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벚꽃이 피었네요

김창집 2014. 3. 26. 09:34

 

어제 그 비 잠깐 오고 나서

집 앞 소공원에

벚꽃이 피어났네요.

 

서귀포에 3월 27일경에

벚꽃이 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제주시에도 하루 전에 이렇게 피었습니다.

 

 

월요일 저녁

동네 벚꽃 잔치하는 전농로에

북쪽 찬바람 막힌 곳마다

무더기 무더기 피었더니,

오늘은 일찍 서두른 나무에

빈 틈 없이 피었네요.  

 

 

♧ 벚꽃 피던 날 - 안경애

 

바람 편에 안부 전해도

소식 없더니

 

밤사이 내린 비에

나지막이 풀피리 불듯

 

수줍게

곱게 접어둔

사랑 하나 들고서 달려왔나 봐.

 

한 줌 햇살에 안부 전해도

기별 없더니

 

밤사이 내린 비에

함박눈이 내린 듯

 

새하얀 꽃 몽우리

휘어질 듯, 부러질 듯, 춤추는 몸,

웃음꽃 활짝 피워

 

향긋한 봄비 내리듯

솜사탕처럼 달콤해

 

우리의 언어가 담긴

밀어의 세레나데

꽃술 터치는 나직한 속삭임

 

그래서

자꾸만 듣고 싶어지나 봐  

 

 

 

♧ 벚꽃 - 권오범

 

어떤 감미로운 속삭임으로

자릿자릿 구워삶았기에

춘정이 떼로 발동했을까

 

튀밥 튀듯 폭발한 하얀 오르가슴 쫓아

겨우내 오금이 쑤시던 꿀벌들

실속 차리느라 살판난 강가

 

꽃샘이 끼어들도록 방관하더니

본분 잃지 않고 서두르는 걸 보면

봄바람아, 너 정말 오지랖 넓다

 

화끈한 누드쇼 이끌고 방방곡곡

사람사태 나도록 쏘삭거리는 일

참말로 잘하는 짓이다 

 

 

♧ 벚꽃 - 素養 김길자

 

햇살 한 가닥 휘어잡고

봄을 열며

들녘에서 외롭게 피던 날

 

슬픈 미소 보내며

향기로 그림자 찾아

살랑대며 애무하는 바람아

 

표정 지운 꽃들마다

설움 삭이다

눈송이처럼 떨어져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연한 핑크빛

한 아름 담아 보낸다

그리움이 머문 꽃잎 속으로  

 

 

♧ 벚꽃을 보며 - 강진규

 

내가 앓다 버린 신열의 모서리마다

생의 즐비한 가벼운 노래

오늘은 해종일 눈이 부시다

 

생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면 끝끝내

내 생은 부풀어 더욱 가득해지리라

질긴 몸서리마다 꿈이 되어

내 한생 질곡을 환히 밝히려드는가

 

오는 봄을 즐겨 곱게 폈다가

가는 철없는 내 사랑

스스럼없이 부서져 흩어진다

날개마저 달고 싶지 않은 세상으로

오늘은 울음의 길을 펑펑 내고 있다. 

 

 

 

 벚꽃, 바람부는 날의 고독 - 김윤자

 

연분홍 꽃등 알알이 불 켜들고

그렇게 봄을 밝히셨거든

가시는 걸음은 고요해야지요.

 

바람이 꽃잎을 휘몰아 간다고

목숨이 다 한 것은 아니지요.

꽃 진 자리 아물고 나면

작은 날개 돋아날테고

푸른 기도로 솟아 오르면

열린 하늘, 비원의 숲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쌓아올린

탑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거름 널브러진 슬픈 길목에서도

꿈꾸어 노래하시던 청산을 만나실테고

겁없이 불어오던 비탈 바람 잠재울

솔수펑이는 있겠지요.

 

여기까지만 견디시면 됩니다.

어머니  

 

 

♧ 벚꽃 피는 봄날에 - 유일하

 

 

흙먼지 사르르

가랑이에 묻어난 봄

흰 토끼의 빨간 눈처럼 충혈된 내 마음

아지랑이타고 번져오는

춘 곤한 그리움은

화살처럼 날아온 세월에 묻어두자.

 

쫑알대는 산새처럼

지저귀는 설움도

벚나무 가지에 맺혀 앙큼맞게 피어나라.

이젠

벌이랑 나비랑 촉촉한 입맞춤으로

사랑하며 살다가리.

 

허우적거리던 태고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버리고

피어나는 벚꽃처럼

배시시 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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