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탐문회 회원 65명과 같이 다녀온 비양도를
어제는 오름해설사 5기 10명과 다시 다녀왔다.
사실 많은 사람을 인솔하고 다니다 보면, 챙길 것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보거나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오붓이 돌아다니며 제대로 즐겨보려고 떠난 것이다.
비양도(飛揚島)는 제주섬 서쪽에 있는 면적 0.52㎢의 조그만
섬이다.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 지점에 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1002년(고려 목종 5)에 화산이 터졌던
기록이 있다. 섬 모양은 원형으로 비양봉이라는 114m의 오름이
가운데 솟아 있다. 주민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며, 연근해에서는
80여 종의 어류가 회유하며 각종 해조류가 풍부하다. 취락은
남동쪽 해안가에 집중 분포하고 한림항에서 도선이 왕복 운항된다.
해안선 길이는 약 2.5㎞, 인구 153명에 63가구(2004)가 있다.
* 신당
♧ 비양도 - 최원정
한림항에서 도항선 타고
바닷길을 가르면
마음 안에 있는 섬,
그 곳에 내가 있네
작은 어선 몇 척
섬을 지키고
전교생이 한 명뿐인 분교 담장엔
갯강구 무리지어 한살림 차리고 있다
검은 화산석 사이에서 자라는 해녀콩
어느 가련한 해녀의 눈물로 피어나
잊지 못한 숨비소리 들으며
천 년 넋을 달랜다
* 펄랑호
♧ 비양도 등대 - 이생진
-- 등대 이야기 ·43
가던 날 바람이 심했다
섬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비양도인가보다
손 없는 등대
집열판을 놓칠까봐
탯줄 움켜쥐고
뜨거운 햇살을 빨아먹고 있었다
* 아기업은 돌(부아석)
♧ 협재 바닷가 - 김영천
철 지난 바닷가 송림 근처엔
둔덕처럼 보포롬한 砂丘사구가 있는데
우우 기어오르던 넝쿨손이 꽃의
그 이름 알지 못해도
청보랏빛 설웁디 설운 빛깔이
너무 낯익다
곤밥 한 그릇 먹이려고
물질 나간 아비 기다리다
저리 가슴 서걱이는 꽃으로 피었을까
차마 돌아오던 것들도 지치면
저 앞 비양도 쯤에 머무르는지 몰라
바람 한 자락이 물끝쯤에서
쉽게 숙지 못하고
자꾸만 하얗게 깨어 일어나는 것이
꼭 어떤 그리움을 닮았다면
도무지 방언처럼
내겐 지금 서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은
그 간절함은
여기가 아니어도 늘 가슴 속으로는
소금꽃을 피우는구나
* 작은 분화구쪽
♧ 제주 협재해수욕장 - 김윤자
꿈꾸는 물빛은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고
구름이 휘감아도 퇴색하지 않고
태초에 눈뜨던
원시의 평화, 그대로구나
새처럼 날아가 앉은 섬
비양도를 지켜야 하고
오늘 우리처럼 너를 찾아온
육지의 외객에게
고운 눈으로 마중 나와야 하고
조개껍질 모래비늘이
너울너울 춤추며 날아 올라도
철썩 뒹굴다가 다시 그 자리
어느 한순간 뉘이지 못하는 영혼이
검푸른 가슴이다가
옥빛 사랑이다가, 살빛 미소이다가
슬프도록 아름다운 빛의 분무
이제는 가야지
고독한 빗줄기가 옷깃에 스미어도
네 향기 한줌이면 배부른 걸음인 것을
* 코끼리바위
♧ 섬에서 - 김지석
섬이 있었네
아침마다 머리 빗는
섬이 하나 있었네
짙은 그리움으로 목을 씻고
밤마다 꿈꾸는 섬이 있었네
꽃은 하릴없이 피고
섬은 바람결에 노래하다가
외롭게 뜬 별처럼
가슴 깊이 자리잡은 설움이 되어
사랑하였네
온몸 가득 아픔을 지닌 채
오직 사랑하였네
새들도 날아가 버린 저녁
끝없이 깊어 가는 그리움 속에서
섬은 이제
바다에 떠있는
짙푸른 별
떨어진 꽃잎이었네
* 바닷바람을 이긴 소나무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강을 맞은 산딸나무 (0) | 2011.10.25 |
---|---|
단풍잎의 빛나는 마음 (0) | 2011.10.24 |
어느 일몰의 시각에 (0) | 2011.10.21 |
마가목 열매로 약술이나 (0) | 2011.10.20 |
분꽃, 가는 여름이 아쉬워 (0) | 2011.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