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2012 귤림문학의 시들

김창집 2013. 1. 20. 00:09

 

오현고등학교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귤림문학회에서

귤림문학 제21호를 냈다.

 

열일곱 시인의 시와

두 분의 소설

두 분의 희곡

네 분의 수필

한 분의 평론이 실렸다.

 

그 중 시 몇 편을 골라

옛 귤과 같이 올린다.  

 

 

♧ 책 정리 - 문충성

 

다른 친구들은 다 정리했단다 벌써

전공서적은 도서관과 학과에

소설책과 시집들과 잡지책들은 폐지

수집가에게

읽을 책으로 3백 - 5백권 정도 남겨 두고

문득

궁금해진다

그 친구들 내가 서명까지 해서

증정한 내 시집들도

모두 버렸을까 그래

이제는 보내지 말아야지

그들이 읽을 책으로 놔둔 3백 - 5백 권이 어떤

책들인지 궁금해진다 자꾸만

자꾸 

 

 

♧ 상사화 - 김성주

 

낫 들고 할아버지 묘에 벌초하는 아버지

눈에 땀방울이 맺혔다

 

놀라워라

 

어제부터…

지금까지,

술을

끊고,  

 

 

♧ 잠적 - 강문신

 

현주 세 살이었지, 온 몸이 불 덩이던 밤

황망히 끌어안고 발 동동 구를 적에

지나던 트럭이 멈춰 “빨리 타라!” 외쳤네

 

시오리 병원까지 한숨에 내달려서

진료 중 가까스로 열이 좀 내렸을 때

그제사 급히 나가보니, 안 계셨네... 낯선 이  

 

 

♧ 장수임이 내게로 왔다 - 나기철

 

생물 선생만 찾는

10반이 한 애가

오늘 처음

내게 물으러 왔다

 

그렇다고

그녀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니다

 

내가 하도 말 하니까

한 번

와 준 것뿐이다

 

오늘은 내게 특별한 날이다  

 

 

♧ 개울가에서 - 홍창국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머리를 담갔다

시원하다

기억 저 편에서 들려오는 목 쉰 소리

가끔은 환청으로

오늘은 아니다

가만히 귀를 열어

철 지난 시절들을 들여다본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망상의 물살들

어디서 멈출지 모를 오욕들

고개를 들어 먼 산과 바다를 바라본다.

물처럼 순리대로 살다 가라 하는 성자의 명구

멍든 가슴 한복판에 비수되어 꽂힌다  

 

 

♧ 부록富祿 마을 - 홍성운

 

1

폭우라야 갈증을 푸는 화산섬의 건천들도 제 터를 만나면 느릿느릿 에둘러 간다

한라산 먼발치에 앉은 댓잎 성성한 부록 마을

 

2

시골 아낙 분바르듯

눈발이 무겁던 날

 

도시의 유랑기질

묶어놓고 싶어서

 

초저녁 별무리 뜨는

농가에 짐을 부렸다

 

3

시골이 다 그렇듯

정낭 없는 올레가 있다

과원이 뿜어대는, 매화 향기, 귤꽃 향기

내 유년이 곰삭은 길목

겨울나고

여름을 나고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숙 ‘매화 피던 날에’  (0) 2013.02.12
우리詩 2월호와 영춘화  (0) 2013.02.09
제주작가 겨울호의 시(3)  (0) 2013.01.15
강원작가 15호의 시  (0) 2013.01.14
충남작가시선 7 ‘미소 한덩이’  (0) 201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