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설을 쇤 것 같은데 어느덧 정월대보름.
오곡밥을 지어 먹고, 부럼 깨물어 마당에 버리면
1년 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귀밝이술을 마시고, 달을 맞아 소원 성취를 빌며
1년 농사를 점치기도 하였다. 더위도 판다.
큰 비는 내리지 않으나 하루 종일 비 날씨다.
작년에는 올해보다 한 10일이 늦어 양력 17일이
대보름이었는데 한림공원에 가서 이른 매화를 찍어
올린 기억이 나는데, 올해는 며칠 전에 찍어둔
백서향을 올린다.
백서향(白瑞香)은 제주 지역에서 자생하는 팥꽃나무목과의
나무인데 잎은 호생하며, 혁질이고 털이 없으며 광택이 있다.
도피침형으로 예두이고, 길이는 2.5~8㎝이며, 폭은 1.2~3.5㎝이다.
꽃은 이가화로서 흰색으로 피며, 지난해의 끝에 모여 달린다.
남부지방 해변의 산기슭에 나는 상록관목으로 제주도에서는 곶자왈
지대에서 흔하게 보이는 식물로 개화기에 향기가 좋기 때문에 남채
되어 현재는 드물게 분포한다. 조천읍 선흘리와 한경면 고산리 등지의
중산간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제주도기념물 제18호로 지정되었다.
♧ 정월 대보름 풍경 - 槿岩 유응교
흥겨운 풍물놀이 패가
집집이 찾아다니며
지신밟기를 하고
오곡으로 찰밥을 지어
소쿠리에 담아내면
나는 으레 이웃집으로
희덕거리며
찰밥을 얻으러
쏜살같이 내달렸다.
대보름 전날은
상자일(上子日이)이라
쥐불놀이를 하였으니
빈 깡통에 바람구멍을 송송 뚫어
쇠줄로 묶어 들고
숯불을 담아 빙글 빙글 돌리며
논두렁으로 내달렸다.
쥐를 잡고 벌레를 죽여
마른 풀이 재가 되어 거름이 되게 하면
풍년이 들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무병장수를 빌며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로 청주 한 잔을 억지로 마시고
살찌라고 두부를 먹은 뒤에
친구 이름 불러내어
더위를 파는 맛은 고소했다
해가 뉘엿뉘엿 할 무렵
생솔가지와 대나무를 잘라내어
논바닥에 달집을 지어 놓고
연을 높이 매단 후에
한해의 모든 액을 거두어 가게하고
달이 동산에 휘영청 뜨기를 기다려
불을 질러 꼬실라 대니
온 동네가 불꽃으로 휘황하고
대나무 튀는 소리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였다.
어른들은
새끼를 꼬아
암줄과 숫줄을 만들어
길게 용처럼 늘어놓고
윗 뜸과 아랫 뜸 끼리 줄다리기를 하여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든다 하였으니
벌겋게 상기된 얼굴마다
힘줄이 솟아오를 즈음
나는 잘 익은 농주를 가지러
집으로 내달렸다.
그 허연 고샅길에
슬쩍 슬쩍 마시던 술에 취하여
버얼건 얼굴로
비틀거리며 달집을 돌고 돌았다.
그 때 소원을
제대로 빌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던 걸음을
지금까지 계속하는 것이었다.
♧ 정월 대보름 - 유소례
한해의 액운이 탄다
유년의 고향,
모래밭에 어우러지던 달맞이가
가슴에서 용수철처럼 솟아오른다
때가 쩔은 저고리 동정에
일 년의 재앙을 돌돌 말아
불의 혀에 먹이로 던질 때
붉은 입 속에 타는 잡귀들
죽음의 아우성이
투다닥 투다닥 탁탁
흉허물의 찌꺼기를
씹어뱉는 불똥을 바람이 잡아
허공에 연자매로 갈아 바순다
밤하늘에 지렁이처럼
재가 삭아 내리고
상모돌리기, 북과 징 괭가리 소리,
춤꾼의 밤은 깊어만 간다.
♧ 대보름날 - 이춘우
산 그림자 질 무렵
밤밭골 뒷산에 올라
솔가지로 만든 달집에 불 붙여
한 해 소원 빌었다
산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
벌집깡통에 불씨 넣어 돌리다
튕겨나간 불꽃은
밤하늘의 별이다 은하수 되고
그날따라 콧구멍 까만 동심
오르고 뛰었다
구름만 뜨겁게 달구던 보름달
멀건이 모습 드러내면
가로등 하나 없는 첩첩 산골
어른들은 술보다 이쁜 달빛에 취해
안마당 가득히 원을 그리며
풍악 울려 악귀 쫓았다
지금은 가로등 불빛 드문드문 섰고
낯선 이 많아진 고향
만월(滿月)만 홀로
내 맘 되어
중천을 지날 뿐.
♧ 정월 대보름 달집 살이 - 자수정
휘 영 청청 달 밝은 밤
강가에 세워둔 솔잎
바람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징소리 장구소리 꽹과리의
어울림에
거리의 불빛은 강물 위로 내려온다.
치렁치렁 엮어 놓은 푸른 솔가지에
한해의 하얀 소망
문어 발 되어 허공 끝에 나부낀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로 겨울 내내 쌓인
산 같은 그리움
산 같은 아픔의 서러움
타오르는 불속에 함께 태워 버리자
오늘밤 연기 되고 재가 되어
하늘로 바다로 멀리멀리 사라지게
타오르는 불 길 속으로 살라 버리자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비는 저 타오르는 솔가지에
이미 꺾어진 꽃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도 함께 태워 버리자
강물이 웃고
하늘이 웃고
땅이 비웃더라도 그리움에 젖고
아픔에 젖어 꺾어진 지난 세월
춤추는 저 불 길속으로 던져버리자
이글이글거리는
저 불 길속으로 산 같은 그리움
산더미 같은 서러움 살라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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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정월보름 농악놀이 후기
시작 노트
가을부터 겨울이면 나를 괴롭히는 계절병이 있다
달 집살이에 나를 태우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이겨 내려고 애를 쓰지만 해 마다 찾아오는 계절병에
문득 소원을 비는 대신 나는 내 마음을 태우고 돌아왔다
♧ 대보름달을 보며 - 강세화
떳떳한 마음으로 소망을 외고 빕니다
가슴을 채우고 남은 여백이 선선하고
내놓아 부끄럽지 않은 속살이 떠오릅니다.
대보름달을 보며 달에게 물어봅니다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우울한지
빛나고 눈부시지 않은 대답이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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