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내가 본 동해 일출

김창집 2014. 10. 8. 10:08

 

울릉도와 독도를 돌아보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강릉으로 오면서

막연히 내일의 일출 상봉을 꿈꿨다.

 

그러나

주문진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회와 함께 들이킨 술이,

울릉도 나리분지의 씨껍데기술을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 기분이 좋아 홀짝거린 것과

배에서 마신 심심주까지 합쳐져

늦은 밤 낙산의 깊숙한 잠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지금 시각 일출 상황은 어떤지도 모른 채

무작정 옷을 껴입은 뒤, 대충 세수를 하고

카메라를 들고 해안가에 이르렀는데,

아뿔사!

해는 수평선을 떠나버렸다.

 

조금 늦었지만 보통 카메라로 마구 눌러댄

2014년 9월 21일 양양 낙산해변의 일출.

   

 

♧ 동해 일출 - 백우선

 

  검은 배와 사람들, 어둠을 몸에 두른 채 밝음을 해에게 몰아주고 있다. 해

의 그늘을 받쳐주고 있다. 해와 빛의 노래에 침묵이 되고 있다. 해를 잉태한

바다, 해를 분만하는 바다의 진통, 하늘도 벌겋게 목이 탄다. 쉼없이 뒤채는

아픈 기다림의 바다, 피를 쏟으며 가까스로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바닷가는

무거운 신들을 끌며 못내 서성인다.

 

  머리꼭지를 드러내는 햇덩이, 어부들의 곱은 손이 받아올리고 하늘이 가만

히 안아올린다. 바다의 탯줄을 끊으며 해는 뜬다. 온 세상이 아기의 첫 울음

빛 바다로 출렁인다. 해의 등정을 거들어낸 동해의 고기들도 바다의 주름진

배에서 솟구친다. 갈매기도 바다의 생살이나 해의 옆구리를 째고 난다. 어떤

새는 날아올라 서쪽으로 깃을 치다가 설악산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햇빛은, 해가 뜨기도 전 저 손발시린 어물전 불통의 불꽃들에서 빨갛게 이

글거리며 피어올라 이미 우리들 가슴팍에 안겨 와 있었을까, 배의 불빛으로

엔진 소리로도 해는 우리들 겨드랑이를 파고들어와 빛나고 있었을까, 혹 어

떤 바람 같은 것들은 우리의 몸속으로 몰래 흘러들어와 그 속에서 반짝거리

며 춤추고 있었을까; 해의 씨는 늘 이렇게 우리 피에 뿌려져 해를 부르며 살

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그러나 여전히 빛그늘로 흔들린다. 보이게도 흔들리고 보이지 않

게는 더 많이 흔들린다. 빛의 바다와 늘 살을 맞대면서도, 사랑하는, 사랑을

나누는 한몸이 되지 못한다. 파도가 고운 바다 위에서도 자꾸 이리저리 기운

다. 고기 비늘도 아직은 진정한 은빛이나 금빛이 아니다. 은빛이나 금빛이

될 희망은 늘 저 수평선 너머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구름낀 햇살만으로도

오늘은 물론 한평생을 그런 대로 웃어 넘긴다.

 

  다시 여는 괄호, 미완의 괄호, 해 멀리 오른쪽 허공에 떠 있는 그믐달, 잦

아들어 시작되는 괄호 안으로 ―― 이름 모를 큰 새는 날으고, 항구는 양 날

개를 활짝 편 채로 바닷가를 품고 뜨고, 사람들 나는 듯이 들고 나고, 어물

전 아주머니의 고무장갑 낀 손 춤가락으로 더덩실 출렁이고, 도다리 문어 오

징어 넙치 가자미 아구 우럭 들 물통 속을 바닷속인 듯 펄펄 살아 맴돌고,

새들이 날아가다 둥지를 틀기도 하는 설악산은 빛을 되쏘며 더 높이 솟아

오르고

  

 

♧ 일출(日出) - 명위식

 

또 다른 시작은 설렌다

밤새 수런거리며 뒤척이다

참아 견디지 못하고

바다는 하늘 향해

불덩이를 토해놓는다

 

하루의 출발은 경이롭다

숨 가쁜 또 다른 순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어디론가 달려가야 하는

바다와 하늘 사이

수많은 시간의 인연

제 몸 부딪쳐 멍이 들어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여

 

이제 그대와 나

이글거리는 저 태양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늘 바다가 만나는

아스라이 먼 저 경계선을 향하여

흉흉한 파도를 넘어 달려가야 한다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푸른 빛 저 바다여

속 깊음이 좋아서 그대를 찾는다

젊음이 좋아서 그대를 찾는다

쉬이 맘 바꾸지 않고

경솔하지 않은 바다

 

때로는 큰 호통으로

기어이 살아내야 한다고

때로는 아주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저처럼 넉넉히 나이 들어가야 한다고

쉼 없이 쉼 없이

마음을 토닥이며 어루만진다.  

 

 

♧ 일출 - 김명배

 

파도가 널더러 뭐라더냐.

이리 오라더냐.

저리 가라더냐.

그리고 그 다음은 뭐라더냐.

바다로 나아가 돌아오지 않는 너

파도가 널더러 뭐라더냐.

그리고 그 다음은 뭐라더냐.

묻지 마라, 바다는 아직

니가 있으므로 불타고 있느니.  

 

 

♧ 일출 - 김정호(美石)

 

여명을 살짝 밀어내고

만삭이 된 산모처럼

이 악물고 참아내며

일어서는 태양을 보아라

탄생의 환희인지

살아 가야할 고통의 시작인지

그 아래

산이 무너져 내린다

바다가 가라앉는다  

 

 

♧ 일출 - 구순희

 

경포대 동쪽 하늘에 걸려 있다

신성한 몸일 때 잃어버린

새빨간 머리띠

출렁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어른이 다 되어 물구나무서는 바다

바다가 머리띠를 잡으려 하자

부화 직전의 계란, 실핏줄 툭툭 터진다

이슬이 비치고

쑥 빠져나오는 시뻘건 불덩어리

하늘 끝에 깊은 동굴이 생겼다

하룻밤 풋정 빠져나간 자리

선명한 구멍 깊숙이 따뜻한 불빛이,

산후의 안식이 찾아왔다  

 

 

 

♧ 일출 - 김희숙

 

속초의 대포항에서 바라본

동해의 일출

그때의 가슴 울렁임

가슴 밑바닥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감격

바다에서 쑤우욱

 

새벽인지 밤인지 모를 시각

고기잡이 나섰던 배들

그 큰 불덩이 아래로 들어서는데

바다는 인간에게

부지런히 일하라 하고

태양은 우리에게

뜨거운 가슴 간직하고 살라 하더이다

하늘은 한없이

티없이 살라 하더이다.

 

눈을 뜨면 온 천지가

살벌한 세상이라 해도

자연 안에서의 삶,

그 위대함에 고개 숙이고

따뜻한 마음 나누면서

한세상 살아가라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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