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을 내어 오름 교재 자료를 모았다.
주제가 오름이어서
오름에 대한 시를 찾느라
인터넷과 집에 있는 시집 다 뒤졌다.
그런데 소재가 좋아야 시인이 관심을 갖고
시를 쓰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이름난 오름은 시가 많은 대신
이 정도쯤이면 시를 쓸 법한 오름인데도,
쓰긴 썼는데 내가 못 찾는 것인지
전혀 찾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애를 먹었다.
아, 오름이 얼마나 좋은 시의 소재인가
욕심이지만 자신이 사는 동네 오름
한 번쯤 올라 시 한 수 써줬으면 좋겠다.
그 중 몇 편을 골라
요즘 한창 피어고 있는 누리장나무 꽃과 함께 올린다.
△ 제주의 오름 - 박태강
끝없는 수평선으로 둘러싸인 땅
맑고 푸른 하늘
금빛햇살
흰 구름 뭉개 뭉개 춤추고
물속에서 우뚝 솟은 산
너무나 청초하고 푸르르
평지 같은 오름에서
나무를 보면서
푸르름이 물결치는
오름에서 오름으로
여인의 젖가슴 마냥
흐르는 곡선이 너무나 아름다워
환상 속에서
하늘을 날고
바다를 타는
자연의 삶이 숨 쉬는 곳 제주
제주의 푸른 흐름이
물속에서 해가 솟아
물속으로 해가 지는
자연이 영글고 꽃피는 환상의 섬
△ 왕이메 자락에 발끝 모으고 - 장원이
고와서 서러운 걸 감상이라 말 일
지나는 자국마다 묻어나는 외곬의 풀씨
굼부리 하늘만큼만 품어라시더면
이제 다시 꾸는 꿈은 여기서 시작해야하리
세상사 많은 말을 바람 길에 풀어놓을 때
듣는 귀 도드라짐을 겸손히 느낄 수 있어
살아 있는 날의 첫 삽을 작게 뜬다 해도
가만가만 와 닿는 커다란 왕이메 성품
받을 자 자격을 묻는다. 아니, 절대 묻지 않는다.
△ 제주의 오름 - 김상옥
아스라하게 펼쳐진 제주 들녘에는
고만고만한 모양새의 오름들
도·레·미·파·솔·라·시
신이 그려놓은 악보다
그 악보를 놓고
새는 새소리로
벌레는 벌레소리로 연주를 하는데
내가 연주를 하면,
그리움이 사무치는
애틋한 노래가 된다
구름은 오늘도 내 노래를 싣고
임 있는 곳을 향해
길을 재촉하노니
늘 푸른 나라
그 ‘영지(靈地)’를 찾아서……
△ 월라산(月羅山) 진달래꽃 - 김광협
붉은 진달래꽃 꽃바다
달빛 비단 깁 짜는 월라산(月羅山)
등성이 연연한 꽃물
내 외숙(外叔)은 만면에 취기.
나는 꽃바다에 노는 치어(稚魚)
헤엄치며 흘러온 청년.
월라산 덮는 봄 산새 노래
그 청려(淸麗) 피어오는 이날
외숙은 전선(戰線)의 고운 넋.
진달래꽃 되어 돌아온 넋.
외조부모 곁에 와 있는 병정.
살아 외치는 강건(剛健)한 목소리
진달래꽃 꽃바다 파도 소리.
△ 사라봉의 저녁노을 - 이청리
저녁노을이 꽃 바다인가
꽃 바다가 저녁노을인가
저속으로 뛰어 들어 타오르고 싶어라
단 한순간만이라도
하늘로 돌아가서
이 세상에서 살아왔던 날들을 보고 싶어라
우리가 누군가에게 꽃이되어 피지 못했다면
활짝 피고 싶어라
모두에게 손 내밀어 착한 이웃이 되어
저녁노을을 무등타고 돌아가고 싶어라
사라봉! 그대 낙타등을 타고 돌아가고 싶어라
행복의 불이 켜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라
△ 별도봉 그 바닷가 - 강윤심
가슴으로 바람을 맞는
소나무
이곳에도
함박눈이 빗금을 친다
아,
포말로 울지 못한 그리움
그 끈이 어느만큼 가슴 아려
언덕배기 민들레
하얀 씨앗
물새 울음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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