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매화를 적시는
촉촉한 비가 내린다.
먼저 핀 매화는 이미
봄을 알렸지만
날이 개는 대로
다음 매화가 뒤를 이을 것이다.
장수매
보통은 붉은 색이지만
옅은 연둣빛 장수매와 함께
김경숙 시인의
‘매화 피던 날에’ 연작시를
올린다.
♧ 매화 피던 날에 1
님이 오셨나 보다
잔설(殘雪) 비집고
속삭이는 소리에
더디 오실 줄 알았건만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묻기 전
온몸을 휘감던
두꺼운 외투
벗어 놓고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뽀얗게 미소짓는
곱디고운
단아한 자태
아, 눈부심
한차례 꽃샘바람이 분다
♧ 매화 피던 날에 2
섬진강, 굽이치는 물결 따라
탱탱한 햇살 부서지는 둔덕에
하얀 속살 내비친
여린 미소가 스며든다
꽃그늘에 온갖 세상 시름
다 벗어던지고
풍경되어 머물고 싶지만
뒤돌아서는 발자국에
내려놓는 젖은 미련
강둑에 꽃으로 피어난다
강물처럼 흐르지 못한 마음
꽃잎이라도 멀리, 멀리
띄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 매화피던 날에 3
적막한 호수 초입
세월의 덧문 사이로
우직하게 한 생애 끌고와
공양하는 고운 심성
뒤척이는 바람 속에
잠들지 못해
흩어져 날아오른다
기다림의 기억 저 편
긴 고독 밟고
고운 것들은 하늘에 닿아
별이 되었을까
채워지지 않는 강물 위로
사연 남기고 간
애닯은 고요,
전설되어 흐르고 흘러
♧ 매화피던 날에 4
남들은 당당 멀었다지만
간절한 기다림에
먼저 손짓하는 봄
겨울 숲 언저리
머물지 않는 바람 앞에서
견뎌 온 그리움으로
눈물샘 자극하는
지고지순한 사연들
눈부신 날의 인연
아름다운 동행이어라
♧ 매화피던 날에 5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저 여린 꽃잎들 어쩐다지요
만남과 이별 넘나들며
피우는 날보다
기다린 날들 더 많았을 텐데
사라져가는 미소 속에
애절하게 부르는 눈빛으로
내어준 가지마다
눈물 샘 자극하는
아픈 상처를 어쩐다지요
뒤척이는 불멸의 시간
잔달음에 달려가
뜨겁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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