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하트섬 볼트성의 애절한 전설

김창집 2014. 4. 26. 01:07

 

 

♧ 2014년 4월 19일 토요일 맑음

 

 캐나다 동부 미국과 경계에 있는 세인트 로렌스(Saint Lawrence)강은 온타리오 호수에서 시작되는 강이다. 그 넓은 강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1,865개나 되는데, 미국 소유의 것들이든 캐나다에 소속된 것들이든 통틀어 그냥 천섬(Thousand Islands)이라 부른다.

 

 우리는 캐나다에서 천섬을 돌아오는 조그만 유람선을 타고 맑은 호수를 미끄러질 듯 달렸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섬의 기준은 나무가 있고 없는 것으로 따진다니까, 정말 나무 하나를 안고 있는 조그만 바위서부터 육지인지 섬인지 구분이 힘든 숲을 가진 커다란 것 등 천차만별이다.

 

 아직도 눈이 다 녹지 않아 둥둥 떠다니는 것도 있지만 달리는 배에서 맞는 바람은 섬 경치를 구경하느라 감탄사를 연발하다 보니 그냥 견딜만 하였다. 어떤 섬은 백만장자들이 구입해서 그림 같은 별장을 지어 놓았기 때문에 더욱 돋보였고, 그 중 우리가 반환점으로 삼고 돌아온 볼트성(Bolt Castle)이 있는 하트섬은 애달픈 전설로 하여 더욱 돋보였다.

 

 

 

 

♧ 애달픈 하트섬에 얽힌 이야기

 

 조지 볼트(George Bolt)는 독일 사람으로 젊은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학력이 없는 볼트는 필라델피아 외곽의 한 조그만 호텔에 맨 말단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비바람이 몰아치는 늦은 밤, 노부부가 들어와 종업원인 조지 볼트에게 방을 찾았으나 이미 다 차버린 다음이어서, 백방으로 다른 호텔들을 수소문했지만 예약은 안한 때문에 그날따라 방을 구할 수가 없어, 밤이 늦었기 때문에 누추하나마 자신의 방에다 모시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노신사는 ‘당신이야말로 미국에서 제일 좋은 호텔을 경영할 적임자라고 하면서, 당신을 위해 언젠가 호텔을 하나 지어드리겠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도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이어서 그냥 웃으며 배웅했다.

 

 그 후 2년쯤 지났을까? 노부부로부터 조지 볼트에게 뉴욕행 왕복 비행기표와 함께 자신의 호텔을 방문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뉴욕에 도착하여 편지 속의 호텔을 찾았더니, 노부부가 오라고 한 곳은 뉴욕 중심가 대리석으로 만든 궁전 같은 호텔이었다. 그는 약속대로 이 호텔을 당신이 경영하도록 새로 지은 것이라며 총지배인 자리를 맡기는 것이었다. 그때의 노신사는 바로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Waldorf Astoria Hotel)의 회장이었다. 그러나 조지 볼트는 자신에겐 맞지 않는 자리라고 정중히 거절했고, 호의에 보답하고자 접시닦이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조지 볼트는 열심히 공부하면서 일해, 결국 룸서비스 개념을 처음으로 창안하며 총지배인이 되었고, 결국 호텔 왕에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노부부의 완전한 신임을 얻은 후부터, 회장의 아름다운 딸과 결혼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만 하던 조지 볼트는 1893년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를 데리고, 난생 처음 이곳 천섬으로 휴가를 나왔다.

 

 그 후 그의 아내는 빼어난 이곳 천섬의 경치에 감동하여 자주 찾게 되었는데, 볼트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여 마음에 드는 하트 모양의 섬을 하나 사서 섬 전체에 대한 토목과 건축 설계를 하고, 중세 유럽풍의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성을 짓기로 했다. 1900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공사는 4년여의 세월 동안 약 300명의 목수와 석공, 조각가 등이 참여하여 완공을 6개월 앞두게 되었다.

 

 성이 완성되는 날을 아내의 생일인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선물로 주려고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던 어느 날, 아내의 지병이 악화되어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1904년 그녀의 나이 42세 때였다. 너무도 비통한 나머지 조지 볼트는 하트섬을 생각만하여도 못 견뎌 완공을 6개월 남겨놓고 일체 공사를 중단시켰다.

 

 

 

♧ 천섬 중 제일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는 그 섬과 인연이 아니라 생각한 볼트는 생각 속에서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공사가 중지된 채 내버려두자 짓다 만 건물은 볼품사나운 모습으로 변해 천섬의 아름다움에 옥에 티가 되어갔다. 지역 관청에서는 그것을 걱정하여 조지 볼트를 설득하여 파괴해버리려던 그 섬을 형식적인 금액인 1달러에 넘겨받았고, 지자체에서는 그 건물을 설계대로 다시 완공시켜 운영하고 있다. 강물 위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니, 얼핏 중세 유럽의 성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들어서 주위의 나무들과 어울려 어느 섬보다도 더욱 돋보인다.

 

 최고 6층으로 이루어진 11개의 건물과 120개의 방이 있다는 이 하트 섬의 볼트 성은 지금 호화로운 결혼식 장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때문인지 몰라도, 하트섬으로 인해 천섬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캐나다 최고 인기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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