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김경숙 ‘매화 피던 날에’

김창집 2013. 2. 12. 08:16

 

오늘 아침

매화를 적시는

촉촉한 비가 내린다.

 

먼저 핀 매화는 이미

봄을 알렸지만

날이 개는 대로

다음 매화가 뒤를 이을 것이다.

 

장수매

보통은 붉은 색이지만

옅은 연둣빛 장수매와 함께

김경숙 시인의

‘매화 피던 날에’ 연작시를

올린다.   

 

 

♧ 매화 피던 날에 1

 

님이 오셨나 보다

 

잔설(殘雪) 비집고

속삭이는 소리에

더디 오실 줄 알았건만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묻기 전

 

온몸을 휘감던

두꺼운 외투

벗어 놓고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뽀얗게 미소짓는

곱디고운

단아한 자태

 

아, 눈부심

한차례 꽃샘바람이 분다

 

 

 

♧ 매화 피던 날에 2

 

섬진강, 굽이치는 물결 따라

탱탱한 햇살 부서지는 둔덕에

하얀 속살 내비친

여린 미소가 스며든다

 

꽃그늘에 온갖 세상 시름

다 벗어던지고

풍경되어 머물고 싶지만

뒤돌아서는 발자국에

내려놓는 젖은 미련

 

강둑에 꽃으로 피어난다

강물처럼 흐르지 못한 마음

꽃잎이라도 멀리, 멀리

띄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 매화피던 날에 3

 

적막한 호수 초입

세월의 덧문 사이로

우직하게 한 생애 끌고와

공양하는 고운 심성

 

뒤척이는 바람 속에

잠들지 못해

흩어져 날아오른다

 

기다림의 기억 저 편

긴 고독 밟고

고운 것들은 하늘에 닿아

별이 되었을까

 

채워지지 않는 강물 위로

사연 남기고 간

애닯은 고요,

전설되어 흐르고 흘러

  

 

 

♧ 매화피던 날에 4

 

남들은 당당 멀었다지만

간절한 기다림에

먼저 손짓하는 봄

 

겨울 숲 언저리

머물지 않는 바람 앞에서

견뎌 온 그리움으로

눈물샘 자극하는

지고지순한 사연들

 

눈부신 날의 인연

아름다운 동행이어라   

 

 

♧ 매화피던 날에 5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저 여린 꽃잎들 어쩐다지요

 

만남과 이별 넘나들며

피우는 날보다

기다린 날들 더 많았을 텐데

 

사라져가는 미소 속에

애절하게 부르는 눈빛으로

내어준 가지마다

눈물 샘 자극하는

아픈 상처를 어쩐다지요

 

뒤척이는 불멸의 시간

잔달음에 달려가

뜨겁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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