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운앤율 ‘바퀴 위에 앉은 세상’

김창집 2014. 1. 15. 08:25

  

♧ 에필로그

 

 무엇인가 핑계만 있으면

 만나고 싶었다.

 2009년 5월 6일.

 제주여고 교장실 첫모임.

 제주문협 활동을 함께 하던 시인들이었다.

 ‘운(韻)&율(律)’이란 소박한 모임이 시작되었다.

  

            (중략)

 

 이제 꽉 찼다. 열 사람!

 그리고 「바퀴 위에 앉은 세상」이 태어났다.

 어디로 굴러갈지? 넓은 바다로 풍덩 빠졌으면 좋겠다.

 아! 시원하다!

 

이 시집에서 차례로 시 여섯 편을 골라

요즘 한창 씨앗을 폴폴 날리는

박주가리 열매와 같이 올린다. 

 

 

♧ 참나무 - 고성기

 

겨울이 다가서면

참나무는 옷을 벗는다

 

인고의 세월, 문 걸어 잠그고 안으로 운다

광야를 더러는 설산을 향해 앞장한다.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방향과 무늬가 달라도 동안거의 화두는 ‘참’

 

정수리

탁, 치는 깨달음

도토리가 익었다. 

 

 

♧ 가끔 나는 동치미가 되고 싶다 - 권재효

 

너와 동침을 꿈구던 날

왜 자꾸 동치미가 생각나던지

팔랑,

바람처럼 너는 가버리고

김칫국부터 마신 죄 하도 커서

나는 무밭으로 달려가

잎새 파란 무가 되었던 것인데

땅 속에 단단하게 박힌 놈이

이왕지사 너에게 뽑혀서

동치미 동치미로나 만들어져

네 입술을 적시고 살살살

혀를 녹이다가 시원하게

네 몸을 타고 내렸으면 하는

아, 지랄 같은 생각 

 

 

♧ 귀향 2 - 문경훈

 

갈바람

담쟁이 속으로 숨어들어 탄다

 

감나무 휘어진 가지마다

빨갛게 감이 탄다

 

무너지다 만

싸리문

깨어진 장독대 너머

막 저녁 해가 떨어지고 있다  

 

 

♧ 한라산 ․ 봄 - 송창선

 

눈 녹아 흐르는 물소리처럼

오솔길에 돌아가서

한라산 기슭에 발 젖는데

앙증맞은 잔설 새로 어린 빛살 모아

복수초 푸른 잎자리 위에

노란 꽃잎이 오롯이 영롱하다

설레고 두려운 날에

추위에 길러온 고된 꿈 하나

어둠 속에 간직해 온 푸름이

당돌하게 가슴 졸이는

 

봄 ․ 산

   

 

♧ 여행 2 - 안상근

 

낯선 세상은 늘 설렘으로 옵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늘 끌림으로 다가옵니다

호기심은 짜릿함 그 자체입니다

체험은 살 떨리는 즐거움입니다

 

거기에는 새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 산책 2 - 양민숙

   -오솔길이 말하다

 

가을 이끼가 한 꺼풀 덧씌워진 오솔길

켜켜이 쌓이는 이끼 더께 위로 흐르는

포장된 욕망의 흔적들

듬성듬성 하늘을 가린 솔가지 사이를 뚫고

빗금 치며 스며드는 햇살을 걷어내면

걸을 때마다 전해오는 저 축축한

시간에 삭힌 잔해들

모른 채 흘러가는

립스틱과 매니큐어의 색깔

넥타이와 구두의 디자인

에쿠스와 마티즈의 주인

 

침묵으로 삼키는

벌거벗고 돌아오는

이제, 누구보다도 희망하는

오솔길을 말하는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을 여는 '작가'의 시들  (0) 2014.01.17
‘혜향’ 창간호의 시  (0) 2014.01.16
강원작가 16호의 시와 일엽초  (0) 2014.01.13
양순진 시집 ‘자작나무 카페’  (0) 2014.01.11
우리詩 1월호의 시  (0) 201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