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지
제9호가 나왔다.
표제는
울음의 본적
시 중에서
앞으로 여덟 편을 골라
먼나무 열매와
함께 내보낸다.
* 한국의 명시
♧ 북쪽 - 이용악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
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다시 풀릴 때
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
마음은 눈감을 줄 모른다
* 초대시
♧ 전화 - 김종길
어제 아침엔,
뉴욕에서 직장에 다니는
손녀 아이와 통화를 했다.
거기는 저녁 시간,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 퇴근한
아이의 음성엔 피로와 집 생각이,
대서양의 밤안개와 함께
묻어 있었다.
♧ 최고의 아름다움 - 박희진
언제 어디서 꽃봉오릴 열건 간에
꽃피는 순간의 꽃들은 소리친다. 침묵의 소리.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그 소리 알아들은
행인과 처음으로 눈 맞출 때가 꽃은 최고다.
♧ 새 4 - 이하석
새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고 했더니, 새도 사투리를 쓴다고 조류학을 들어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서로 떨어져 살면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더라도 나는, 새들의 지저귐에는 제 새들에게만 트인 귀가 100% 열려 있다고 믿는다.
* 채송화의 친구들
♧ 먼나무 - 강덕환
뭔 나무가 이 겨울
차마 못 다한 말
붉은 열매로
주저리주저리 내뱉는지
더 이상 묻지 않겠네
어차피 우리네 삶도 의문투성이
뭔 나무인지는
먼나무로 알고 있을 수밖에
♧ 골무 - 유대준
등잔불이 켜지면 또 잠든 척했다
그때 어머니 손가락엔 골무꽃이 폈다
한 땀 한 땀 구멍 난 가난을 봉합해갔다
아무리 덧대도 한 살이 될 수 없는 상처
한밤중 소피보러 나왔다 무섬증에
바라본 별자리 같기도 했다.
♧ 별 - 이승신
땅에 발을 붙이고
붙박이 별을 보다
깜깜해져서야
내게 보이는
저 별
그리고 친구
♧ 1980년산, 체게바라 - 정진경
혁명은
그로테스크한 무늬로 번진 창녀 붉은 입술,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서 처절하게 자유롭다
입술의 경계 밖으로 뻗어나간 붉은 빛은 체게바라 불꽃
5.18 사진 속에 투옥된 젊은 청년
가마니로 덮은 몸에 붉은 입술 뻗어 있다
세상을 출소한 체게바라 불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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