려니와 일주일 전부터 기상특보가 내려
배가 출항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원이 44명밖에 안된 도항선은
인원이 넘치지 않드래도 7~80명이 만약 신청을 한다면
두 차례 더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감 결과 65명이
신청을 하여 사흘 전에 전화를 했더니, 파도가 높아
배를 띄우지 못한다는 얘기뿐이었다.
일요일 아침 전화를 걸었더니 다행히 기상특보가
해제되어 11시와 11시반 두 차례 이동하기로 했다.
기다리는 시간, 비양도와 전설이 닿아 있는 내 고향
곽지해변을 산책하며 오랜만에 시원한 바닷가를 걸은 뒤
간단한 막걸리 파티, 그리고 제 때에 배를 타고 모두가
좋아하는 가운데 비양도 답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 가을의 바다 - 김용락
중년의 사내가
마음속 깊은 상처 하나를 안고서
백사장에 앉아 가을의 바다를 본다
바다는 지난여름의
격렬한 감정이나
불면과 고통으로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 않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혹은 세월처럼
혁명도 이데올로기도
저만치 멀어져버린 것 같은
오늘의 견딜 수 없는 이 쓸쓸함
그러나 그 속에서 패배를 배우고 인생의 겸허를 느
껴보자
나도 이제는
가을의 바다를 깨달을 수 있는 나이
물러날 때의 쓰린 비애를 제대로 배워보자
♧ 가을 바다 - 이양우(鯉洋雨)
주인 없이 뛰어노는 야생마같이
추어라 창랑(滄浪)에 화난 파도(波濤)야
여름에 기승을 부리고도 모자라는
네 차가운 객기(客氣)는
한 시인의 눈물일 수도 있다.
왜냐고 묻지는 마라
내 마음이 깨어져 조각난 틈서리론
어느새 가을 파도가 산(山) 정상에까지 이르렀도다.
거두는 자에게 비워 줄 혹자(或者)의 아픔이 있다.
나의 누이가 췌장암 말기란다.
그래서 그러는 내 슬픈 뜻이 있지
바다 너머 노을 끝에 구름이 물들 듯이
나이든 우주장천(宇宙長天) 마저 단풍이 드는 모양새로구나
♧ 가을 바다 - 임종호(山火)
하늘이 그리워
가슴이 미어진다
미어지다 못해 파동을 친다
얼마나 그리워하였는지
파랗게 멍든 가슴을
토해낸다
이 마음 좀 보라면서
이 마음을 아느냐면서
한 여름 들끓던 님 들은 거의 떠나고
지친호객 소리 여운만 감도는 데
항구에 님 들을 맞던 해물구이 포장들만
바람에 흔들린다
♧ 여름바다에서 가을을 본다 - 김귀녀
피서객들이 술렁이던 여름
먼 바다 수평선에 떠있는 가을을 본다
가을은, 남실남실 물결 따라 온다
검푸른 파도를 타고 하얗게 밀려온다
모래밭에 심겨진 발자국들을 지워내며
지나간 날의 맑은 추억들이 수초를 타고온다
40년 전, 손등을 두들기며 모래성 쌓아올리던 푸른 기억
하얀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면
어쩔 줄 몰라 두 손 두 발로
동동거리던 어린 소녀가
지금은 중년이 되어
아침 이슬 그리운
가을로 간다.
♧ 정동진 바다의 가을 사랑 - 최홍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맞닿는 날에는
그리운 사람 그리워
사랑을 나누어 보자
바닷가 벤치에
낙엽이 뒹굴고 눈이 시리면
그냥 두 눈 꼭 감고
입술을 마주쳐 보자
파란 하늘과
쪽빛 바다 가르고 해가 뜨면
가슴 으스러지는
안음으로 사랑하자
가을에 타는 마음
그리운 사람 그리워만 말고
정동진 바다에서
눈부시게 사랑하자.
♧ 가을 바다 - 예당 조선윤
인파로 몸살을 앓았던
한적한 바다에도
가을이 내려 앉아있다
처얼썩 처얼썩~~
낭만의 파도가 엮는
따뜻한 수베르트
가을 정취 물씬 풍기며 웃고 있다
스치는 바람도 좋다
퇴적되어 있는 해안 절벽
태고의 바닷길을 걸으며
내일의 희망을 낚는다
가슴으로 사무친 사랑
파도 너머 그리움 불러
추억을 부르고
가는 계절 아쉬워
조금 남은 여름 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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