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모과나무꽃 핀 뜰을 보며

김창집 2014. 4. 1. 00:13

 

차를 타고 가는데,

무성한 초록과 연분홍 꽃무더기가 언뜻 눈에 띈다.

짐작 가는 게 있어 차를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본 즉,

바로 이 모과나무꽃이다.

 

내가 카메라를 갖기 전까지는

모과나무가 어떤 건지는 물론 모과나무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는 줄은 까마득히 몰랐고,

이런 여리디 여린 꽃에서

그렇게 툴하게 생긴 열매가 맺히는지도 몰랐다.

 

 

 

 

리가 흔히 쓰는 관용구 중에

‘모과나무 심사’라는 말이 있다.

‘모과나무처럼 뒤틀려 심술궂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한 마음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

사람이 겉 다르고 속 다르듯이

비정형으로 뒤틀린 모과도 향기와 약효는 그만이다.

따끈하고 향긋한 차는 감기에 좋고,

술을 담그면 향기 또한 그윽하다.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 활엽 교목으로

높이는 10m 정도이고, 잎은 어긋나며 끝이 뾰족한 긴 타원형이다.

봄에 희거나 연붉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피며,

가을에 향기롭고 길둥근 모양의 누런 ‘모과’가 열린다.

열매는 기침의 약재로 쓰이며,

과수 또는 분재용으로도 재배한다.  

 

 

 

천연두 마마를 앓듯이/ 겨울을 살아낸 삶

힘 넘치게/ 푸른 잎 틔우다

새잎마다 비늘 번득이면서/ 연홍색 꽃을 피우면

내 팔뚝에도 불끈 힘줄이 서다

맑은 영혼으로/ 햇살마다 실어 올리는 꽃향

덩치 큰 곰보의 얼굴이/ 오히려 예쁘다

여름 내내 정성으로 키우는 열매

그 달디 단 향이/ 가을을 듬뿍 적시면/ 하늘이 깜짝 놀라다

 

누가 너를 못난이라 하느냐

사람의 눈으로 자연을 들여다본다는 것

아주 조심스런 일이야

                                 - 김승기 ‘모과꽃’ 전문 

 

 

올 입춘 전후 지인의 차를 얻어 탔는데,

붉으죽죽하게 변색되는 모과 두 알이

조그만 바구니에 담긴 채, 차 속에서 썩는 것을 보았다.

“에구, 저 아까운 것. 어느 정도 향기를 맡았으면

곱게 씻어 술이라도 담글 걸.” 했더니

누가 몇 알 주었는데, 더러는 술을 담가 놓았다 한다.

그래서 여름이 되어 술이 익으면 한 병 분양(?)해준다고 약속했다. 

 

 

내 젊었을 적 처음 집이란 걸 짓던 해,

대구에 갔다가 동서네 집에서 모과 몇 알 얻어다

술을 담그면서 아무케나 그 씨를 화단에 뿌렸었는데,

싹이 트고 제법 자라 꽃이 하나둘 필 시기에

남겨두고 온 모과나무가 문득 생각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만 무성했던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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