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날고 싶은 두루미천남성

김창집 2013. 7. 13. 00:14

 

어제 오후 3시,

제주특별자치도 문예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현기영 원작 연극 ‘순이삼촌’을 관람했다.

순이삼촌 역에 양희경이 맡아 열연했는데

스케일도 크고 연출효과도 뛰어났지만

내용면은 뭔가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다.

원작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각색이나 연출을

기대했었는데 너무 밋밋한 느낌이었다.

 

두루미천남성은 천남성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에 알줄기가 있고, 잎은 높이 50cm 정도의

헛줄기 끝에서 하나가 나오며 새의 발 모양으로 갈라진다.

꽃은 5~6월에 육수꽃차례로 핀다. 알줄기는 독성이 있으며

약재로 쓴다. 경기, 제주, 평북 등지에 분포한다.  

 

 

♧ 두루미천남성 - 김승기

 

그렇게도 하늘을 날고 싶은 걸까

 

길게 뻗은 다리

넓은 이파리로

하늘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활짝

날개를 펼치고

 

오뉴월 땡볕 아래

땀 뻘뻘 흘리고 있네

 

외다리로 버티고 선 땅

그렇게라도 몸부림을 치고 나면,

오르지 못하는 꿈으로

애타는 가슴

조금이나마 시원해질까

 

그런다고 남쪽 하늘의 별이 될까

 

지상에 묶인 몸

마음만 하늘에 올려놓으면 되는 거지

 

학이 되어 날아오르겠다고

요란 떨지 않아도

정해진 때가 오면

절로 익어 터지는 빠알간 옥수수 열매

알알이 별이 되어

지상을 화안히 밝히게 될 것을

 

지금

하늘을 향해

무슨 짓거리 弄농을 하고 있는 건지

 

떠돌지 않고

한 곳에 뿌리 내린 것만도

크나큰 복인 것을 

 

 

♧ 두루미(白鶴) - 박라연

 

어린 한 몽상가는

새가 사람 되는 일보다

사람이 새 되는 일이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사람으로 살면서 새 되는 일이란

사람의 무게이면서 새처럼 가벼워져야 했다

그리운 땅을 한 순간만 바라보려 해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소리칠 때마다

어린 한 몽상가는

새를 단 한 번만이라도 그리워해본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멀어진 땅의 입김을

날개 속에 힘껏 끌어당겼다

새의 나라에 이르러 한 어린 몽상가는 제 이름을 공중에 쓸 것이다.  

 

 

 

♧ 휴전선 두루미 - 고경숙

 

시베리아에 유배된

내 조상에 대해 묻지 말라

 

여기는

천적의 눈을 피해

필사적인 짝짓기로 실체를 확인하는

아나키스트들만이 사는

황무지

지뢰밭에 발 담그고도

나는 글을 몰라 철조망만 흔든다

잿빛 긴 목은

곡사포처럼 태양을 조준한 채

 

휴면하던 풀들이 일제히 사열을 시작하고

죽음처럼 숨죽인 비열한 독수리떼

몇 알의 곡기로 목구멍을 어른다

숨통을 조이지 마라

절대 강자는 없다

수십령 생애동안

오직

사랑했던 것들만 기억하련다

북을 두드려라 두드려

마지막 힘을 다해

부리로 철조망을 갉으며

진격이다

하늘이 원무한다

 

여기는

고립된 육지속의 섬

농약먹고 박제되어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두루미 한 마리

자동소총에 머리를 기대고

신새벽

자유를 지킨다. 

 

 

♧ 두루미 - 최홍윤

 

안개비 내리는 칠월 아침에

긴 종아리로 어슬렁어슬렁 걷는 네가 슬프다

 

날아 갈듯 고개 높이 빼들고

또 무슨 슬픈 노래를 부르려고

종아리보다 얕은, 검은 강 어슬렁거리느냐

 

언제 봐도 서러운,

너는, 풍경이 있는 마을에 귀한 족속

어서 떠나라, 훨훨 날아 떠나다 보면

 

푸름 물결 치고

사래긴 논배미 덕지덕지 붙은 들판

밥 연기 모략이는 마을이 보일 게다

 

맑은 도랑물에

낯을 씻는 청순하고 어여쁜 소녀

소녀 곁에서도 목을 길게 빼고는

 

검은 강변에서처럼

슬픈 너의 노래는 부르지 말자.  

 

 

 

♧ 두루미 - 최홍윤

 

7월 아침에,

너의 자라목은 안개비에 슬프기도 하고

고개 높이 빼들고

어슬렁어슬렁 검은 강 헤집는

가느다랬고 긴 너의 종아리

애처롭기도 하다.

 

언제 봐도

너는, 풍경이 있는 마을에 귀한 족속.

 

언제나 날아 갈듯

긴 목 빼들고, 또 무슨 노래를 부르려고

한치의 물속도 없는 강에

어슬렁어슬렁 주름잡느냐?

 

어서 떠나라

너의 긴 목, 넓은 날개로

7월의 들녘, 저 골짜기의 너비를 재며

훨훨 날아가다

 

저녁밥 익는

연기 나는 마을,

사래 긴 논배미에 내려앉아

도랑물에 낯을 씻고

 

또,

목을 빼들고

다시는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자

너,

두루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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