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오름 시와 누리장나무 꽃

김창집 2014. 8. 29. 07:32

 

모처럼 시간을 내어 오름 교재 자료를 모았다.

주제가 오름이어서

오름에 대한 시를 찾느라

인터넷과 집에 있는 시집 다 뒤졌다.

 

그런데 소재가 좋아야 시인이 관심을 갖고

시를 쓰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이름난 오름은 시가 많은 대신

이 정도쯤이면 시를 쓸 법한 오름인데도,

쓰긴 썼는데 내가 못 찾는 것인지

전혀 찾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애를 먹었다.

 

아, 오름이 얼마나 좋은 시의 소재인가

욕심이지만 자신이 사는 동네 오름

한 번쯤 올라 시 한 수 써줬으면 좋겠다.

 

그 중 몇 편을 골라

요즘 한창 피어고 있는 누리장나무 꽃과 함께 올린다.

   

 

△ 제주의 오름 - 박태강

 

끝없는 수평선으로 둘러싸인 땅

맑고 푸른 하늘

금빛햇살

흰 구름 뭉개 뭉개 춤추고

물속에서 우뚝 솟은 산

너무나 청초하고 푸르르

평지 같은 오름에서

나무를 보면서

푸르름이 물결치는

오름에서 오름으로

여인의 젖가슴 마냥

흐르는 곡선이 너무나 아름다워

환상 속에서

하늘을 날고

바다를 타는

자연의 삶이 숨 쉬는 곳 제주

제주의 푸른 흐름이

물속에서 해가 솟아

물속으로 해가 지는

자연이 영글고 꽃피는 환상의 섬

   

 

△ 왕이메 자락에 발끝 모으고 - 장원이

 

고와서 서러운 걸 감상이라 말 일

지나는 자국마다 묻어나는 외곬의 풀씨

굼부리 하늘만큼만 품어라시더면

이제 다시 꾸는 꿈은 여기서 시작해야하리

세상사 많은 말을 바람 길에 풀어놓을 때

듣는 귀 도드라짐을 겸손히 느낄 수 있어

살아 있는 날의 첫 삽을 작게 뜬다 해도

가만가만 와 닿는 커다란 왕이메 성품

받을 자 자격을 묻는다. 아니, 절대 묻지 않는다.

   

 

△ 제주의 오름 - 김상옥

 

아스라하게 펼쳐진 제주 들녘에는

고만고만한 모양새의 오름들

도·레·미·파·솔·라·시

신이 그려놓은 악보다

 

그 악보를 놓고

새는 새소리로

벌레는 벌레소리로 연주를 하는데

내가 연주를 하면,

그리움이 사무치는

애틋한 노래가 된다

구름은 오늘도 내 노래를 싣고

임 있는 곳을 향해

길을 재촉하노니

 

늘 푸른 나라

그 ‘영지(靈地)’를 찾아서……

   

 

△ 월라산(月羅山) 진달래꽃 - 김광협

 

붉은 진달래꽃 꽃바다

달빛 비단 깁 짜는 월라산(月羅山)

등성이 연연한 꽃물

내 외숙(外叔)은 만면에 취기.

나는 꽃바다에 노는 치어(稚魚)

헤엄치며 흘러온 청년.

월라산 덮는 봄 산새 노래

그 청려(淸麗) 피어오는 이날

외숙은 전선(戰線)의 고운 넋.

진달래꽃 되어 돌아온 넋.

외조부모 곁에 와 있는 병정.

살아 외치는 강건(剛健)한 목소리

진달래꽃 꽃바다 파도 소리. 

 

 

△ 사라봉의 저녁노을 - 이청리

 

저녁노을이 꽃 바다인가

꽃 바다가 저녁노을인가

저속으로 뛰어 들어 타오르고 싶어라

단 한순간만이라도

하늘로 돌아가서

이 세상에서 살아왔던 날들을 보고 싶어라

우리가 누군가에게 꽃이되어 피지 못했다면

활짝 피고 싶어라

모두에게 손 내밀어 착한 이웃이 되어

저녁노을을 무등타고 돌아가고 싶어라

사라봉! 그대 낙타등을 타고 돌아가고 싶어라

행복의 불이 켜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라 

 

 

△ 별도봉 그 바닷가 - 강윤심

 

가슴으로 바람을 맞는

소나무

이곳에도

함박눈이 빗금을 친다

 

아,

포말로 울지 못한 그리움

그 끈이 어느만큼 가슴 아려

 

언덕배기 민들레

하얀 씨앗

물새 울음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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