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거리에 흐르는 가을의 詩(중계)

김창집 2013. 10. 14. 07:52

 

제주작가회의에서는

2013년 10월 11일 저녁 6시30분부터 8시까지

산지천 분수광장에서 ‘2013년 거리에 흐르는 가을의 詩’

시화전과 시낭송 공연을 가졌다.

 

이종형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회원과 일반시민,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까지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해

깊어가는 가을저녁을 노래와 시로 물들이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 여는 노래 - 음악사랑 온새미

   * 테우리(김문영 작사,곡)

   * 홍시(나훈아)

   * 통나무집(소리새)

 

□ 시낭송 * 가을의 기도(김현승) - 파란나비

   *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 김광렬

□ 현악4중주 - 제주대학교 오렌지스쿨

   *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2번 라장조 작품 136, 1악장

   * 바흐, G선상의 아리아

   * 영화 ‘여인의 향기’ OST ‘Por una cabeza’

 

 

□ 제주문단 소장파의 시낭송

   * 남수각 - 현택훈(제주작가회의)

   * 왕과나 - 김병심(제주문인협회)

 

□ 우종훈 노래 - 오늘이 좋다(작사, 작곡 안치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광섭 시, 이세문 곡)

□ 연속 시낭송 - 섯알오름(김영란)

□ 관객 시낭송 - 내 귀가 홉뜬다(김세홍 시, 김윤화 낭송)

□ 성악(이윤정) - 내 영혼 바람되어/ 10월의 멋진 날에/ 아름다운 나라

 

□ 대금연주 - 대금산조 中 중중모리, 자진모리 한송유

□ 소설낭독 - 장편소설 『탐라의 사생활』중 「조생전」

                    4편(조중연 작, 파란나비 낭독)

□ 노래(우종훈) - 너를 위해(작사 채정은, 작곡 신재홍)

   

 

♧ 섯알오름 - 김영란(낭송 작품)

 

  감지되던 예감 앞에

  더듬이 세운 새벽빛

 

  호명되는 그 이름이 싸늘하게 감겨온다 그 누구 이름일까 휘둘러 살피는데 삽시간 꽂히는 눈빛 등 떠밀며 꽂히는 눈빛 세워 앉은 무릎 풀며 휘청 나설 때 아, 달빛 눈빛 푸른 저 새벽달 최후의 증인처럼 졸졸 따라 나선다 트럭에서 멀어지는 한림 항 갯내음 신사동산 소롯길 지그재그 해무리 그 속으로 그리운 가족사 드문드문 지나고 죽음의 예고편처럼 길이 마냥 끌려온다 기막힌 사연들이 타전하듯 속삭일 때 귓속말 뚝 끊기고 길도 이젠 끊기고

 

  지상의 마지막 인사

  흘려놓은 신발 한짝

 

 

♧ 상사화 1 - 김섬(시화 작품)

 

그리워그리워그리워 하다

너는 그렇게 가고

 

기다리고기다리고기다리다

나는 또 그렇게 간다

 

마음 한 조각 어긋나고

시간 한 발작 어긋나고

둘이 따로 마음 맞춰

 

그리워그리워그리워만 하다

기다리고기다리고기다리기만 하다

 

그렇게 간다

속절없이 먹먹히 간다 

 

 

♧ 자작나무 - 김수열(시화 작품)

 

장백산 가는 길

가도 가도 자작나무

다시 가도 자작나무

 

그 가운데

곳곳하게 선

죽은 자작나무를 본다

한 치 흔들림 없다

 

살아서 하얀

자작나무들

죽어서도 하얀

자작나무를 우러르고 있다

 

자작나무는

죽어서도 자작나무다

별처럼 하얀 자작나무다 

 

 

♧ 따뜻한 초승 - 김진숙(시화 작품)

 

어둑한 귀갓길이 초승달 따라 간다

오래 뜬 별 하나가 전조등을 켜놓은

하늘가 한 뼘의 거리

은비늘이 반짝인다.

 

고모댁 불 꺼진 방

안부 살피던 이웃처럼

복사꽃 청상의 그늘 혼잣말을 엿듣다가

발걸음 차마 떼지 못하고

그렁그렁 뜨는 밤.

 

제주 바다 물속 어디 당신 몸 뿌리셨나

배고픈 아우 찾아 떠먹이던 숟가락

열아홉 한 술의 온기

초승달이 떠 있다.

  

 

♧ 어제 내린 가을비 - 양영길(시화작품)

 

어제 내린 가을비에서

바다 냄새가 났어

오랜 시간들을 뒤척이고 있었지

물새들이 막 내려앉았어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몰려가듯이

꽃비가 쏟아져 흘러가듯이

밤새 별들이 쏟아졌을까

바다가

바다가 노란 색이었어

노란 은행잎에 뒤덮여 있었어

맨몸으로 가을비에 젖은 은행나무에서

바닷새가 파닥이는 소리가 들렸어

파도소리가 묻어있는 가을비가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어

너의 창문을 적시고 있었어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밭목산장의 하룻밤  (0) 2014.05.23
민요패 소리왓 ‘소옥의 아리랑’  (0) 2013.11.24
지리산 종주 사진  (0) 2013.10.05
산에서 만난 난(蘭)들  (0) 2013.06.30
지천명과 건강, 그리고 약모밀  (0) 201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