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장마 속 참나리

김창집 2014. 7. 19. 07:03

 

제주 장마는 참 오래고 질기다.

어떤 땐 장마 중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도

기분 나쁘면 찔끔 쥐오줌처럼 비를 갈기고 도망간다.

 

장마전선은 아무래도 남쪽에서 올라오기 때문인지

본토에서는 기척도 안했는데

맨 먼저 비를 뿌리고 사라진다.

 

비가 본토로 올라가버리면

마른장마로 사람을 못 살게 굴지만,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땐

그래도 ‘우르르쾅’ 천둥으로 막을 내린다.

 

참나리는 백합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2m 정도이며, 비늘줄기는 둥글고

줄기 밑에서 뿌리가 돋는다.

잎은 어긋나고 피침형이며,

7~8월에 황적색에 암자색 반점이 있는 꽃이 핀다.

비늘줄기는 약용하거나 식용한다.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장마 - 강희창

 

바깥은 온통 빗금 투성이다.

뜨거운 욕망을 숨긴 울매미처럼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은신처로 빨려 들어 갔다

전선은 종잡을 수 없이 이동 중

막하 섯부른 선택은 금물임

비는 앙갚음이라도 하듯

본디 욕심 이상 쏟아 부었다

반발하는 우울 두 분자, 분노 한 방울

낮은 곳을 찾아 어디든 강림하사

쓸어가야 할 것은 모두 쓸어 가야지

터전을 잃고 쓰린 가슴속까지도

비는 이미 분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시계추는 물을 먹은 듯 무거웁다

나름의 기대치는 승산이 없지

갈증은 습습한 틈바구니에 웅크린

독버섯처럼 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모든 인내는 전선 뒷전에서 종종 걸음중

은신처에 탕난 욕망들은

쨍하는 햇살이 장막을 가르자

원래 모습으로 단숨에 복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과장은 심해지고

아무리 잃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아무도 못 넘볼 배짱 한 웅쿰 이라도,

하지만 벌써 모두 잊기 시작한다  

 

 

♧ 장마 2 - 이희숙

 

오랜만에 듣는 그대의 잔소리는 정겹기도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퍼부어대는 바람에 지겹기도 하오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그대의 목소리는 이전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아니 하오

독재자처럼 구는 그대의 행동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소

제발 갑인 그대가 못 이기는 척 그만두오

이러다 정말

그대의 깊이를 알지 못한 채 멀어질까 두렵소

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그리움으로 다가서고 싶다는

그대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오

그대,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면

아니 온 듯 조용히 지나가 주오  

 

 

♧ 장마 - 오보영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어떠한 모습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너처럼

그저 줄줄

흘러내리고만 싶다

 

다 지워버리고

다 씻어버리고

 

오직

하늘 위를

훌훌

 

나부끼고만 싶다  

 

 

♧ 장마 - 오순화

 

긴 슬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잎들이 미친 듯이

목 놓아 울다보니 시궁창이 범람했다

 

미움

원망

사랑해서 사랑해서 어쩌지 못한 그리움

폭풍우 휩쓸고 가면

맑은 하늘 쌩긋 미소 짓는다

 

긴 아픔이 있는 날에는 장맛비 내렸으면 좋겠다

거친 숨소리 바람에 실려 가면

넋이 나간 듯이 찾아오는 쉼표

늦은 오후 뽀얗게 하늘 열렸다

 

사뿐해진 발걸음

개망초 꽃이 기운 몸을 일으키며

다시 흐드러진다

산다는 건 그런 거야

흔들리며 사랑하며

원망하며 그리워하며

쓰러져도 풀씨하나 남기는 거야  

 

 

♧ 장마전선 - 권오범

 

저잣거리 건달 같은 구름끼리 만나

공연한 시비 끝에

소나기 한판으로 소멸하고 마는

그런 속 보이는 션찮은 싸움이 아니다

비대해진 조직의 힘 따라 방방곡곡

천방지축으로 오르내리다

마지노선이 무너져야 직성이 풀리는

태곳적부터 세세연년 치러 이골이 난 전쟁이다

아래세상 갈증 해갈시켜주려다

예 저기 땅거죽 벗겨 쑥대밭 만드는

그리하여 애당초

인간의 피눈물로는 간섭할 엄두조차 없었다

생명의 원천을 계산한 조물주 농간으로

서로 다른 성깔의 기압골로 태어났기에

만나기만 하면 구질구질하게라도

밑천이 고갈될 때까지 티격태격 해야 하는  

 

 

♧ 장마 - 양전형

말 안 듣던

지상의 청개구리들

갹갹갹갹

잘못했노라고 일제히 울어대더니

 

괜찮다, 괜찮다,

와락 품어안으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들 모두 눈물 흘리신다

풀어 놨던

해도 달도 별도 다 거두고

 

오래 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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