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마티스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학생문화원 전시실에서는
열두 번째 한라식물전시회가 열렸다.
시기가 좀 늦어서인지
꽃들이 더러 시들거나 져버렸지만
들꽃 전시회는 어제나 싱그럽다.
오셔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자는
초대의 말처럼
보면서 흐뭇하고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다만 행사 때문에 시간에 쫓겨
사진을 급하게 찍다보니
너무 볼품없이 되어버렸다.
* 두루미풀
♧ 야생화의 노래 - 오보영
스쳐지나가는 당신
특별한 돌봄이나 보살핌이 없어도
난 충분히 나로서
내 역할하며
내 모습으로 당당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바로 여기
님이 정해주신 이 자리에서 곱게 피어나
때에 따라 주시는
님의 선물
햇살 비 바람에 감사하면서
환한 얼굴로
날 알아주고 찾아주는 길손들에
기쁨을 주고
오며가며 들르는 산새들 풀벌레들과 친구하면서
즐겁게
님 주신 나의 삶 풍성하게 누리며
오늘도 귀한 삶 살아갑니다
* 흰병꽃
♧ 야생화 - 박인걸
서늘한 계절풍이
대관령 고갯마루를 넘을 때
바르르 떨며 피어나는
꽃잎들의 입술이 새파랗다.
동해 먼 바다 굽어보며
고운 꿈으로 채워 온 날들
차가운 산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버티어온 의지
꽃송이를 피워 올리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이며
꽃잎이 짙어지는 것은
그리움도 깊어진다는 뜻이다.
한 뼘 남은 늦여름 햇살이
꽃송이 마다 이루만질 때
지나가는 길손들은
황홀함에 감탄하고 있다.
* 애기말발도리
♧ 야생화 - 윤용기
몇 억년 숨가쁘게 이어 온 삶
모진 세파 이겨내고
이어 온 억겁의 세월
찾지 않는 설움에도
가만히 피었다 가만히 피었다
솔솔 바람에 흩날려
퍼지고 퍼져
호올로 외로이 피어 있는
야생화야
밤이 오면 가슴 움츠리고
아침이슬에 가슴을 열고
눈물짓던 야생화야
네 가슴이 나를 닮아
하이얗게 되었네
* 노랑매발톱
* 풀싸리
♧ 야생화 - 한상경
누가 너를 야생화라 불렀느냐
잊혀진 이름의 꽃이여
작은 몸짓 절규하는 너의 침묵
뜨거운 외침 꽃잎으로 말한다
사랑의 눈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는 꽃
너 야생화여
잊혀지는 아픔 흙가슴에 뿌리박고
이슬 눈물 머금고 기다림에 피는 꽃
야생화여
오늘도 바람부는 광야에서
마지막 남은 씨앗 대지에 흩날린다
* 석곡
♧ 들꽃은 홀로 먼지를 먹어도 아름답다 - 강효수
들꽃
외로움이 모여 들꽃이 되었다지
들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고독하기 때문이라네
들풀에 누워 외로움의 결정체에 얼굴을 묻고
고승의 선시 같은 향기에 빠져드네
들꽃이 마주 보네
너의 외로움은 그저 슬픔
너의 고독은 그저 절망
너는 그저 아픔일 뿐이라고
은둔하는 수행자는 내게 말했네
나는 부끄러워 울었지만
이슬이 내리자 나의 눈물은
들풀 하나 적시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별이 눈물에 모두 빠지도록 울었네
나는 보았네
외로운 들꽃을 보았네
고독해서 아름다운 들꽃을 보았네
나는 보았네
가난한 들꽃을 보았네
가난해서 행복한 들꽃의 이야기를 들었네
나는 알았네
들꽃은 홀로 먼지를 먹어도 아름답다는 것을
나는 너무 많은 의미를 먹고산다는 것을
* 종덩굴
* 옥녀꽃대
♧ 산속에 홀로 핀 들꽃 - 제산 김 대식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산 속에
작은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벌 나비도 없는 바위틈에서
외로이 홀로 피었습니다.
남모르게 홀로 바위틈에서
이슬 맞고 외로이 피어나는 꽃
남모르게 혼자서 사랑하다가
그리움만 머금은 채 지고 맙니다.
홀로 피고 홀로 지는 외로운 들꽃
바위틈에 피어난 한 송이 작은 꽃
그리움에 이슬만 머금은 채로
지나는 바람에 하늘댑니다.
그 누구를 그렇게 사모했는지
밤마다 별을 헤며 이슬 머금고
아침까지 촉촉이 젖은 눈물들
홀로 삭이다 지고 맙니다.
* 털쥐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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