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충북 나들이의 마지막 코스는 사인암이었다. 사실이지 사인암은 단양에 들를 때마다 찾아가는 코스로, 일면 멋진 풍경이 반갑긴 한데 그 주변 여기저기에서 제멋대로 텐트나 차양을 치고 고기를 구어 먹으며, 물놀이 하다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어찌 보면 아직 관광지로 정착하지 못했던 옛 제주의 모습이 저러지 않았나 반성하는 기회가 된다. 이번에는 술탐을 줄여 사인암 아래 암반에 새긴 바둑판과 장기판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탁 선생의 시조를 찾아 외워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여행의 별미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명승 제47호 ‘단양 사인암(丹陽舍人巖)’은 남조천변에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바위이다. 고려 말에 임금을 보필하는 직책인 정4품 사인(舍人) 벼슬을 하던 우탁(1263~1343)은 평소 이 바위와 바위 주변의 풍광을 좋아했고, 벼슬을 그만 두고 낙향해서는 이곳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가 우탁 선생을 기려 이 바위를 ‘사인암’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표현했고, 단원 김홍도는 사인암의 기암괴석들을 바라보면서 십여 일을 고민하고도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길 수 없었고, 일 년이 지난 다음에야 간신히 사인암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남조천을 따라 사인암이 포함된 절경이 펼쳐지는데, 이를 ‘운선구곡(雲仙九曲)’이라 한다. 운선구곡은 대은담, 황정동, 수운정, 연단굴, 도광벽, 사선대, 사인암, 도화담, 운선동 등을 말한다. --‘Daum 문화유산’에서
♧ 우탁의 시조 - 탄로가(嘆老歌) 1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러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우탁의 시조 - 탄로가(嘆老歌) 2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업다.
져근덧 빌어다가 머리 우희 불니고져
귀 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가 하노라.
♧ 사인암舍人岩 - 松元 최원익
명주바람 벗 삼아
운선칠곡雲仙七谷 찾아드니
노송老松 입은 사인암舍人岩은 관향貫鄕을 물어오고
운계천
돌돌 장단에
탄로가嘆老歌 로 반기네.
청련암 풍경風磬소리
청음은 여전한데
석국石局 위 *난가선객爛柯仙客 주인은 간데없고
사인암
비춘 조명만
미륵불을 만드네.
----
*난가선객爛柯仙客 : 바둑알(바둑)을 이르는 말言
♧ 호수 위에 뜬 단양팔경 - 미산 윤의섭
푸름 깊은 계류 굽이굽이 물줄기요
단원이 놀라 해를 넘기며 그렸다는
깎아 세운 바위 절벽 사인암이 기이하고
굽은 소나무는 천 년을 지키네
물빛은 옥빛이냐 맑기도 하고
퇴계가 노닐 던 옥순봉 구담봉의
몸을 씻은 듯한 물속 그림자는
달 뜨기를 기다리네
월악산의 기암들은 둥글둥글
금수산 단풍은 그린 듯이 촉촉한데
청풍호에 담은 청옥 빛 맑은 물이
남한강으로 유유히 황금들을 누비네.
'국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리산 법주사를 찾아서 (0) | 2013.10.01 |
---|---|
강화 광성보를 가다 (0) | 2013.08.26 |
무섬 외나무다리 (0) | 2013.08.18 |
옥순봉을 아래위에서 보다 (0) | 2013.08.06 |
금수산 정방사에 다녀옴 (0) | 2013.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