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길라잡이 7기생들이
지난 토요일 강좌를 마침에 따라
진도로 졸업 여행을 간다.
당초 핑크돌핀호로 2시간 반 걸리는 벽파항으로
직접 갈 계획이었으나, 멀미 걱정 때문에
완도 카페리로 다녀올 예정이다.
11월 2일 아침 8시반 카페리로 제주국제부두를 떠나
완도로 간 뒤, 전세 버스를 타고 진도에 도착
이틀 동안 첨찰산과 금골산 등반,
제주 항파두리와 관련된 용장성 답사,
맛기행 등을 마치고 3일 오후 3시 완도에서
출발하는 카페리를 타고 온다.
진도의 분위기를 미리 느끼기 위해
진도를 주제 및 소재로 한 시 몇 편과 함께
10월 마지막 날 장애우들과 함께 올랐던
서우봉 해변 함덕해수욕장의 철 지난
쓸쓸한 가을 바다 사진을 올린다.
♧ 진도 저물녘 - 김선태
- 육자배기調
1.
가을걷이 끝난 들판 실타래 풀리듯
흰 연기 떠다니는 진도 저물녘이어라
강둑을 따라 억새꽃 날리는 강둑을 따라
일 마치고 돌아들 가는 진도 늙은 아낙들
막걸리 몇 순배 불콰한 얼굴로 흥에 겨워
주거니 받거니 노래 한 가락씩 뽑아올리는데
고나아-헤, 시김새 치렁치렁한 노래는
참, 오지게는 구성진 남도 육자배기
저것 봐, 가는 듯 마는 듯 진도 아낙들
무장무장 흥에 겨워 한없이 휘늘어져선
어깨춤 절로 들썩이는 진도 저물녘이어라
고나아-헤 고나아-헤, 그 가락 따라 어디론가
강물처럼 흐르고 싶은 진도 저물녘이어라
2.
술에 취해, 가무에 취해 또 노을에 취해
천지가 한데 얼크러진 진도 저물녘을 보아라
추임새 좋은 산 얼쑤얼쑤 옷깃을 풀어헤치고
너름새 유장한 강물 구비구비 몸을 뒤트는데
때마침 떨어지던 노을이 그 노랫가락 받아 부챗살 펼치며
참, 처절한 목울대로 자지러지는 것을 보아라
서편 하늘일랑 온통 불태우며 떨어지는 것을 보아라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버무려 삭힌 빛깔로
사람도, 들도, 산도, 강물까지도 끌어안고선
마침내 황홀하게 바다로 빠져죽는 것을 보아라
아이고 데고 허허, 날 저무는 것을 보아라
♧ 진도 냉이 - 이향아
진도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어느 땅이나 똑 같은 봄 나물이 아니여
진도의 밭 두렁에 쭈구리고 앉아
진도의 냉이를 캐고 싶다
미풍에도 흐느끼는 신들린 냉이
신들린 진도의 코딱지 나물을 캐고 싶다
겨울이 추웠기에 오히려 색이 맑은
진도산 봄나물의 희디 흰 뿌리를
내 오른 손금 위에 얹어 보고 싶다
손금으로 파고드는
진도의
봄 시냇물
풀리는 소리를 듣고 싶다
♧ 보배로운 소리 - 윤향기
단 하룻밤만 진도에서 머문다면
남도 기행의 끝이어도 좋아라
풀 뜯는 소떼들처럼 뉘엿뉘엿 놓여 있는 산과 바닷가
마을의 초롱한 불빛들의 서늘한 색조는 원형의 유산이니
바다가 갈라지는 곳에서 들려오는 영등 할미의 구성진 노랫소리며
운림 산방에서 번지는 황금잉어의 유순한 눈빛들이며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인간 문화재 세 여인을 만난 건
천병태 시인의 공로였다
그날 밤 장터 술집에서
격식이 배제된 주안상 위로 잔들이 오갔다
금술 한 배씩이 돌자 적절히 피곤해진 우리는
혼을 준비한 소리를 마중나갔다
별에 다녀오는 듯한 바람소리인 줄 알았다
다시래기, 강강술래, 진도아리랑의 어얼쑤 복창
흥겨운 학이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다 주저 없이 고요해지는
육자배기 막걸리에 모로 꺾이는 뒷소리
시정잡배의 눈흘김에 동백꽃같이 터져
젖은 상처로 들노래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 분명 지상의 목소리이니
