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3박 5일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다.
40명이서 2층 버스를 타고 신나게 돌아다녔는데
날씨는 그다지 덥지 않아 여행하기에 딱이다.
오랜만에 간 태국의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그리고 골든트라이앵글을 돌아보고
그곳의 독특한 향신료를 넣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많은 과일을 먹었다.
매일 만나는 꽃들 중 가장 많고
눈에 띄는 꽃이 바로 이 부겐베리아였다.
♧ 부겐베리아, 갈릴리의 - 박재화
--광야 시편 10
건기의 끝
이른 비가 오시네
꿈결인 듯 설레임인 듯
비가 오시네
그 빗방울 *부겐베리아 적시네
때 맞춰 호수를 건너오는 바람
달고 시원하네
덧없는 시름
적막조차 겨운 날
돌집 사이
인간의 마을마다
깊은 사연 잠들고
깃발이나 외침 아닌
그윽한 힘이
빈 들을 적시네
그 아득함 가운데 한 존재가
또 다른 한 존재에게 건너가네
다가가서 따뜻하게 감싸네
깊디깊은 눈길이
부겐베리아 향기 새로 피워내네
그 꽃잎 흔들리는 소리
가득한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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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릴리호수 주변 여러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관목灌木. 우리나라에서는
‘종이꽃’으로도 불리며, 꽃의 빛깔은 강렬하나 향기는 거의 없음.
꽃말은 ‘정열’.
♧ 왓 찰롱(Wat chalong) - 청하 권대욱
이제 붉은 노을 채워지면 거룩한 이 땅에서
남국의 고운 별 하나 가지고 싶다
하늘 닿는 보리수 앞에서 두 손 모아
시큼한 밤하늘만치 텅 빈 가슴에
따수운 사람의 향기로 채우고
색바랜 목각 극락조 날아오를 왓 찰롱
익숙하지 못한 이 절집에서
무상의 진리라도 찾아 볼까
내면의 소리 하나 찾지 못한 낯선 시간 속
갈 곳 없는 이방인은
우연으로 다가올 것만 같은 인연 찾다 말고
숨길 고운 바람에 옆을 내어 준다
상념의 빈자리 채울 노을 자리에서
달빛 따라온 별 쏟아지는 밤 오기 전
석양 닮은 붉은 가슴속 욕망의 불 끄고
무릎 꿇어 눈 감은 기도로
정갈한 이 도량에 영원히 지지 않을 꽃
고운 하화(荷花) 한 송이 피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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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찰롱 : Wat Chalong 태국 푸켓의 찰롱지역에 있는 불교사원.
♧ 짜요프라야 강 - 목필균
이승이 탁류로 흐른다
짜요프라야
탁류를 건너
빛을 쌓은 새벽 사원
독경소리 없이
몸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불심의 탑
불탑을 바라보며
찌든 가슴 설거지한 물길로
탁해진 강이 눈물겹다
햇살에 수없이 구겨진
짜요프라야
물옥잠으로 떠도는
맨발의 탁발승이
어둠을 걸러 남루를
하얗게 빨아 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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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요프라야강 - 태국 방콕 시내를 흐르는 강
♧ 긴 여행의 끝 - 조찬용
저녁과 함께
지상의 길들은 모두 붉은 황톳길이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길 우흐로
해남 들녘은 노을을 밀고 다가서 오고
간간이 바다 위를 비행하는 새떼들 틈으로
어둑어둑 적멸로 들어가는 길과 바다
노을은 저 혼자로 가는 적멸도 아닌데
저 혼자 붉고 깊어 가는 인생이다
설움이란 그런 것인가
길을 가다가 문득 길이 끊어지고
주막에 앉아 여정을 닫는 저녁과
술과 전등빛을 기다리는 동안
삽시간에 모든 길은 어두워지고
이쯤에서 여행도 끝이라는 별 수 없는 막막함인가
길을 걷다 길을 마쳐야 하는 것은
한 번은 이승에서 부딪쳐야할 쓸쓸한 들판
사랑이 되지 못하고 예까지 흘러와 잠기는 설움이
툴툴거리는 버스가 지난 어둠으로 서성인다
흐득흐득 깊어 가는 해남 들녘으로
노을빛을 지우고 돌아선 바다바람이 주막에 시렵다
어디선가 어둠 건너 출렁이는 파도소리가
고양이 울음처럼 허망하게 들려온다 긴 여행도 여기서 끝이다
♧ 여행을 하고 싶다 - 이여진
강물같은 세월속에 부서진
혼신의 파편을 모아
마지막 모닥불을 지피는 정열로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이름없는 작은 포구의
선술집 목노에서
정담을 나누며
마시는 한잔 술에
추억을 쏟아내며
그렇게 밤을 지새고 싶다.
세상의 추한 바람과
시샘의 눈총에도 아랑곳 않고
물욕도 육욕도 없는 세상을 찾아
그렇게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이제는 퇴색해 흔적조차 알수없는
유년의 방으로
돌아 가고 싶다.
아득한 고향 그 꿈속으로
그렇게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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