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고등학교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귤림문학회에서
귤림문학 제21호를 냈다.
열일곱 시인의 시와
두 분의 소설
두 분의 희곡
네 분의 수필
한 분의 평론이 실렸다.
그 중 시 몇 편을 골라
옛 귤과 같이 올린다.
♧ 책 정리 - 문충성
다른 친구들은 다 정리했단다 벌써
전공서적은 도서관과 학과에
소설책과 시집들과 잡지책들은 폐지
수집가에게
읽을 책으로 3백 - 5백권 정도 남겨 두고
문득
궁금해진다
그 친구들 내가 서명까지 해서
증정한 내 시집들도
모두 버렸을까 그래
이제는 보내지 말아야지
그들이 읽을 책으로 놔둔 3백 - 5백 권이 어떤
책들인지 궁금해진다 자꾸만
자꾸
♧ 상사화 - 김성주
낫 들고 할아버지 묘에 벌초하는 아버지
눈에 땀방울이 맺혔다
놀라워라
어제부터…
지금까지,
술을
다
끊고,
♧ 잠적 - 강문신
현주 세 살이었지, 온 몸이 불 덩이던 밤
황망히 끌어안고 발 동동 구를 적에
지나던 트럭이 멈춰 “빨리 타라!” 외쳤네
시오리 병원까지 한숨에 내달려서
진료 중 가까스로 열이 좀 내렸을 때
그제사 급히 나가보니, 안 계셨네... 낯선 이
♧ 장수임이 내게로 왔다 - 나기철
생물 선생만 찾는
10반이 한 애가
오늘 처음
내게 물으러 왔다
그렇다고
그녀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니다
내가 하도 말 하니까
한 번
와 준 것뿐이다
오늘은 내게 특별한 날이다
♧ 개울가에서 - 홍창국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머리를 담갔다
시원하다
기억 저 편에서 들려오는 목 쉰 소리
가끔은 환청으로
오늘은 아니다
가만히 귀를 열어
철 지난 시절들을 들여다본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망상의 물살들
어디서 멈출지 모를 오욕들
고개를 들어 먼 산과 바다를 바라본다.
물처럼 순리대로 살다 가라 하는 성자의 명구
멍든 가슴 한복판에 비수되어 꽂힌다
♧ 부록富祿 마을 - 홍성운
1
폭우라야 갈증을 푸는 화산섬의 건천들도 제 터를 만나면 느릿느릿 에둘러 간다
한라산 먼발치에 앉은 댓잎 성성한 부록 마을
2
시골 아낙 분바르듯
눈발이 무겁던 날
도시의 유랑기질
묶어놓고 싶어서
초저녁 별무리 뜨는
농가에 짐을 부렸다
3
시골이 다 그렇듯
정낭 없는 올레가 있다
과원이 뿜어대는, 매화 향기, 귤꽃 향기
내 유년이 곰삭은 길목
겨울나고
여름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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