소래기와 시루를 걸러나온 진도의 가락은 질펀한 질곡을 넘어와
온몸으로 영혼을 두드리는 질그릇 숨결이었다
그날 소리와 소리가 만나는 성性의 화엄을 보며
나를 가락에 맡겼다
♧ 팽목항 - 김기연
파도는 바다를 연주하는 LP 음반이다
재즈의 음표처럼 떠 있던 섬들이 해무를
변주하고, 정박한 조도 페리호가 철선으로
주조된 녹슨 침묵을 깨고 긴 기적을 긋는다
나는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그 섬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감과 상실감의 이중주를 듣는다
출항 시간이 가까워지고, 사람들은 여객선에
먼저 오르려 선착장으로 몰려가지만
멀리 뱃길을 닫아 건 안개는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다
끝내 결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맑게 트인
은초록의 하늘에 먹구름을 만들고 표를 무르며
돌아서는 나의 마음 깊은 곳까지 우뢰를 내린다
이젠 가벼움만으로 부푼 나의 빈 육신을 이끌고
다시 떠나온 거리만큼 돌아서 걸어야 한다
진도읍으로 가는 버스에 오를 때
몇 척의 해경 선박이 바다를 짓치며 해무 속으로
사라진다
"무슨 일이지요?"
"뭐, 시체를 찾는답디다. 3일 전 어떤 젊은 남자가
여객선에서 뛰어내렸다요. 오늘 시체가 떠오른다고
그럽디다."
아직 인양되지 못한 채 섬처럼 부유하고 있을
그는 어디쯤에서, 표류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났을까
버스 창 밖의 바다는 악보 없는 협주를 시작한다
섬과 안개와 정박한 배들과 그와 나,
그밖에 소금기 묻은 것들과.
♧ 은하수가 없어도 우리는 만나 - 정군수
남도 하늘에 무쇠낫 하나 걸리면
울돌목 곧은 물소리 진도로 갈거나
내 핏속 언제 인연이 있어
은하수가 없어도 진도대교를 건너
서러운 님 앞에서 씻김 노래 듣는가
굽이치고 휘어지고 노한 물소리
내 마음 빈자리 만가(輓歌)로 남아
고비고비 맺힌 한 모두 풀어줄
이별 노래로 남아
돌아서지 못하는 님 보내주는가
진도 성터에 조선활 하나 뜨면
드는 칼 우레 소리 남해로 갈거나
내 눈에 언제 살기가 돋혀
철갑선이 없어도 바다를 건너
무지개 핏빛으로 목숨을 거두리
가도가도 다시 뵈는 물 끝자리
진도의 달빛으로 머리를 풀고
휘어지고 감기우는 옷소매 따라
이슬 젖은 그대의 속옷까지
거두어 가소 모두어 가소서
이 밤을 울리는 저 물소리까지
♧ 동석산 - 제산 김 대식
전남 땅끝에서
연륙교를 건너 당도한
아름다운 진도에는
작지만
진돗개만큼이나 당차고 험한
아름다운 바위산이 있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산
작지만 웅장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산이 있다.
시작부터 암벽으로 오르는 산행
공룡의 등 같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암벽의 산
칼날 같은 능선으로 아슬아슬 내딛는 칼바위능선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봉우리
줄에 매달려 오르고 내려서는 산행은
더없는 스릴이고 강한 도전이다.
바다와 다도해의 아름다움은
산행 내 펼쳐지고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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