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목 소상호 시인이 시선집
‘파랑물고기’를 냈다.
얼마 전에 두 번째 시집
‘달빛에 오르다’를 냈는데
이번에 낸 것은 시선집이다.
김순진은 시평의 제목을
‘아름다운 동화책을 들고 와
그에게 말을 거는 사물들’로 썼다.
1부 아침의 노래
2부 나의 샘물
3부 나팔꽃의 일기
4부 파랑새의 노래
펴낸 곳은 ‘문학공원’
시 몇 편을 골라
지난 12월말 한라산에서 찍은
눈꽃과 같이 올린다.
♧ 파랑물고기
한 평 반 정도 집
낮에는 컴컴하나 밤이 되면 파랑 불이 켜진다
흐트러진 웃음소리가 없는 집
밤이면 두런두런 얘기 소리가
파랑물고기 대신 숨쉰다
이모가 사는 파랑물고기 집으로
오늘은 무슨 생각하며 하루 보내고
밤을 받아 마시는지
초라하지 않는 이름표
파랑물고기
얼굴이 보고 싶어 뿔이 솟는 집
낮에는 안 보여 밤에 가야지, 하나요?
지금까지 가지 못하고
시 한 구절 보낸다
파랑 물고기, 너의 존재는 지구상 단 한 마리 희귀어
우리 동네에 조상으로
입술을 파랗게 칠한 원시인이다
[자서] 피타고라스 정리
이웃을 통하여 지식을 얻고
후세에 역사성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 지하철 생각
지하철의 숨소리가 듣고 싶고
지하철의 생각을 함께 하고픈 가을은
묻어든 생각을 파 가슴에다 싣고
교통카드에 몸집을 숨기고 방향을 잡아 간다
삶 속에서 어느덧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잊혀가는 역사가 된디
우리는 기막힌 사연을 남겨진 야무진 숫자로
잊혀가는 역할의 요리를 즐기며
길게 늘어진 굴뚝같은 이미지를 가진 이 바꿔
요사이 유행하는 스파게티 같이 만들어진 퓨전 음식처럼
서울의 밑을 휘젓고 다닌다
여기저기 호선이라는 요리 명을 부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어설픈 요리를 즐기다
이번에 3호선 다음은 2호선이라는
요리를 즐긴다
♧ 자화상
나는 구름 위에 솟은
정상이고 싶었다
들판 하나 품고도 바다가 그리워지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욕망이고 싶었다
지금은 작은 언덕의 무게만으로도
숨이 가빠지는 가을 들판에 머무는 바람인거지
어린 시절의 풍경이 되고 싶은 거지,
그래 나는 바라지 않는다
논두렁 끝에 외롭게 우는 개구리 울음과
그 속에 지나치는 바람들
때로는 성스러운 아내의 관습조차도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흘러온 구름들의 자화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
우산 들은 모습들의 욕망조차도 퇴근을 서두른다
달의 그림자보다 태양의 그림자가 될 것이라는
시간 속이나 바람의 넓이는
설사 나를 발갛게 속을 데우더라도
입 꼭 다물 것이다
♧ 한강
한강이 눈에서 가슴으로 흘러간다
가을 고향이 그려져
주변의 벤치에는 남녀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물러설 곳이 없는 가을은
눈먼 장님도 알 수 있는 깊은 향을 풍긴다
아마도 숫컷냄새 같다
동성애로 느끼며
한강 옆에서 자리한 억새들의 글 솜씨가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안개로 세수한
한강의 무심한 기다림은
손을 뻗은 담쟁이 넝쿨의 숨소리까지 듣게 한다
봄에 살구를 따먹던 나무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
가을 장단에 맞춰 사각 사각 걷는 잔걸음이 나를 무겁게 하고
길 잃은 민들레꽃에 눈길을 나누다 보니
덮어 줄 바람이 황급히 가버린다
♧ 느낌
도전과 침묵으로 고민된다
관계보다 느낌이 중요하다는
어느 여인의 말
정녕 관계를 걷어내고
따뜻한 볕을 쬘 수 있는
무지개는 꿈일는지
♧ 익살 웃음
몰라도 되는 일은 있다
몰라도 되는 것은 있다
누구든 아는 것보다 알고 모르는 것이 많다
신이 아니고 역사의 주인은 더욱 아니다
어설픈 거울상이 나의 얼굴이 아니라
이면의 역사가 나의 추억의 국적이다
그러나 총소리는 싫지만
의로운 삶이나 이면의 역사가 승리한
아이들의 웃음도 즐겁다
기득권이나 배부른 것은 남의 조롱꺼리다
진정 남을 웃기는 것은 코미디가 아니라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언제나 이긴 자는 낮은 자이고
높은 자는 쓰러지는 상대일 뿐이다
♧ 본능
-나비의 글
꽃잎
한 개를 땄다
싫어하는 눈빛을 가지지 않는다
책갈피에 넣어 두다
가끔은 보기도 한다
그래 바로 너다
그래 바로 너다 하는데
또 따고 싶어
다른 꽃잎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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