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명자나무도 꽃을 흘리고

김창집 2012. 1. 31. 08:07

  

 풀과 나무에 관심을 갖다 보니, 지역에 따라 종류에 따라 희한한 게 다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것처럼 다른 생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명자나무는 가을에 잎을 다 떨구고 있다가도 겨울 조금만 따뜻해지면 봄바람이 난 여자처럼 봉오리를 마련했다가 그 새빨간 꽃이 잎도 없이 불을 사른다. 이 꽃은 한수리 어느 집 앞 하늬바람이 막히고 겨울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핀 것으로, 겨우내 꽃이 끊이질 않는다.

 

 

  명자나무류는 장미과 명자나무속에 속하는 관목들이다. 널리 알려진 3종은 모두 아시아동부가 원산지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이른 봄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재배하고 있다. 잎은 어긋나고, 꽃은 분홍색에서 붉은색을 띠며 1송이씩 피거나 몇 개가 무리지어 달린다. 열매는 녹색으로 사과처럼 생겼으며 잼을 만드는 데 쓰인다. 풀명자나무로부터 여러 원예품종들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풀명자나무를 비롯하여 흰명자나무, 명자나무, 모과나무등 4종의 명자나무속 식물이 자라고 있다. 풀명자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흔히 자라며, 중국에서 들어온 명자나무와 흰명자나무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널리 심고 있다. 모과나무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 또는 관상용으로 심고 있다.

 

    

 

 

♧ 사랑하는 명자씨 - 김종제

 

어쨌든 당신의 이름이

매화의 옥玉이거나

철쭉의 순順이거나 유채의 경鏡이거나

내겐 오로지 명자씨

사랑하는 나의 명자씨 피었다

어쩌면 당신의 이름이

목련의 영英이라고 국화의 숙淑이라고

장미의 정晶이라고 불러도 상관않고

내게는 한결같은 명자씨

어제 찬바람 불어온다고

토라져 돌아가며

절교하겠다는, 꽃 피지 않겠다는 뜻은

절대로 진심이 아니겠지

이 세상 모든 꽃이란 꽃은 내게 명자씨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살갗 속의 뼈 같은 명자씨

옷고름 풀어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들여다 보았던

명자씨, 내 눈속에 들어와 놀았던

명자씨, 한 지붕 아래서 같이 먹고

같이 잤던 명자씨, 오늘도 보고 싶다고

내곁에서 활짝 피어 달라고

몇 만 년 전에

곡괭이로 삽으로 나를 파서 심었는데

누구는 꽃으로 견주지 말라고 했지만

당신은 향기도 좋은

명자씨, 그 혀에서 목구멍에서

예쁜 소리만 울려 나오는 명자씨

 

 

 

♧ 명자나무 - 현상길

 

  흰 겨울내 한 포기 양지쪽 바람에도 봄인 양 소스라치며 붉은 가슴 쓸어내리며

그토록 그리워했으면 됐지, 그렇게 그리워하는 김에 한 사나흘만 더 꽃바람에 실어

한숨을 흩뿌리든지 남녘을 스쳐오는 미풍 여린 옷소매에 매달려 구름 너머로 가든지

아지랑이 치마폭에 숨어 기다리든지, 서슬 푸른 세월바람 된바람 아직 네 그리움의

거친 울타리 맴도는데 꿈 피는 오월이 바로 저 너먼데, 명자야 그 촌스런 이름에

배추꽃 무꽃 냄새 끈적이며 묻어나는 새악시 이름아, 그리움에 기다림에 바래 버린

연분홍 치마가 꽃바람에 흩날리는 연록 저고리가 그리도 애처로이 입고 싶어 눈치

빠른 백목련 먼저 뛰어가 유혹하는 동구밖 어귀 하염없이 바라보며 쓸쓸한 웃음

그래서 머금는구나, 밤이면 남몰래 달빛이나 불러 다소곳이 옆에 앉아 장미를 닮고

싶어라 봄바람한테 스리슬쩍 귀엣말로 속살거림은 무슨 청승으로 짓는 노래냐,

그래서 오는 사랑 그게 뭐 별 거라더냐 내 마음 아프게 하는 앳된 봄처녀야,

옛 추억의 멜로 같은 네 박자 사랑 타령이나 퍼질러 앉아 읊어 보자꾸나, 명자야

 

 

 

♧ 명자꽃 - 목필균

 

붉은 립스틱 벅벅 그어대며

그사람 근무하는 사무실 창에

사랑을 고백했다는

전설 속의 그녀

 

뜨거운 사랑의 몸짓

한 길로만 흐르는 아픔일까

 

겨우내 칭칭 동여매었던

가슴앓이 신음소리

딱딱하게 굳어진 가지에도

붉은 핏물이 방울방울 내비쳤다

 

길어진 햇살

남향 창가에 서 있는

명자가

전설의 그녀가

한 몸으로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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