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경업의 山 시편과 잠자리난초

김창집 2013. 9. 10. 00:18

 

 

  권경업 시인은 백두대간을 최초로 종주한, 70년대 부산 지역의 전설적 산악인이다. 1977년 설악산 토왕성 빙폭(氷瀑)을 등반하고, 1982년 부산지역 최초의 히말라야 원정대 등반대장을 맡았다. 1990년에는 백두대간 연작시 60여 편을 월간 <사람과 산>에 연재, 산악시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산악운동의 문화적 위상을 높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15편의 시집을 냈는데, 이 시들은 올 4월에 나온 시집  ‘꽃을 피운 바람의 독백’의 시편들이다.

 

  잠자리난초는 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습지에 자생한다. 뿌리는 타원형으로 수염뿌리가 있고, 여러 장의 잎은 어긋나며 선형이다. 6~8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잠자리 모양이며, 9월에 열매가 익는다. 해마다 1100고지를 지날 때 습지에서 찍는데, 그곳은 지금 람사르습지로 보호되고 있어 접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녀도 쉽게 찾지 못해 저장해 둔 것을 내 보낸다.

 

 

△ 등산

 

올라가본 놈들은 다 안다

정상체위로도 뿅 가는,

 

 

 

▲ 오르가즘 1

 

올라와줘! 올라와줘!

애원하지 않아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미등(未登)의 산

 

 

△ 오르가즘 2

 

높이로 오른다면

누구에게나 쉬운 일

 

깊이로 오른다면

제대로 느껴질, 산

때로 사람이 그래

 

 

 

 오르가즘 3

 

거친 숨소리, 씩씩거리는

야수(野獸)의 멧돼지처럼

 

어느 산꼭대기에 섰을 때

주위의 보이는 산들, 다

올라가 보고 싶은

 

 

 

 

△ 오르가즘 4

 

백 번 천 번 얘기해도 몰라

올라보지 않은 놈이 어떻게

 

세상, 힘들여 땀 흘리지 않은

기쁨은 결코 없다는 걸

 

 

 

 

▲ 오르가즘 7

 

어머나! 흥건히 다 젖었군요, 등이

 

쉬엄쉬엄 쉬어 가세요

산길이란 종종대지 않아도 좋습니다

 

 

 

△ 오르가즘 8

 

처음부터 허공을 향한

부질없는 몸짓

 

하산할 때의 그 허탈감과

쓸쓸함이란…

 

 

 

▲ 오르가즘 10

 

필요하신 분 연락주세요

성심껏 길나 잡겠습니다

 

지리산 취밭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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