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연꽃 피는 아침

김창집 2014. 8. 17. 07:06

 

어제는 모처럼

오름 길라잡이 수강생들과 함께

오름 산행을 하였다.

 

그간 외래 강사와 한 달 동안

오름에 다니면서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아 흐뭇했다.

 

당초에는 혼자 20강좌를 담당했는데

전문분야 세 박사를 모시고 두 강좌씩

그리고 사진 강좌까지 나누고 보니

13강좌만 맡게 된 것이다.

 

그 동안 토요일마다 강의를 맡았을 때는

다른 곳의 주말 행사에 못 갈뿐 아니라

토, 일요일을 묶어 밖으로 나가는데도

많은 제약이 따랐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번 한 달 새에 태백산과 청량산도 다녀오고,

주말 하룻밤 자면서 기획한 워크숍도

마음 놓고 참석할 수 있었던 걸 보니,

그 동안 너무 욕심 부린 것이 아닌가 싶어

자승자박했었다는 느낌이 들며,

너무 집착했던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사실은 다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도.

 

 

♧ 연꽃 화엄 - 정호정

 

덕진연못에 가면

오색천으로 옷을 기워입은 사람이 단소를 분다

크고 작은 천조각을 아무렇게나 이어붙였다

명주천에 무명천, 두꺼운 모직천도 보인다

얇고 두꺼운 천들을 모아붙여 울퉁불퉁하다

홈질을 한 실이 동아줄이니 더욱 편편하지 않다

듬성듬성한 바늘땀으로 실밥마저 늘어져 있다

 

꽃잎이 조금씩 열린다

차차로 물 위에 연꽃이 뜬다

봉오리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누더기. 남루.

천지를 끌어안은 사람이 단소를 분다

물 위에서 연꽃이 고요하다.  

 

 

♧ 연꽃 - 이승복

 

부처님이 중생

인견하듯 물 위에

둥근 닮은꼴 얼굴이

둥실 두둥실 떠올라

햇볕 흠뻑 쬐며

고행의 몸짓으로

합장하고 있다

 

짓궂은 장마 빗물

다 받아 맞고서

연각(緣覺)의 은빛 광채

발하며 하늘을 향한다

염원해 희구하는

간곡한 마음이 꽃에서

활활 타오른다

 

질척이고 빠지는

깊은 수렁은

서민들의 근접점

누가 아귀자리 정화의

소독을 자청 하였는가

몸은 비록 피곤하나

마음은 극락의 몸짓

뉘 감히 흉내라도

낼 것인가

 

사는 것이

고해(苦海)라 해도

당신 한 몸 불살라

사해 등불로 우뚝 선 이

닮고자 썩은 땅 뿌리박고

찬란히 꽃 피운

선망의 꽃이라

연꽃이라.

 

 

♧ 절물 연꽃 - 양전형

 

뉘 가르침 있어 이렇게

꽃송이가 선명한지

내 안에서 부풀다 부풀다

한사코 피어버린 사람을 닮았네

 

거울진 물그림자들

연못 밖에서 손짓하는데

뉘 가르침으로 이렇게 말문마다 조용한지

내 가슴만 열어 놓고

입 잠근 사람을 닮았네

 

물방개 맴돌다 떠난 자리에

아린 가슴 소용돌이친다

도대체 누가 뭐라 했길래 이렇게

땅 위에 오르기를 마다 하는지

 

햇살이 지천 가득 이글거리네

아아 유배의 내 작은 호수

올차게 뿌리내린 선명한 나의 그대여

우리, 저 땅 위에 한 번 피어보시게

   

 

♧ 연꽃처럼 - 최이인

 

내 얼마만큼 도를 닦아야 너처럼 흐린 연못에서도 맑게 살 수 있니?

우리가 어느 만큼이나 수행을 해야 둥둥 떠다니지 않고 너처럼 마음을 정하니 ?

모두가 어떻게 살아가야 너처럼 더러운 곳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니?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만 보라.

 

귀로 듣지 말고

가슴으로 들어라.

너는 소리 없이 말을 하고 미소 짓는데

 

나는 무엇이 되어야 너처럼 고귀하게 행동을 하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너처럼 품위를 잃지 않고 환하게 세상을 밝히니?

모두가 몇 만겁이나 고행을 해야 너처럼 늘 엎드려 위대한 하늘을 우러러 사니?

   

 

♧ 연꽃을 보며 - 이영춘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 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 산사山寺의 연꽃 - 안재동

 

달빛도 없는 밤 내내

사바세계를 연연戀戀타가

새벽 닭 울음, 아미에 부시어져

불타佛陀의 말씀 되내이며

눈 비비는 동승

 

성불 목탁 소리

대숲 흔들어 사물을 깨우고

수도승들 백팔번뇌

연못으로 몸부림치듯 침잠되며

미잔하게 물결치는 수면

 

이슬로 세수한 연꽃

청초롬한 모습에 반한 까치들

자꾸 기웃거리는 연못에

포근한 엄마 품에 안기는

아기처럼 달려드는 햇살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한 송이 저 단아한 연꽃

가슴에 꼬옥 품으려는데

쌀쌀맞게 볼을 꼬집고 지나가는

시샘 많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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